다시 가야 비로소 보인다…국내 N차 여행지 5곳

한국관광공사, 요즘여행 시리즈 3탄 'N차여행' 공개
강화도의 환대부터 통영의 강구안까지

애니메이션 속 초록 지붕 집을 그대로 재현한 강원 고성 앤트리카페(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같은 지역을 여러 번 찾아가며 익숙한 공간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발견하고 개인적 서사를 쌓아가는 'N차 여행'이 뜬다.

처음에는 잘 알려진 명소를 둘러보지만, 방문이 거듭될수록 골목길과 축제,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 등 지역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행자는 지역에 대한 애착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

최근 한국관광공사는 향후 트렌드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국내여행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하는 콘텐츠인 '요즘여행'의 세 번째 시리즈 'N차 여행'을 공개했다. 9월에 떠나기 좋은 곳들이다.

N차 여행의 목적지는 총 5곳으로 △강화도 잠시섬 프로젝트 △전주 도서관 △강원 고성 해변 △하동 차(茶) 체험 △미각 여행지 통영 강구안이다.

강화유니버스 참가자들이 강화도의 노을을 배경으로 요가를 하고 있는 모습(한국관광공사 제공)
강화도에서 느끼는 특별한 환대, 잠시섬 프로젝트

편한 복장을 한 여행객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야트막한 언덕에 모인 사람들이 조용히 요가 매트를 펴고 앉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서로 낯선 사이였던 이들은 이제 노을을 바라보며 함께 호흡을 맞춘다.

섬이 품은 자연에 동화되는 이 특별한 순간은 협동조합 청풍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잠시섬'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이름 그대로 '잠시 멈춰 섬에서 쉰다'를 지향하는 체류형 프로그램으로 강화에 뿌리내린 청년들이 만든 협동조합 청풍이 운영한다.

'강화를 담은 담은주' 만들기 체험(한국관광공사 제공)

청풍은 휴식과 모험이 균형을 이루는 30여 개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금풍양조장 마스터 클래스'와 노을을 벗 삼는 '야외 힐링요가'이다.

금풍양조장은 100년 전통을 이어온 곳으로 참여자들은 이곳에서 빚는 막걸리를 직접 시음하며 대를 이어온 주인장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 밖에 현지 농산물을 활용한 제철 요리 피크닉, 깊은 향의 차와 함께하는 티 클래스, 로컬 아티스트(현지 예술가)와 함께하는 나만의 그림책 마음 여행 워크숍까지. 기수마다 새로운 이벤트가 이어진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과정을 강화도의 젊은 주민들이 진행자로 나선다는 사실이다.

현지인의 안내에 따라 강화의 매력을 발견하고 함께 어울리며 친구가 된다.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도록 모든 숙소는 1인 예약이 원칙이다.

전주시청로비에 자리한 책기둥도서관(한국관광공사 제공)
빨간 버스타고 아지트로 출발, 전주 도서관 여행

2021년 6월, 바람에 나부끼는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 플래카드가 전주 도서관 여행의 시작이었다. 폐 동사무소와 파출소를 리모델링해 작은 도서관으로 전환하고 숲속과 한옥마을에 특별한 도서관을 짓고, 노후화된 공단에 그림책 도서관을 만들고 덕진공원 연못에 세상에 하나뿐인 한옥형 연화정도서관을 세웠다.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해설사와 함께 빨간 전용버스로 둘러보는 특별한 '전주 도서관 여행'은 전주를 여러 번 방문할 이유가 된다.

14곳 가운데 단연 첫손으로 꼽히는 도서관은 '연화정도서관'이다.

덕진공원 연못 한가운데 전통 석교로 만들어진 연화교를 건너면 한옥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책을 읽다 보면 독서는 오로지 텍스트만 읽는 것이 아닌 고개를 들고 풍경과 함께 감각을 깨우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덕진호수의 연화정도서관 전경(한국관광공사 제공)

올해 6월 총길이 101m의 아중호수를 품은 국내 최장 곡선형 도서관인 '아중호수도서관'은 음악 특화 도서관으로 호수를 바라보며 나만의 취향이 담긴 LP를 감상할 수 있다.

고요한 '맏내호수'를 풍경으로 한 도내 유일의 시(詩) 특화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을 비롯해 카페·갤러리 공간이 도서관으로 재탄생한 '서학예술마을도서관', 책 보물을 발견하는 복합문화공간인 '동문헌책도서관', 국내외 가이드북과 여행 에세이가 가득한 여행자의 쉼터 '다가여행자도서관' 등 취향에 꼭 맞는 곳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은 참여자의 연령과 목적에 따라 하루 코스와 반일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N회차 방문해도 즐거운 봉수대해변(한국관광공사 제공)
파도 파도 새로운, 강원 고성 해변 여행

고성은 바닷가 마을에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을 N차 여행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쪽빛과 옥빛, 에메랄드빛이 뒤섞인 오묘한 바다의 빛이 매력인 바다를 따라 최북단 명파해변부터 최남단 켄싱턴 해변까지 20여 개의 크고 작은 해변이 이어지는데 그 어느 한 곳도 똑같지 않아 기분과 날씨, 시기에 따라 마음껏 골라 갈 수 있다.

고운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지는가 하면, 기암괴석이 신비한 비경을 완성하고,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화보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고기잡이배들이 오가는 작은 어항을 낀 '어촌다운' 정취부터 감각적인 카페들이 늘어선 감성 어린 풍경까지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다른 바다를 마주하게 된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그 어느 해변도 크게 요란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해변이 바로 앞에 펼쳐지는 커피고 야외 테라스(한국관광공사 제공)

천진항과 봉포항 사이에 나란히 자리한 천진해변과 봉포해변은 아름다운 백사장과 함께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다양한 방식으로 바다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카페에서 편하게 '바다멍' 하고 싶을 때는 가진항 인근의 작은 해변으로 속이 탁 트이는 시원한 바다를 마주하고 싶을 때는 '백섬해상전망대'로 향해보자. 이곳은 투명한 바다와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스노클링 명소로도 인기다.

바다는 보고 싶은데 할 일이 밀려 있는 날이라면 워케이션 명소 '맹그로브 고성'이 있는 교암리해변 쪽이 좋다.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2만 원으로 일일 이용권을 구매해 입장할 수 있다.

'유로제다'의 차밭(한국관광공사 제공)
차와 함께 다정해지는 시간…깊이를 더하는 하동 차(茶) 체험

지리산과 섬진강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하동의 명성을 더욱 높여준 세계적 유산이 있으니 무려 12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차'(茶)다.

하동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로 유명했다. 그중 녹차의 재배면적이 전국 대비 23%에 달할 만큼 하동에서 녹차가 차지하는 지분은 상당하다.

하동에 오면 시선을 두는 곳마다 야생차밭이 보여 자연스럽게 차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곳곳에 자리한 수십 년 역사의 '다원'(다실)이 있다.

하동의 다원 대부분은 주인이 직접 차 농사를 짓고 차를 만들며 차와 관련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로제다'의 툇마루(한국관광공사 제공)

다양한 곳을 경험해 보고 나만의 찻집을 찾아보는 것도 하동을 찾는 즐거움 중 하나다.

부부가 운영하는 다원인 '유로제다'에 방문해 차를 손수 재배하는 농가 주인과 다담(茶談)을 나누다 보면 주어진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3~4종의 차를 맛보는 동시에 다도를 배울 수 있는 것도 다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혜다.

하동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티카페하동'에서도 하동의 차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다도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하동티소믈리에 클래스, 차와 함께 야외에서 녹차 족욕을 즐기는 녹차족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약 3만 3057㎡(1만 평) 규모의 산을 야생 차밭으로 가꾼 '따신골녹차정원'은 차나무는 물론 소나무와 진달래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름 그대로 정원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차와 다식이 든 작은 라탄 바구니를 들고 섬진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캠핑 사이트에 앉아 있으면 절로 힐링이 된다.

통영 강구안 야경(한국관광공사 제공)
통영 강구안에서 즐기는 황홀한 미각 여행

통영은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곳이다. 바다가 선물한 감수성이 기른 예술인들이 많아 문화예술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바다만큼 음식도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미(美)항 도시 강구안은 미(味)항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충무김밥과 밀면, 시락국, 우짜면은 저렴한 가격에 반비례해 맛과 양은 넉넉하다.

통영 꿀빵과 꽈배기의 단맛은 강구안을 걷는 여행자에게 달콤한 기운을 주기에 충분하다. 골목마다 개성 있는 먹거리들을 지나치다 보면 다 맛보지 못한 아쉬움에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강구안 바로 앞 통영중앙전통시장에는 오래된 맛집이 많다. 그중에서도 원조 중에 원조라 불리는 '정화순대'가 있다. 순대와 잡채, 김밥과 쫄면 등 한국인의 DNA가 흐르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언제부터 가게를 운영했는지 슬며시 물으니 주인은 '40년쯤 되었나….'하며 무심한 듯 답한다.

시장 바로 옆에 있는 '통제영꽈배기'도 일품이다. 찹쌀 꽈배기에 찹쌀 도넛, 공갈 호떡 등 마음 같아선 한가득 사서 맛보고 싶은 것들뿐이다.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큰 찹쌀 팥 도넛 하나 사 들고 커피와 함께 한입 베어 문 순간 황홀한 당 충전의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다찌 상차림(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스튜디오 4cats 제공)

통영에 오면 '다찌집'도 가볼만하다. 남쪽 바다가 선선히 내어준 싱싱한 해산물의 총합을 한상 가득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찌'의 뜻에 대해선 몇 개의 설이 엇갈린다. 일본식 선술집 '다찌노미'에서 왔다는 해석과 '다 있지!'라는 조금 익살스러운 주장이 가장 대표적인 설이다. 어원이 어디에 있든 다찌집이야말로 강구안의 저녁을 가장 사치스럽게 즐길 대표 맛집이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