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수출해야죠"…하나투어, K-트래블 솔루션으로 동남아 진출

[인터뷰]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단순 송객 넘은 '설계 수출'
AI·2030 전용 투어 앞세워 디지털 여행기업 전환 가속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서 가진 뉴스1과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이제는 여행도 만들고 설계해서 수출하는 시대입니다."

하나투어(039130)가 자체 기획한 여행 설계 방식을 해외에 공급하는 ‘K-트래블 솔루션’ 수출 전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단순한 송객 중심 여행사를 넘어, 상품 기획·일정 설계·상담까지 포함한 통합 패키지를 플랫폼처럼 수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단지 외국 손님을 받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든 여행 설계 시스템을 통째로 수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전사적인 구조조정을 거친 하나투어는 ‘하나팩 2.0’, 2030세대 전용 ‘밍글링 투어’, 중장년층 대상 ‘다시 배낭’ 등 맞춤형 기획 상품을 통해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의 경계를 허물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일정 설계 툴과 대화형 상담 시스템 ‘하이’(H-AI) 등을 도입해, 상품 기획부터 응대까지 여행 전 과정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가 1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서 '500억 적자, 코로나 위기를 정면 돌파한 리더십'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5.7.18/뉴스1
패키지냐, 자유여행이냐? 이분법 끝났다

송미선 대표는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직전에 하나투어에 합류해 상품 기획 체계를 전면 재편했다.

송 대표는 “요즘은 패키지, 허니문, 골프, 에어텔, 현지 투어 등은 ‘기획상품’이고, 항공·호텔 등은 단품 속성의 개별여행(FIT)으로 구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그가 정의한 ‘기획상품’은 여행사가 일정, 숙소, 현지 콘텐츠를 미리 설계해 제공하는 구조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출시된 ‘하나팩 2.0’은 기존 패키지의 단점을 걷어내고 자유여행의 강점을 결합했다. 여행자는 앱에서 항공, 숙소, 콘텐츠를 선택해 장바구니처럼 담고, 한 번에 결제해 나만의 일정을 구성할 수 있다.

그중 인기 상품인 ‘밍글링 투어’는 2030세대 사이에서 그야말로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다.

테마형 여행으로, 호스트가 동행하거나 위스키 증류장 투어처럼 취향 기반 콘텐츠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최근에는 호스트 없이 떠나는 ‘밍글링 라이트’도 출시됐다.

‘내맘대로’는 항공과 호텔을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는 상품으로, 출시 1년 만에 예약이 400% 넘게 증가했다.

송 대표는 “‘하나팩 3.0’은 누구와, 어디로, 무엇을 위한 여행인가에 답하는 취향 중심의 테마 기획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서 가진 뉴스1과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News1 김도우 기자
수작업 중심 여행업, AI 시대에 달라져야

코로나19 이후 송미선 대표는 하나투어의 디지털 전환을 직접 이끌었다.

하나투어는 LLM(초거대 언어 모델) 기반 AI 기술을 상품 기획, 콘텐츠 제작, 고객 응대에 전방위적으로 도입했다. 사람처럼 말하고 대화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전통적인 여행사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내부용 ‘샘아이(AI)’는 필요한 문서를 자연어로 검색할 수 있게 했고, 기획자(MD)를 위한 일정 설계 툴은 정보 탐색과 초안 작성까지 자동화했다. 상품 설명문과 일정표도 AI가 작성한다.

고객 상담도 진화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대화형 상담 시스템 ‘하이’(H-AI)를 도입해 단순 문의에 24시간 응대하고 있다. 반복 업무는 AI가 처리하고, 상담사는 고도화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송 대표는 “결정은 사람이 해야 한다”며, AI의 전면적 사용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AI는 생산성 파트너이지 판단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여행업 본연의 책임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이(H-AI)는 지금도 진화 중"이라며 "향후에는 AI 프로젝트 매니저, AI 세일즈처럼 사람을 보조하는 에이전트 역할까지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립닷컴은 자본, 하나투어는 기획력으로…K-트래블 수출

하나투어는 한국 1위 여행기업으로서 수년간 축적해 온 여행 상품 설계력과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순한 송객을 넘어 ‘여행 설계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K-트래블 솔루션’ 전략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첫 공략지는 동남아시아다. 송 대표는 “동남아 시장은 한국보다 약 4배 크다”며, “규모를 키우고 성장을 지속하려면 지금이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나투어는 최근 싱가포르에 투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업(JV),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송 대표는 “현지의 고객 기반과 영업 네트워크, 우리가 가진 기획력과 시스템을 결합해 더 큰 시장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온라인 여행 기업(OTA)들과의 전략 차이도 분명히 했다.

송 대표는 “중국의 트립닷컴은 기술 중심 플랫폼으로 시작해 오프라인 여행사를 인수하며 콘텐츠 역량을 보완하는 ‘역방향 전략’을 택했다”며, “우리는 반대로 기획 중심 여행사로 출발해 그 위에 기술을 더해 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가진 여행 설계 방식, 운영 시스템, 상품 기획 노하우는 하나의 ‘솔루션’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수년간 국내 시장에서 쌓아 온 기획력과 플랫폼 운영 경험은 이제 해외 파트너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설계하는 자산이 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