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900만 넘어섰는데…관광 수입은 '제자리'

외래객 수 사상 최대치 전망에도 수입은 2019년 못 미쳐
명품 쇼핑보다 현지 체험으로 바뀐 여행 소비 변수

30도 안팎의 낮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서울 광화문광장 분수터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6.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9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수요가 뚜렷하게 회복된 모습이다.

하지만 관광 수입은 여전히 2019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저비용 단체관광이 주를 이루는 데다 명품 구매 대신 현지 체험 등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며 외래객 1인당 지출액은 오히려 감소 추다.

수요 회복은 '뚜렷'…연간 최대치 경신 전망도

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5년 1~5월 누적 방한 외래객 수는 721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기간과 비교하면 103.5% 수준까지 회복된 셈이다.

현재 월평균 입국자 수가 180만 명 안팎임을 고려하면 상반기 900만 명 돌파는 무난하다. 연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였던 2019년(1750만 명)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간 리서치 기관들도 수요 회복에 힘을 싣고 있다. 야놀자 리서치는 올해 외래객 수를 약 1873만 명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2009만 명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의 비공식 목표치(1850만 명)는 물론, 팬데믹 이전 실적도 웃도는 수치다. 주요 방문 국가는 중국·일본·미국·대만 순으로, 중화권 단체 관광의 재유입과 K팝·K푸드 등 콘텐츠 수요가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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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수입은 '정체'…질적 전환이 과제

외형 회복과 달리 관광수입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1~4월 기준 외래객 소비지출액은 약 56억 2000만 달러(한화 약 7조 9000억 원)로 2019년 동기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연간 전망치(202억 5000만 달러)도 2019년의 208억 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2025년 5월 기준 관광수입은 141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고 관광수지 적자는 6억 8610만 달러로 집계됐다. 외래객 수는 늘었지만,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줄고 있는 것이다.

2025년 외래관광객조사 1분기 잠정치에 따르면 1인당 총 지출 경비는 1707.5달러로 전년보다 162.8달러 감소했다. 국제교통비를 제외한 지출액도 1256.4달러로 84.4달러 줄었으며 하루 평균 체류 경비는 228.2달러로 나타났다.

리서치 기관들은 관광수입 정체 원인으로 △중국 중심의 저비용 단체구조 △숙박·교통 위주 소비 편중 △면세점 쇼핑 수요 위축 △체류일수 단축 △고부가 콘텐츠 부족 등을 공통적으로 지목한다.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방한객의 방문 목적과 연령대가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층이 늘고 재방문율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에는 4~5박 이상 체류하며 고액 소비하던 여행 패턴이, 짧고 잦은 방문으로 전환되면서 1인당 평균 지출액은 낮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외래객 지출 구조는 팬데믹 이후 첫 회복기라는 점에서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할 핵심 자료가 될 것"이라며 "웰니스 등 고부가가치 관광 콘텐츠에 대한 확대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