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시간마다 펼쳐지는 파라솔 쇼…위험한 기찻길 '매끌렁시장'

[시장의 천국 태국]①암파와의 이색시장에 가다
하루 8번 기차가 코앞으로 지나가는 신기한 경험

편집자주 ...태국은 집에서 직접 요리하기보다 길에서 '테이크아웃' 방식으로 간단히 음식을 먹고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다. 거리가 식당이고 주방이면서 재료공급처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장이 발달했다. 특히 태국의 시장은 지역의 특색과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태국 암파와에 있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에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 ⓒ News1 이민주 기자

(방콕=뉴스1) 이민주 기자 = "딩동댕동"

안내방송과 함께 시장 내부가 단숨에 분주해진다. 손님에게 형형색색의 젤리를 들어 보이던 한 상인은 방송을 듣자마자 시장 한복판까지 늘어져 있는 매대를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상인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에 물건을 둘러보던 손님들도 두리번거리며 기차가 들어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쭉 내민다. '칙칙폭폭' 기차 소리가 점점 다가오자 너도나도 갓길에 몸을 바짝 붙인다. 바닥에 그어진 빨간 선 밖으로 신발이 삐져나올세라 재차 매무새를 점검하며 카메라를 든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여를 달리면 나오는 수상도시 '암파와'. 암파와에는 시장 한 가운데로 기차가 지나가는 '이색시장'이 있다.

시장 이름은 매끌렁 기찻길 시장(Mae Klong Railway Market). 이곳은 '위험한 시장'(Life-risking market)이라고도 불린다.

태국 암파와에 있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은 기찻길 위에 만들어졌다. ⓒ News1 이민주 기자

◇"아 여기 기찻길이었지?"…하루 9번 펼쳐지는 진풍경

이 시장이 특별한 별명을 갖게 된 이유는 바로 기찻길 한복판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이곳에 가면 길이가 100m 남짓한 좁은 기차 선로 위에 상인들이 천막을 펴고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점상인들이 기차 탑승객과 인근의 주민들을 타깃으로 장사를 시작하면서 철로 위에 시장이 만들어졌다. 사람 두명이 겨우 교행할 수 있는 좁은 통로를 걷다 보면 바닥에 놓인 선로가 '아 여기 기찻길이었지'라는 생각을 상기시킨다.

시장을 관통하는 기차는 매끌렁역과 마하차이(mahachai)역을 오가는 짧은 노선을 운행한다. 기차가 마하차이에서 매끌롱으로 들어올 때와 매끌롱에서 마하차이로 출발할 때 진풍경이 연출된다.

태국 암파와에 있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 상인들이 기차시간에 맞춰 차양막을 걷는 모습. ⓒ News1 이민주 기자

노점이 기찻길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마다 상인들은 재빠르게 파라솔(차양막)과 좌판 걷는다.

기회는 하루 8번. 매끌렁에 기차가 도착할 때와 역을 떠날 때 각각 이 장면을 볼 수 있다. 매끌렁역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 6시20분, 9시, 11시30분, 오후 3시30분이다. 매끌렁역에 기차가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8시30분, 11시, 오후 2시30분, 5시40분이다.

시간을 잘 맞춘다면 매끌렁역으로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과 나가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 가령 8시30분에 매끌렁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보고 9시에 마이차이로 떠나는 기차를 보는 것이 방법이다.

태국 암파와에 있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에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 ⓒ News1 이민주 기자

◇기차가 지나가는 진풍경, 어디서 보면 좋을까?

진풍경을 감상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매끌롱역으로 들어오는 기차에 탑승한 채로 시장의 풍경을 감상하는 방법과 시장에서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시장에서 매끌롱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보기로 했다면 역 인근보다는 시장의 끝자락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끌롱역은 북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매끌롱 강과 맞닿아 있는데 역에서 동쪽으로 100m 가량 시장이 펼쳐져 있다. 역에서 동쪽으로 끝까지 걸어가면 Srejumpa Road라는 자동차길이 나오는데 이곳이 시장의 끝이다.

시장의 끝자락에서 기다리면 동쪽에서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의 모습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명소답게 이쪽으로 가면 에어컨이 풀가동되는 'HiiG'와 같은 카페가 줄지어 있다.

아이와 동행했거나 혹시라도 기차에 부딪히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면 통유리창으로 된 이들 카페에서 시원한 땡 모반(수박 주스)이나 망고주스를 마시며 관람하는 것도 좋겠다.

태국 암파와에 있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에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 ⓒ News1 이민주 기자

◇'인생샷'도 좋지만…안전 생각한다면 빨간선 뒤로!

안내방송이 울린 지 단 몇분 만에 북적이던 시장이었던 곳이 기찻길로 변하는 광경은 진귀하다. 무덤덤한 상인과 현지인들의 표정과 잔뜩 들뜬 관광객들의 표정이 대조적인 것도 인상적이다.

다만 선로에서 코앞으로 지나가는 기차를 보고싶다면 반드시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대개 상인들은 너무도 익숙한 몸짓으로 좌판을 접고 차양막을 걷지만 관광객들은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기차가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울리고 나면 그때부터 2~3분 안에 대피를 마쳐야 한다.

이때 시장 바닥을 잘 살피자. 기차가 지나가는 공간을 표시한 빨간색 선이 그어져 있다. 마치 우리나라 지하철에 그어진 노란선과 같은 개념이다. 반드시 이 선 뒤로 물러서야 한다. 성인 기준으로 이 선 안에 들어오려면 벽에 등을 대고 바짝 붙어야 한다.

태국 암파와에 있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에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 ⓒ News1 이민주 기자

사진을 찍을 때도 팔을 너무 밖으로 뻗는 행위는 위험하다. 빨간선 안에 서 있노라면 기차가 코로부터 한뼘거리에서 스쳐간다. 기차시간이 임박한 때 자리를 못 잡은 관광객이 있다면 국적을 가릴 것 없이 '이쪽으로 오라며' 손을 끌어줘 인류애를 느끼게 해준다. 기차에 탄 채로 시장을 구경하는 관광객들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일부 관광객들의 기행으로 '목숨을 건'(life-risking) 시장이라는 별명다운 위험한 광경도 연출된다. 들어오는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자 선로 한복판에 서서 포즈를 취하는 관광객들에게는 '목숨이 혹시 두개냐' 묻고 싶다.

기차가 지나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천막을 세우고 물건을 다시 진열한다.

태국 암파와에 있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에 코끼리가방이 걸려있다. ⓒ News1 이민주 기자

◇"50바트나 싸네"…기념품 사려면 매끌렁시장에서

강과 바다에 인접한 지역에 형성된 시장 답게 매끌렁 기찻길 시장에는 수산물이 유명하다. 오징어, 농어, 홍합, 조개 등 갓 잡은 생선부터 말린 어포까지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만날 수 있다.

생선살 반죽으로 즉석에서 튀겨주는 어묵(Fish cake) 가게에도 손님이 북적인다. 1년 내내 후텁지근한 날씨 덕에 주스를 파는 가게는 시장 어느 곳에 있던 호황이다. 주스를 바 모양으로 얼려 판매하는 '아이스바'도 인기다.

아기자기한 수공예품 가게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기차역 인근에는 야외에서 쌀국수 등을 먹을 수 있는 간이 테이블이 놓인 음식점도 있다.

노점이 다수기 때문일까. 다른 지역의 시장보다 이 시장의 물가가 낮은 편이다. 관광객들이 흔히 구매하는 액사리인 '코끼리 팔찌'를 타 시장에서는 150바트(5500원), 이 시장에서는 100바트(37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