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컨테이너선 발주 80% 쓸어 담았다…K-조선 '경고등'

K-조선 수주 40척 그쳐…점유율 26%→15%
中 가격 넘어 품질·납기까지 추격…캐파 확대 부담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운반선(삼성중공업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올 상반기 컨테이너선 신규 발주 10척 중 8척을 중국이 수주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K-조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저가 수주를 앞세웠던 중국 조선업계가 대규모 수주를 통해 건조 경험을 축적하고 생산능력까지 늘리면서 가격뿐 아니라 품질·납기 경쟁력에서도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도 '중국 쏠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中, 상반기 컨선 80% 가져갔다…K-조선 수주 '40척'

7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그리스 선주사 컨트십은 최근 중국 후베이 광지 그린에너지 조선에 1324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피더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했다. 최대 20척의 옵션도 포함돼 모두 행사될 경우 발주 규모는 30척까지 늘어난다.

구체적인 선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30척을 모두 발주할 경우 전체 계약 규모는 8억 달러(1조 1000억 원)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척당 선가는 약 2800만 달러(376억 원)로 예상된다. 선박은 2029년 초부터 인도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세계 2위 해운 선사 머스크도 중국 조선소에 대규모 컨테이너선 건조를 맡겼다. 머스크가 지난달 발주를 확정한 선박은 1만 8600TEU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26척이다. 전체 계약 규모는 약 51억 달러(6조 8000억 원)로 추산되며 선박은 2029~2030년 인도될 예정이다.

26척 가운데 20척은 중국 헝리중공업이, 나머지 6척은 중국 뉴타임스조선이 건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척당 선가는 1억 9300만~1억 95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머스크는 헝리중공업에 12척을 추가 발주할 수 있는 옵션도 보유하고 있어 중국 조선소가 가져가는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머스크는 여기에 더해 2만 4000TEU급 초대형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2척을 추가로 발주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화오션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수주를 위해선 중국 조선소와의 경쟁을 넘어서야 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중국은 컨테이너선을 대량 수주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컨테이너선은 총 388척 발주됐는데, 업계에선 그중 80%는 중국이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간 점유율 72%보다 8%포인트(p)가량 높아졌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이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수주하며 효자 선종으로 활용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조선 3사는 지난해 연간 100척 이상의 컨테이너선 물량을 확보한 바 있다. 올해는 현재까지 3사 합산 40척에 그치고 있다. 점유율도 지난해 연간 기준 26%였으나 올해는 10~15%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HD현대 제공)
美, 中 선박 제재 우려 완화…中 가격·납기 경쟁력 상승

컨테이너선 수주 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우선 미중 갈등 완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중국산 선박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항 제재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국내 조선사들로 발주 문의가 몰렸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움직임이 줄었다는 것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지속적인 발주로 향후 선복량이 충분히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주 입장에선 추가 발주에 대한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고 이미 상당한 일감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들이 수익성을 중시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펴면서 수주가 감소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선가가 가장 높은 2만 2000~2만 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가격은 8월 기준 2억 5400만 달러(3410억 원)로,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2월 2억 7500만 달러(3690억 원)와 비교하면 7.6%가량 하락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국 조선소의 경쟁력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한국보다 낮은 선가를 제시하면서도 대규모 수주를 통해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생산능력(캐파) 확대로 선주가 원하는 납기를 맞출 수 있는 조선소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라며 "한국보다 낮은 선가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최근에는 컨테이너선 건조 실적이 많이 쌓이면서 품질 격차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파 증설을 통해 선주가 원하는 납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간 품질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 조선업계에 더욱 부담이다. 중국이 정부 지원과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 10여 년간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높인 반면 국내에서는 2020년대 초반 숙련공 이탈 이후 생산 현장의 경쟁력 약화가 지적돼 왔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정부가 계속 지원하면서 한국 선박과의 가격 차이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 10여 년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품질도 높아졌다"며 "국내 조선업계도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품질 격차를 유지하거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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