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유전자 검사했더니 '위험 변이'…"발병 확정은 아니야"

[펫산업 리더스] 글 박준호 피터페터 대표

편집자주 ...빠르게 변화하는 반려동물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현장의 시선으로 살펴본다. 뉴스1 해피펫은 반려동물연관산업협회 회원사들과 함께 인공지능(AI), 유전체, 의료기기, 보험, 장례 등 각 분야의 기술과 시장 변화, 산업계 과제를 격주로 소개한다.

반려견의 유전자 검사를 위해 구강상시세포를 채취하는 과정(왼쪽)과 실험실에서 검사하는 모습(협회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질병 관련 위험 변이가 확인됐습니다."

반려동물의 유전자 검사 결과에서 이런 문장을 보면 보호자는 걱정부터 앞선다. 반려동물이 이미 병에 걸렸거나 앞으로 반드시 아프게 된다는 뜻일까.

그렇지는 않다. 질병과 관련된 유전적 변화가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질병이 있거나 반드시 발병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유전자 검사의 가치는 미래를 단정하는 데 있지 않다. 무엇을 주의 깊게 살피고 어떤 건강관리 계획을 세울지 판단하는 데 있다.

위험 변이와 실제 발병은 다르다

같은 '변이 보유'라도 질환의 유전 방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부모에게서 각각 물려받은 유전자 두 개 중 몇 개에 변이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상염색체 열성질환은 일반적으로 두 유전자 모두에 질병 관련 변이가 있을 때 발병 위험이 커진다. 하나에만 변이가 있는 '보인자'는 대체로 증상이 없지만 자손에게 변이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우성질환은 하나에만 변이가 있어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변이가 실제 질병으로 이어지는 정도도 다르다. 개의 퇴행성 척수병증과 관련된 SOD1 유전자 변이가 대표적이다. 같은 위험 유전자형을 가진 개라도 어떤 개는 발병하고 어떤 개는 평생 증상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를 '불완전 침투도'라고 한다.

반대로 특정 유전자형과 발병의 연관성이 매우 강한 질환도 있어 모든 결과를 막연한 가능성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같은 변이라도 해당 품종에서 연구가 얼마나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따라 해석의 확실성이 달라질 수 있다.

유전정보만으로 건강을 모두 설명할 수도 없다. 나이와 체중, 식이, 생활환경, 동반 질환을 함께 살펴야 한다.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질환은 지금 건강하다고 해서 위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현재의 모든 증상을 유전 탓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하더라도 모든 유전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의사와 결과 공유해 건강관리에 활용해야
반려견 유전자 검사 모습(협회 제공) ⓒ 뉴스1

유전정보를 실제 진료에 참고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MDR1으로도 알려진 ABCB1 유전자의 특정 변이는 일부 약물에 대한 민감성과 관련된다. 검사 결과를 수의사와 공유하면 약물의 종류와 투여량 등을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다.

'변이 미검출'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검사한 범위에서 해당 변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지, 모든 유전질환이나 앞으로 생길 질병의 가능성까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외 유전자 검사 기업들은 결과 해석도 돕는다. 엠바크(Embark)는 유전적 위험과 실제 발병의 차이를 설명하고 위즈덤패널(Wisdom Panel)은 일부 건강검사에서 위험 결과가 나오면 유전 상담을 지원한다. 결과를 건강관리에 연결하는 것도 서비스의 중요한 역할이다.

해외에서는 반려동물 유전자 검사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엠바크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가 주도한 75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7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위즈덤패널은 글로벌 펫케어 기업 마스(Mars) 그룹이 운영한다. 이 같은 투자와 사업 참여는 유전정보가 사료와 보험, 진료 등 다양한 반려동물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를 보여준다.

산업의 경쟁력, 신뢰할 수 있는 해석에서

필자는 펫 유전체 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로 결과 해석의 정확성과 책임성을 꼽는다. 몇 개의 질환 관련 변이를 검사하는지에 더해 각 변이의 연구 근거와 해석의 한계를 얼마나 명확하게 설명하는지가 중요하다.

결과지는 불안이나 안도감만 남기는 문서여서는 안 된다.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은 아직 알 수 없으며, 다음에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안내해야 한다.

국내 기업에도 과제가 있다. 한국에서 많이 기르는 품종과 믹스견의 검사 결과를 더 정확하게 해석하려면 국내 반려동물의 유전정보와 건강 관련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하고 검증해야 한다.

활용 가능성은 건강검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DNA로 개체를 구분하는 기술은 동물등록이나 유실·유기동물 관리 등 공공 영역에서도 쓰임새를 모색할 수 있다. 피터페터의 반려견 DNA 기반 개체 식별 서비스는 조달청 혁신제품에 지정됐다. 반려동물 유전자 검사 서비스의 대만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시장이 성장하려면 보호자와 수의사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검사 항목과 결과 표기, 연구 근거를 설명하는 방식이 다르면 서비스를 비교하고 결과를 이해하기 어렵다. 반려동물연관산업협회 펫유전체위원회가 유전체 분석과 데이터 표준을 주요 과제로 삼은 이유다.

산업계는 검사로 알 수 있는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설명하고 결과를 실제 건강관리에 연결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반려동물의 미래에 내려진 판결문이 아니다. 좋은 검사는 미래를 예언하는 대신, 앞으로 무엇을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지 알려준다.

글=박준호 반려동물연관산업협회 펫유전체위원회 위원장(피터페터 대표이사)·정리=한송아 기자

박준호 반려동물연관산업협회 펫 유전체위원회 위원장·피터페터 대표이사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