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힐 듯 안 잡히는 TSMC…삼성 파운드리, 빅테크로 추격

TSMC, 미디어텍 2나노 물량 확보…파운드리 시장 독주 체제 계속?
삼성, 테슬라 등 대형 고객 확보…2나노 수율 개선에 내년 반등 기대

/뉴스1 DB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미디어텍의 2나노 물량을 확보하면서 경쟁 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빅테크로부터의 대규모 수주를 바탕으로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어 2나노 주도권은 TSMC로 아직 넘어가지 않았다는 반론 역시 나온다. 되레 최근 삼성전자의 2나노 수율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삼성전자와 TSMC와의 경쟁은 '지금부터'라는 지적이다.

TSMC, 미디어텍 잡았다…삼성, 테슬라·브로드컴 고객 확보

18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2나노 고객을 넓히고 있다. 애플에 이어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미디어텍의 2나노 물량을 확보하면서 첨단 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2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극도로 줄인 첨단 공정을 말한다.

미디어텍은 최근 TSMC의 2나노 N2P 공정을 적용한 첫 제품인 신형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디멘시티(Dimensity) 9600 프로'를 공개했다. 업계에선 TSMC가 애플에 이어 미디어텍이라는 대형 팹리스 고객의 2나노 물량을 확보한 것을 두고 2나노 생산 능력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수의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2나노 물량을 배분한다는 것은 생산 능력이 안정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와의 격차 역시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72.5%에 달했지만, 삼성전자는 5.9%에 그쳤다. 두 회사의 격차는 66.6%포인트에 이른다.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삼성도 대형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생산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고객이 테슬라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차세대 AI 반도체인 'AI5'를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예정이며, 현재 시제품 생산과 수율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2위 팹리스 기업인 브로드컴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은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 등을 아우르는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그록3 LPX' 시스템에 탑재되는 언어처리장치(LPU)를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섰으며, 생산 파트너로 삼성전자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CSP)와 AI·고성능컴퓨팅(HPC) 고객의 2나노 프로젝트를 확보했으며, 고객들이 제품 설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해 2나노 프로젝트 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도 전망했다.

관건은 2나노 수율…삼성전자, 내년부터 실적 반영 기대

삼성전자와 TSMC 경쟁의 핵심 변수로는 '수율'이 꼽힌다. 수율은 반도체를 만들었을 때 생산된 제품 가운데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비율이다. 수율이 높을수록 같은 생산량에서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도 높아진다.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수율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KB증권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이 80% 이상으로 안정화됐고,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수율도 70% 이상으로 빠르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나노 수율 개선은 향후 삼성 파운드리 실적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베이스다이 경쟁력까지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2세대 2나노 공정 양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테일러 공장도 올해 안에 시험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테일러 공장의 본격적인 생산과 대형 고객 물량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올해는 삼성 파운드리가 TSMC와의 격차를 당장 뒤집는 시기라기보다,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수율을 끌어올려 추격의 기반을 만드는 시기다. 내년부터 고객사 물량이 실제 생산과 매출로 이어지면 양사의 격차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퀄컴은 삼성 파운드리의 추격을 가늠할 가늠자로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차세대 스냅드래곤 AP의 2나노 위탁생산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격 이견으로 계약이 지연되고 있다.

협상에서 기술적 문제가 걸림돌이 아니라고 알려진 만큼, 수주가 성사될 경우 삼성의 2나노 공정 경쟁력과 대형 고객 확보 능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퀄컴은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의 대표적인 팹리스 고객인 만큼, 물량 자체뿐 아니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기술 신뢰도를 높이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는 평가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