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보물 같은 동물병원"…일본·서울 달려온 보호자의 진심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반려견 PLE 증례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기침을 하던 강아지의 가슴과 배에 계속 물이 찼다. 일본에서 치료를 시작해 서울 등 국내 여러 동물병원을 찾고 폐 일부를 절제하는 큰 수술까지 받았지만 좀처럼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가망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반려견 '하레'. 보호자는 포기하지 않고 치료할 곳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충북 청주의 고려동물메디컬센터였다.
17일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본과 서울 등 여러 병원을 거쳐 청주까지 온 하레의 치료 과정이 소개됐다.
하레는 지난 7월 말 반복되는 흉수와 복수, 심한 부종과 저알부민혈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하레의 긴 치료는 지난 3월 일본에서 시작됐다. 기침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림프액인 유미가 가슴 안에 차는 '유미흉'을 진단받았다.
흉수를 빼내고 약물치료와 식이 관리를 병행했지만 물은 계속 찼다. 호흡이 어려워질 때마다 흉수를 제거하는 치료가 반복됐다.
4월 말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대형 동물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았다. 폐가 비정상적으로 꼬이는 '폐염전'이 발견돼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수술 후에도 혈액 속 단백질인 알부민 수치는 계속 떨어졌다. 흉수와 복수도 해결되지 않았다. 서울 등 여러 병원에 다니며 검사와 수혈, 치료를 이어갔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상태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보호자는 지인에게 관련 질환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병원을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 검색 끝에 고려동물메디컬센터를 찾았다.
당시 하레는 마른 체형에도 겉으로는 살이 찐 것처럼 심한 피하부종으로 몸이 부어 있었다. 배에는 약 1리터(L)의 복수가, 가슴에는 많은 양의 흉수가 차 있었다.
박소영 고려동물메디컬센터 통합진료센터장은 복수를 제거한 뒤 초음파와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반복되는 흉수·복수와 알부민 감소의 원인을 추적했다. 검사 결과 장을 통해 단백질이 과도하게 빠져나가는 단백소실성장병증(PLE)이 확인됐다.
다만 하레는 일반적인 PLE 환자와 달랐다. 유미흉부터 흉수와 복수, 피하부종까지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데다 폐염전 수술까지 받은 상태여서 진단이 쉽지 않았다.
박 원장에게도 쉽지 않은 증례였다. 진료가 끝난 뒤에도 검사 결과와 상태를 되짚었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왜 이런 양상이 나타났는지', '놓친 부분은 없는지' 생각할 정도로 치료 방향을 고민했다.
그는 "하레는 의료진에게도 많은 것을 알려준 환자였다"며 "일반적인 PLE와 다른 양상을 보여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다시 공부하고 생리학적·병리학적으로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원인을 토대로 집중 치료와 하레에게 맞는 식이 관리가 시작되자 변화가 나타났다.
계속 떨어지던 알부민 수치가 안정을 찾았고 흉수와 복수, 전신 부종도 줄었다. 특히 입원 3일째부터는 새롭게 차오르는 흉수와 복수가 관찰되지 않았다. 식욕과 활력도 차츰 회복됐다.
일본에서 시작해 서울 등 여러 병원을 거치며 수개월간 흉수와 복수를 빼내야 했던 하레와 보호자에게는 반가운 변화였다.
하레가 입원해 있는 동안 보호자의 딸이 일본에 머물자 할머니 보호자는 서울에서 청주까지 매일 내려와 면회했다.
그는 "물이 안 차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옆에서 봐야 하니 너무 안타깝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는 기사들에게 병원을 자랑했다고 한다.
할머니 보호자는 "청주에 이렇게 좋은 병원이 있다고, 보물이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며 "택시 기사님들은 많은 사람을 태우니 혹시 아픈 아이가 있는 분을 만나면 꼭 이런 병원이 있다고 알려달라고 부탁한다"고 전했다.
하레가 퇴원을 앞두자 의료진의 관리는 집에서 먹을 식이까지 이어졌다. PLE는 치료 이후에도 환자 상태에 맞는 식이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수의테크니션(동물보건사)들은 하레가 집으로 돌아간 뒤 당분간 먹을 수 있는 홈메이드 식이를 직접 준비했다.
반려동물의 식이를 준비한 수의테크니션은 "PLE 환자는 상태에 맞는 홈메이드 식이를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퇴원하자마자 보호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당분간 먹을 식이를 만들어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랫동안 아픈 아이를 치료해 온 보호자는 퇴원하는 순간 그동안 밀려 있던 감정을 아이와 나누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을 수 있다"며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식이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하레는 앞으로도 상태에 맞춰 식단과 약물을 조절하면서 재발 여부를 살필 계획이다.
박 원장은 "하레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며 매일 서울에서 청주까지 찾아온 보호자가 기뻐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의료진도 하레를 치료하면서 오히려 위로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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