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급' GPT-6 아스트라 등장…삼전닉스, 메모리 수요 더 늘어난다
복잡한 업무 스스로 처리…활용 늘리는 '제본스의 역설' 주목
3Q 범용 D램 가격 13~18% 상승 전망…AI 확산에 추가 수요 기대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오픈AI의 새 인공지능(AI) 모델 'GPT-6 아스트라'가 등장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스트라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범용인공지능(AGI)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별 작업의 처리 효율이 높아져도 AI에 맡기는 일이 늘면서 전체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는 '제본스의 역설'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고대역폭메모리(HBM)·서버용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GPT-6 아스트라는 기존 AI 모델보다 자료 검색과 분석, 문서 작성, 프로그램 실행 등 여러 단계의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을 강화했다. 업계는 작업이 길어져도 앞서 받은 지시와 진행 내용을 유지하며 결과물을 완성하는 능력이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아스트라의 성능 변화는 낯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서 두드러졌다. 새로운 환경의 규칙을 익히는 평가인 'ARC-AGI-3'에서 표준 실행 환경 기준 62.7%를 기록했다. 이전 모델의 7.8%보다 크게 높아졌다.
오픈AI의 문맥 관리 기능을 적용한 환경에서는 최고 99.9%를 기록했다. 오픈AI가 공개한 전문 업무 자동화 평가 점수 역시 18.1%에서 41.4%로 상승했다.
그렉 브록만 오픈AI 사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아스트라 등장 이후 AGI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AGI는 특정 과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학습·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하는 AI를 뜻한다.
아직 AGI 달성 기준에 보편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AI 역량 평가기관인 ARC 프라이즈 역시 이번 성과가 AGI 달성의 증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AI가 사람의 개입을 줄이면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더 넓혔다는 점에 무게를 둔다.
AI의 발전은 이용자 수와 사용량을 함께 늘릴 수 있다. 작업 방법을 일일이 설명하거나 오류를 수정하는 부담이 줄면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 역시 복잡한 일을 맡기기 쉬워진다. 문서 한 장을 요약하던 이용자가 여러 자료를 비교·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맡기는 식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스트라의 차별적 강점에 대해 "처음 보는 환경에서 인간이 배우는 기술을 인간만큼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AI 에이전트의 진입 장벽이 낮아져 더 많은 업무를 맡길 수 있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제본스의 역설'이 AI와 반도체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술 발전으로 같은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줄어들어도 사용량이 늘면서 전체 자원 소비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AI 역시 일부 작업의 처리 효율이 높아지고 활용이 쉬워지면 더 자주, 더 많은 일에 쓰일 수 있다. 짧은 질문에 답하던 AI에 한 시간이나 하루 분량의 업무를 맡기고, 여러 AI 에이전트에 서로 다른 작업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
작업 한 건에 필요한 연산량이 감소하더라도 전체 작업량이 크게 늘면 이를 처리할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게 된다. AI의 효율 개선이 새로운 사용처를 만들고 인프라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메모리 시장에서는 이미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보다 13~1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업체 재고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추가 공급 물량은 주로 서버용에 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전 분기보다 59.5%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은 각각 63.4%, 37.9% 늘었다.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각각 39.4%, 24.9%로 집계됐다.
아스트라는 기존 메모리 수요 확대에 추가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이용자의 요청을 처리하려면 계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가속기와 데이터를 저장·전달하는 메모리가 필요하다. 계산 능력이 높아도 데이터를 제때 받지 못하면 처리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장시간 업무를 수행할수록 앞서 받은 지시와 참고 자료, 중간 결과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과정이 반복된다. AI 가속기에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HBM과 서버용 D램의 중요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이용자와 업무량 증가가 데이터센터 투자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 기회 역시 확대될 전망이다.
이영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AI에 맡길 수 있는 업무 범위의 확장과 병렬 에이전트 실행에 따라 전체 추론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면서 "인간의 시간이 병목에서 점차 빠져나올수록 연구 속도를 결정하는 제약으로 컴퓨팅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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