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수입 줄어도 K-뷰티는 고공행진…美 '질주' 英·佛 '성장'

미국 화장품 수입 3.7% 감소에도 한국산 5.9% 증가…영국·프랑스 급증
세포라·타깃 등 주류 오프라인 유통망 진입…"반복 구매 연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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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현지 시장의 성장 속도를 앞지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화장품 수입이 줄어든 미국에서도 한국산은 성장했고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전체 수입 증가율보다 한국산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몰을 통해 제품을 알리던 단계에서 벗어나 현지 대형 유통망으로 판매 접점이 넓어지면서 한국산 화장품이 기존 글로벌 브랜드와 나란히 선택받는 시장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입 규모 줄어도 한국산은 성장…일상으로 파고드는 K-뷰티

14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글로벌 무역통계업체 GTA를 바탕으로 집계한 국가별 화장품 수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영국·프랑스에서 한국산 화장품의 수입 증가율은 각국 전체 화장품 수입 증가율을 모두 웃돌았다.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서 변화가 가장 뚜렷하다. 지난해 미국의 화장품 수입액은 전년보다 3.7% 감소했지만 한국산 수입은 5.9% 증가했다. 미국 화장품 수입시장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2.5%에서 24.7%로 높아졌다.

미국 소비자가 수입 화장품을 전반적으로 덜 구매한 상황에서도 한국산의 몫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한국은 2024년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의 화장품 수입국 1위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선두를 유지했다.

이같은 흐름은 최근 K-뷰티 성장세를 단순한 시장 확대의 수혜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전체 시장이 커지지 않더라도 한국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K-뷰티가 미국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제품이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이 한국 브랜드를 전면에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CJ올리브영이 큐레이션한 19개 K뷰티 브랜드는 지난달부터 미국 세포라 580여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도 이달 10일 600개 이상 매장에 '타깃 뷰티 스튜디오'를 열고 아뮤즈·롬앤·닥터멜락신·퓨리토서울 등 한국 브랜드를 새로운 뷰티 상품군에 포함했다.

온라인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제품에 머물렀던 K-뷰티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찾는 주요 유통 채널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프랑스도 현지 시장보다 빨랐다…유럽으로 번지는 K-뷰티

미국에서 나타난 흐름은 유럽 주요 소비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전체 화장품 수입은 4.0% 증가한 데 비해 한국산은 54.2% 늘었다. 한국산 비중은 3.8%에서 5.7%로 확대됐고 한국은 영국의 5위 화장품 공급국으로 올라섰다.

특히 영국으로 들어간 한국 화장품의 약 88%가 기초화장품이다. 서구권에서 '글래스 스킨'을 비롯한 한국식 스킨케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데 이어 현지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제품들이 부츠, 슈퍼드럭 등 대형 드럭스토어와 온·오프라인 뷰티 채널로 판매처를 넓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화장품 강국 프랑스에서도 한국산 증가세는 전체 시장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프랑스의 화장품 수입이 13.0% 증가하는 동안 한국산 수입은 71.5% 늘었다. 프랑스 수입시장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4.9%에서 7.5%로 확대됐다.

특히 프랑스에서의 성장은 K-뷰티의 해외 확장에서 상징성이 크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과 자국 브랜드가 밀집한 시장에서도 한국 제품의 수입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제품군으로 경쟁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서다.

현지 소비 흐름도 K-뷰티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코트라는 프랑스 화장품 시장 분석을 통해 틱톡 등 SNS와 소비자 직접판매(D2C) 채널이 확대되면서 더모 화장품과 스킨케어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을 짚었다.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기존 대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생 브랜드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소비자의 선택지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제품 출시 주기가 빠르고 성분·제형을 차별화해 온 한국 브랜드의 시장 진입 틈이 넓어졌다는 해석이다.

수출국 다변화에 가파른 성장세…"반복 구매 연결이 중요"

K-뷰티를 둘러싼 중요한 변화는 성장 지역 자체가 여러 곳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한 7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이 14억 5000만 달러로 최대 수출국을 유지한 가운데 중국은 10억 1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반면 영국·폴란드 등 유럽과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 다른 국가로의 수출은 빠르게 늘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여지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미국에선 전체 화장품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산 비중이 커졌고,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현지 시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한국산이 성장했다. 오프라인 주류 유통망 입점이 확대되면서 K-뷰티가 해외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도 이전보다 넓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 수출의 다음 관전 포인트는 현지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비중이 얼마만큼 높아지고 이를 대형 유통망과 반복 구매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