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배치전환, 쟁의 대상서 제외해야…광주 투자 지연 우려"

"대규모 프로젝트 투자 실행 순간 노동쟁의 대상 포함"
"해석 지침 보완 작업서 명확히…시행령에 명문화 필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3대 메가 프로젝트 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광주·전남 등 서남권에 약 800조 원을 투자, 제2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2026.6.29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경제계가 3일 발표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 지침'에서 사업장 인력 배치전환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시행령으로 이를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을 경우 광주 반도체 공장 등의 대규모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침대로라면 광주 프로젝트는 투자를 실행에 옮기는 순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사업이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노동쟁의 시행 지침에…"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차질로 귀결"

고용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 지침'에선 공장 신설·이전, 사업 매각·인수, 인공지능(AI)·자동화 설비 도입 등 사업 경영상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공장 신설·이전 등 기업 투자와 관련, 노동쟁의 대상 판단의 구체적 예시로 교섭 대상은 신설 공장으로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근무지·직무 등 변동), 근무 형태 변경, 근무지 이전에 따른 지원 등이 된다고 명시했다.

경제계에선 곧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함은 물론,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차질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반도체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인력 재배치 계획의 구체화 없이는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를 실행하기 위해 인력 운영계획을 수립·공지하는 순간, 지침안의 문언상 배치전환이 교섭·쟁의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광주 프로젝트는 투자가 진행되면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지침안에선 신규 공장의 인력 운영계획 등의 추진 또는 결정 사실이 공지되거나 노사 간에 확인되는 등 배치전환이 '구체화'하는 경우에는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된다고 봤기에 신설 공장으로의 배치전환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대규모 투자 현장에선 사실상 '실행하면 교섭 대상'이라는 역설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원 역시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가 입게 될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형량, 전직 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배치전환에 단체교섭·쟁의 절차까지 추가되면 법적 통제의 중복과 노사관계 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해 보인다.

"파업 리스크 우려 기업들, 투자 실행 주저할 수밖에"

게다가 이번 정부의 발표는 행정지침이라는 규범 형식 자체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반응도 많다. 학계에서도 지침은 '응급처방'일 뿐만 아니라 추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해석이 흔들리면 기업도 근로자도 예측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노동쟁의의 범위에 관한 기준을 법률 자체에 마련하는 보완 입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당장 광주 반도체 프로젝트 등 대규모 사업 계획이 법 개정이 미뤄지는 와중에 투자 실행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는 데 있다. 노조가 이미 관련 사안의 교섭 의제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쟁의 대상 여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정비되지 않으면 기업은 파업 리스크를 우려해 인력 재배치와 투자 실행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는 공장 증설에 필요한 인력 이동이 노사분쟁으로 지연되면 그 타격이 연쇄적으로 번져 협력사의 투자와 채용도 미뤄지고, 가장 먼저 닫히는 문은 노동시장 밖에서 기다리는 청년의 취업문이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이 파격적 지원으로 공장 완공 시점을 앞당기는 반도체 속도전 속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국가 전략 프로젝트의 시계를 늦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도체 성공의 열쇠는 지원금만이 아니라 기술과 자본, 그리고 사람이 제때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린 까닭이다.

따라서 입법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그때까지는 정부의 해석 지침 보완 작업에서 최소한 신규 투자·사업장 이전·생산라인 재편 등 '사업확장형 배치전환'은 쟁의 행위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노동조합법에 사업 경영상 결정의 구체적 판단 요소와 절차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근거를 두고, 그 위임에 따라 시행령에 '신규 투자·증설에 따른 배치전환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문화하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학계에선 경영상 결정이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의 직접성·중대성·예견가능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법률에 명시하고, 정보제공·협의·교섭·쟁의의 단계도 구분하자는 제안까지 나온다. 결국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예측 가능한 규범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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