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美·서유럽 잇달아 뚫었다…K9 수출 영토 '방산 선진시장'으로

美 MTC 시제품 단독 선정·스페인 6600억원대 계약
글로벌 메이저와 정면승부…사우디·인도 등 후속계약 기대

육군 제11기동사단 용포여단이 31일 경기 포천시 다락대훈련장에서 포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 가운데 K9A1 자주포가 목표 지점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11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31 ⓒ 뉴스1 양희문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K-방산 대표 무기인 K9 자주포를 앞세워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과 전통적 방산 강국이 밀집한 서유럽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그동안 동유럽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넓혀온 K9의 수출 영토가 미국과 서유럽 핵심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 유러피언' 넘은 K9…스페인서 서유럽 첫 깃발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스페인 방산기업 인드라와 K9 자주포 등의 수출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경영상 비밀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6600억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은 K9의 첫 서유럽 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9은 그동안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핀란드와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해 왔다.

스페인 육군이 추진하는 자주포 현대화 사업은 총 45억 5400만 유로(약 7조 25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궤도형 자주포 128문과 차륜형 자주포 86문, 탄약 보급 차량 214대 등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화 전략으로 유럽연합(EU)의 높은 진입장벽에도 대응했다. 한화가 K9 플랫폼 기술을 제공하고 인드라가 스페인 히혼 공장에서 차체와 제어·통신 시스템 등을 제작해 현지 육군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스페인 수주는 이 같은 '안보 블록'의 장벽을 넘어섰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EU가 역내 방산업체를 우선하는 '바이 유러피언' 기조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과 공급망 참여를 결합한 사업모델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월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의 KF41 링스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높은 현지화율을 제시하고 EU의 재무장용 SAFE 기금 기준까지 충족했지만 유럽 방산기업을 넘어서지 못했다.

美 진입으로 TAM 확대…사우디·인도·폴란드 후속 수주 기대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서도 성과를 냈다. 미 육군은 최근 경쟁 입찰을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를 신형 기동 전술포(MTC) 프로그램의 시제품 개발업체로 선정했다.

한화디펜스USA는 향후 4년간 최대 18문의 차륜형 K9 자주포를 시제품으로 공급한다. 6문을 우선 공급하고 12문을 옵션으로 추가 인도하는 방식으로 전체 계약 규모는 최대 2억6200만 달러(약 3700억 원)다.

입찰에는 독일 라인메탈과 영국 BAE시스템즈,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즈 등이 참여했다. 미 육군은 납기와 요구 성능, 현지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한화를 선택했다.

아직 시제품 단계인 만큼 최종 양산 수주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미 육군은 시제품을 시범 운용한 뒤 지휘관 평가 등을 거쳐 실전 배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종 양산 계약까지 이어질 경우 국산 무기체계가 미국에 대규모 공급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진출은 수주 한 건을 넘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접근할 수 있는 시장 자체를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DB증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글로벌 국방예산 상위 10개국 가운데 미국이 약 43%를 차지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기존 한국 방산업체가 접근할 수 있던 시장은 글로벌 국방예산의 약 28% 수준으로, 미국 진입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는 평가다.

미국과 서유럽에서 확보한 레퍼런스는 추가 수주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약 15조 원 규모의 자주포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도에서는 K9 현지화 모델 'K9 바즈라' 300문 이상 추가 도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폴란드도 현지화를 전제로 최대 308문, 약 8조원 규모의 추가 도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의 기술 고도화도 이어가고 있다. 기존 궤도형에 이어 미국 시장을 겨냥한 차륜형 모델을 개발했으며, 향후 포탑 자동화를 통해 운용 인력을 5명에서 3명으로 줄인 K9A2와 완전 무인화 모델 K9A3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서유럽은 기술력뿐 아니라 현지 산업기반과 안보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시장"이라며 "한화가 이들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한 것은 향후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도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