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딜레마…재계 "밸류업 정책과 상충 예외 필요"

자사주 소각하면 삼성생명 '금산법 위반'에 지분 매각 '효과 반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 뉴스1 DB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내놓은 최대 110조 원 규모의 주주 환원 계획이 주가 부양과 증시 활성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설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위반하게 된다.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대거 처분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물론 삼성전자 경영권 방어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알고 있지만 SK하이닉스처럼 속 시원하게 카드를 꺼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 같은 '자사주 소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소각에 따른 지분율 상승을 예외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예외를 허용할 경우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 온 '밸류업'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어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10조 주주 환원 발표에도 시장 반응 '냉랭'…'자사주 소각 없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약 90조~11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2026년 주주 환원 시행 방안을 의결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주주 환원 발표 다음 거래일인 지난 24일 코스피가 약세를 보였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만 4500원(8.70%) 내린 25만 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한 주를 기준으로 봐도 삼성전자의 주주 환원 계획 발표 이후 주가는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28일 25만 7000원으로 마감, 지난 21일(28만 1500원)보다 8.7% 하락했다. 물론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시장에선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사주 소각 규모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확산한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주주 환원 계획을 발표한 SK하이닉스와 비교되기도 한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9일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 전량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다음 날인 20일 전일 대비 12.73% 상승한 169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의 주주 환원 규모는 40조 원으로 삼성전자보다 작지만 주가 부양 효과는 더 확실했던 셈이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12% 내린 6696.96, 코스닥은 1.42% 오른 813.33,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 종가보다 4.1원 내린 1382.4원을 기록했다. 2026.8.24 ⓒ 뉴스1 오대일 기자
자사주 소각하면 삼성생명 금산법 위반…지분율 낮춰야

삼성전자 역시 시장의 자사주 매입·소각 요구를 잘 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설정한 시간표에 따라 자사주를 소각했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고 주당 가치는 상승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시장에서 자사주 소각을 원하는 이유다.

다만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소각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산법에선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합산해서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제한을 두고 있다. 금융사가 비금융업에 과도하게 진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하게 되면 삼성생명·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넘어설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삼성생명,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각각 8.51%와 1.49%다. 한도인 10%를 채운 셈이다.

결국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0%룰을 위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장에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내다 팔 수밖에 없다. 자사주 소각을 하더라도 주가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정 기업 예외 어렵지만…밸류업 정책과 충돌 줄이는 방법 필요"

경제계에선 이번 기회에 금산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에도 시장에서 차가운 반응을 보였던 상황을 언급하며 "금산법이 주주가치 제고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금산법 완화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도 금산분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 차원에서도 한번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산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제도적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이 사실상 금산법상 10% 한도에 맞춰져 있어 삼성전자가 보통주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금융계열사의 지분율이 기계적으로 올라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현재 구조에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이 오히려 금산법 규제와 충돌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삼성전자에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특정 기업에만 예외를 주면 다른 대기업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나올 수 있고, 규제의 일관성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삼성전자만 예외'가 아니라 '자사주 소각으로 인해 금융계열사의 지분율이 의도하지 않게 상승하는 경우'를 별도로 규정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주 소각으로 발생하는 지분율 상승분은 금산법상 한도 산정에서 일정 부분 예외로 인정하거나, 일정 기간 내 금융계열사가 초과분을 처분하도록 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며 "이것이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금융산업 규제의 충돌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오정근 서울종합과학대학원 석좌교수는 "정부가 밸류업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상황에서 금산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금산법은 투자자 등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산법 완화가 쉽게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문제는) 개별 기업의 사안이기에 경제계 전체에서 금산법 완화 문제가 논의되고 있지는 않다"며 "금산법 완화 요구를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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