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고 팔고" SK 리밸런싱 다시 속도…SK이노베이션 '엄마 품' 역할
SK E&S·SK온 이어 SKIET까지 흡수 합병…분리막 사업 키운다
-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SK그룹의 사업 재편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들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한 회사와 합병을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핵심은 SK이노베이션(096770)이다. SK E&S와 SK온에 이어 분리막 사업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까지 품기로 했다. 외형적인 사업 재편을 넘어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재무 부담을 낮추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꼽힌다. 리밸런싱의 성패는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SKIET 흡수합병을 의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존속회사로 남고 SKIET는 소멸한다. 합병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핵심은 SKIET가 별도 회사로 운영해 온 분리막 사업을 SK이노베이션에 편입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해 분리막 사업의 재무 위험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SKIET의 사업 환경이 악화된 점이 합병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로 북미 수요 회복이 지연됐고, 분리막 수요 감소와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경쟁도 심해졌다.
실적에서도 이런 상황이 드러난다. SKIET는 올해 2분기 매출 395억원, 영업손실 635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합병 설명회에서 분리막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유지할 경우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자체 신용도를 활용할 수 있는 합병이 재무 안정성과 사업 경쟁력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합병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마케팅 등 중복 기능을 통합하고 SKIET의 연구개발(R&D) 역량과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역량을 결합해 연간 약 600억 원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개선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날 SK가스도 SK어드밴스드 합병을 의결했다. 프로판탈수소화(PDH)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를 흡수합병해 프로판 조달부터 프로필렌 생산·판매까지 이어지는 사업을 하나의 경영체계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합병은 갑작스럽게 나온 조치라기보다 SK그룹이 최근 수년간 추진해 온 사업구조 재편의 연장선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 11월 SK E&S를 흡수합병하며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합했다.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에서도 계열사 통합이 이어졌다. SK온은 2024년 11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한 데 이어 2025년 2월 SK엔텀을 합병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SK엔무브까지 흡수합병했다.
이 같은 통합의 공통점은 비슷하거나 연결된 사업을 하나로 묶어 관리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데 있다. SKIET 합병은 여기에 더해 실적 부진으로 재무 부담이 커진 사업을 모회사 체계 안으로 편입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해 분리막 사업의 생산·공급을 안정화하고 연구개발(R&D) 역량을 결합해 제품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별도 법인을 유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자금 조달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사업 전략과 투자 의사결정을 SK이노베이션 중심으로 일원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그룹은 자산 매각도 병행하고 있다. SK㈜는 지난 7월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약 2조3000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에서 핵심 소재 기업을 매각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리밸런싱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처럼 SK는 사업을 무조건 확대하기보다 계열사 간 사업을 묶거나 필요성이 낮아진 자산을 정리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SKIET 합병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분리막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 법인을 없애고 SK이노베이션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리밸런싱의 결과를 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과제다. 특히 SK온을 비롯한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회복과 재무 부담 완화가 중요하다. 이번에 합병하는 SKIET 역시 분리막 사업의 실적 개선 여부가 핵심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고 정책 환경이 개선될 경우 분리막 사업의 EBITDA 흑자 전환이 2~3년 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flyhighr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