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자문사 4곳, 고려아연 추천 백인규 후보 '찬성' 권고(종합)

PIRC·이건존스 가세…ISS·서스틴베스트와 같은 선택
회계·감사·내부통제 전문성 주목…내달 9일 임시주총서 표결

고려아연이 한 전시회에서 핵심 소재 경쟁력을 소개하고 있다.(고려아연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추천한 백인규 감사위원 후보가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4곳의 지지를 확보했다. 서스틴베스트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에 이어 영국의 PIRC와 이건존스 프록시서비스가 백 후보에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에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자문사들은 회계·감사·내부통제 분야의 전문성을 백 후보의 강점으로 평가했다. 다음 달 9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는 합산 3%룰이 적용되는 만큼 기관투자자와 소수주주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IRC·이건존스까지…자문사 4곳 의견 일치

25일 업계에 따르면 의결권 자문사 PIRC(Pensions & Investment Research Consultants)와 이건존스 프록시서비스(Egan-Jones Proxy Services)는 최근 임시주총 의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백인규 후보를 지지했다. 박 후보에 대해서는 두 자문사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의결권 자문사는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 등 주주에게 찬성·반대 등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하는 기관이다. 기업 지배구조와 이사 선임, 보수, 주주제안 등을 평가한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다.

PIRC는 두 후보가 감사위원회의 재무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전문성을 비교했다. 백 후보가 재무보고와 내부통제 분야에서 구체적인 전문성을 갖췄고 한국·미국 공인회계사(CPA) 자격과 폭넓은 감사·재무자문 경력을 보유한 점을 찬성 근거로 들었다.

백 후보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약 28년간 파트너로 재직하고 한국 딜로이트그룹 이사회 의장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 단국대학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산학협력중점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앞서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지난 24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백 후보의 회계·감사·재무자문·내부통제 경험이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의 주요 과제에 직접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전원 독립이사로 구성된 고려아연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 절차가 부적절하거나 일반적인 지배구조 기준에 어긋난다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역시 두 후보의 독립성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지만 감사위원 직무와 연결된 전문성은 백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했다. 최근 고려아연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과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제재를 고려하면 회계·감사·내부통제 감독 역량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독립이사 후보도 회사 측 지지…이건존스, MBK 후보 반대

PIRC와 이건존스는 집중투표로 선임하는 독립이사 후보 중 고려아연이 추천한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에게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이건존스는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심혜섭 변호사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번 독립이사 선임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 고려아연이 추천한 이형규·서은숙 후보와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준봉·심혜섭 후보 등 4명을 선임하는 안건이다.

집중투표제에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총 400표를 받아 한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나눠 투표할 수 있다. 소수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해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는 선임할 이사와 후보가 각각 4명으로 같다. 후보 간 순위를 가려 일부를 탈락시키는 일반적인 경쟁 구도와는 차이가 있다. 각 후보가 필요한 결의 요건을 충족하면 4명 모두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합산 3%룰 적용…기관·소수주주 표심이 변수

실질적인 표 대결은 감사위원 한 자리를 놓고 벌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이 추천한 백 후보와 MBK·영풍 측이 추천한 박 후보 중 한 명만 선임된다. 두 후보를 한꺼번에 표결해 모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면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감사위원이 된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 전체 주식의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는 합산 3%룰이 적용된다. 최대주주 측이 보유 지분을 그대로 표로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와 소수주주의 표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 역시 주요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측 9명과 MBK·영풍 측 5명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독립이사 후보 4명이 모두 선임된다는 전제에서 백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합류하면 이사회는 12대 7, 박 후보가 선임되면 11대 8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개정 상법에 맞춰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도 표결한다. 같은 내용의 안건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MBK·영풍 측 반대로 부결됐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