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대표 "고려아연 분쟁, 장기 산업투자·경제안보 관점서 봐야"

"제련소, 대형마트와 달라…장기 투자 필요"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6.3.24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다음 달 9일 열리는 고려아연(010130)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단순한 주주 간 지분 경쟁이 아니라 장기 산업투자와 경제안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을 지낸 류 대표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본인의 칼럼을 소개하며 단기적인 재무성과와 자본 회수에 치우친 의사결정이 기업과 산업의 장기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기업의 투자 성과는 투자금 회수 속도와 수익률 등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신기술이나 대규모 설비 투자는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단기 수익성만으로 평가하면 이런 투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게 류 대표 설명이다.

그는 이런 문제의식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적용했다. 사모펀드 등 금융자본은 통상 일정 기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지만 제련업과 같은 장치산업은 설비 증설·유지, 기술 개발, 인력 육성 등에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5년의 시계, 30년의 산업"이라는 표현으로 금융자본과 산업의 시간표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영권이 바뀐 뒤 자산 매각이나 배당 등으로 단기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설비·환경·안전·인력·기술에 대한 장기 투자가 뒤로 밀리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고려아연 본사. ⓒ 뉴스1 김진환 기자

고려아연의 산업적 특수성에도 주목했다. 류 대표는 "제련소는 대형마트와 또 다르다"며 "제련업의 경쟁력은 토지와 건물이 아니라 안정적 조업, 축적된 공정 기술, 숙련 인력, 원료 조달과 판매망의 결합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안티모니의 전략적 가치도 언급했다.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의 안티모니 생산기업으로, 안티모니는 방산과 반도체 등에 활용되는 핵심 광물이다. 중국이 안티모니 수출을 통제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 경영진의 지배권을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너 경영의 문제점과 경영진의 책임은 엄격하게 견제해야 하지만 경영권 갈등이 산업의 장기 투자 역량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전략산업 기업의 지배권이 크게 바뀔 경우 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제도도 제안했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참고하되 적용 대상을 외국인 투자로 한정하지 않고 국내외 자본을 불문해 국가핵심기술과 전략광물, 핵심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의 지배권이 일정 수준 이상 이동하면 경제안보 영향평가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 제도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독립적인 심사기구와 명확한 심사 기준 같은 안전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기 산업투자를 뒷받침할 자본으로는 국민연금을 꼽았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이면서 사모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기관투자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운용사에는 장기 산업의 관점에서 투자 회수 방식을 요구하고 주주로서는 기존 경영진과 인수자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류 대표는 "5년의 시계를 가진 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30년의 시계를 가진 자본"이라며 "자본은 국경을 넘지만 설비와 기술 인력, 공급망이 빚어내는 산업역량은 쉽게 옮겨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의 건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4인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의 건 등을 다룰 예정이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