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쇼'에서 '인간 대체'로…中 휴머노이드 로봇대회 보니

'일하는 로봇' 경쟁 본격화…달리기 기록보다 작업 능력 주목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대회 개막식에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2026.08.22 ⓒ 신화=뉴스1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쟁 기준이 화려한 동작과 빠른 속도를 넘어 산업현장에서 사람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단계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대회에서는 로봇의 속도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정밀 작업, 여러 로봇의 협업 능력까지 시험대에 올랐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올해 2회째인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대회는 지난 22일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개막해 26일까지 진행된다. 올해 대회에는 16개국 666개 팀, 2000대 이상의 로봇이 참가해 51개 종목에서 경쟁한다. 1년 만에 참가 팀은 약 2.4배, 로봇은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속도보다 정밀성 △원격 조종 아닌 자율 판단 △1대 아닌 여러 대 협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0m 속도보다 중요한 건 '실전 능력'

이번 대회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건 단연 속도다. 지난해 대회에서 휴머노이드의 100m 기록은 21.5초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9초대까지 단축됐다. 중국 휴머노이드 '톈궁 울트라'는 9.39초를 기록해 인간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의 세계신기록 9.58초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해 대회 우승 기록과 비교하면 1년 만에 기록이 절반 이상 단축됐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보다 빨리 달렸다는 사실만으로 산업 현장 투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 경기에서는 일부 로봇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빠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넘어지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속도보다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정확하게 작업한 뒤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다.

대회가 달리기와 축구 같은 스포츠 종목과 함께 공장 조립, 전기차 충전, 물체 인식·정밀 조작, 음식점 서비스 등 실제 작업을 본뜬 종목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 51개 종목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 산업·생활 환경을 가정한 시나리오형 과제로 구성됐다. 이 중 40% 이상은 로봇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원격 조종' 넘어 스스로 판단하는 로봇으로

자율성은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의 또 다른 분기점으로 꼽힌다. 사람이 원격으로 로봇의 움직임을 일일이 조종하는 수준을 넘어 로봇 스스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작업 순서를 판단해 수행할 수 있어야 현장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휴머노이드 기술이 단순한 하드웨어를 넘어 '피지컬 AI'로 진화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세계의 정보를 센서 등으로 인식하고 판단한 뒤 실제 움직임으로 옮기는 기술을 말한다. 세계 최대 제조업 기반을 갖춘 중국이 피지컬 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속도가 주목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 산업이 기술뿐 아니라 원가와 양산, 수요 측면에서도 변곡점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휴머노이드가 단순 자동화 기기를 넘어 다양한 작업에 활용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대회 개막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2026.08.22 ⓒ 신화=뉴스1
한 대 넘어 여러 대…'로봇 직원' 가능성 시험

개별 로봇 한 대의 능력뿐 아니라 여러 대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지도 중요한 관전 요소다. 제조 현장에서는 하나의 로봇이 모든 작업을 맡기보다 여러 로봇이 작업을 나눠 수행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어서다.

대회에서는 축구처럼 여러 로봇이 동시에 움직이는 종목을 통해 로봇의 개별 동작뿐 아니라 상황 판단과 협업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다른 로봇과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나눌 수 있다면 실제 생산·물류 현장으로의 적용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이 같은 기술 경쟁은 국내 로봇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두산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자체 개발과 지분 투자, 인수합병(M&A), 사업 협력 등을 통해 로봇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이 로봇 완제품 개발뿐 아니라 부품과 시스템의 수요처 역할까지 맡으면서 국내 로봇 기업의 기술 검증과 시장 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는 평가다.

결국 휴머노이드가 '보여주는 로봇'에서 실제 사람의 일을 맡는 '일하는 로봇'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이번 대회가 그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