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갈까, 병원부터 갈까"…선배 수의사들의 현실 조언
벳아너스, CES서 커리어 토크 첫선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수의대 졸업 후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을 깊이 파야 할까. 아니면 동물병원에서 다양한 환자를 먼저 경험한 뒤 진로를 정하는 게 좋을까.
수의사라면 한 번쯤 마주하는 진로 고민에 현장 선배들이 '밸런스게임'으로 답했다. 대학원 진학부터 평생 주치의와 특정 분야 전공, 개원과 조직 내 성장까지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각자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동물병원 얼라이언스 벳아너스(VET HONORS, 대표 서상혁)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베어홀에서 '제3회 증례 교류 심포지엄(CES)'을 개최했다.
특히 올해는 수의사의 진로와 성장을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 '커리어 토크(CAREER TALK)'를 새롭게 선보였다. 패널과 청중이 실시간 밸런스게임에 함께 참여해 각자의 선택과 이유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커리어 토크는 김건우 FM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사회를 맡았다. 이태호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원장, 설재민 루시드동물메디컬센터 원장, 정민규 FM동물메디컬센터 원장, 김수정 다솜동물메디컬센터 금정점 원장이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풀타임 전공부터 임상 경험 후 전공을 선택한 경우, 병원을 운영하면서 파트타임으로 대학원을 다닌 경우까지 서로 다른 경험을 공유했다.
관심을 끈 질문은 '전공을 선택한다면 졸업 직후 대학원에 갈 것인가, 현장을 먼저 경험할 것인가'였다.
설재민 원장은 학위가 모든 수의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대학원을 선택한다면 먼저 2~3년 정도 현장을 경험해 볼 것을 권했다.
설 원장은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대학원에 진학하면 이후 임상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현장을 경험한 뒤 학교에 가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공부할 수 있어 오히려 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원장과 이태호 원장 역시 현장 경험이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데 공감했다. 김 원장은 "대학원 진학 기회가 보장돼 있다면 로컬 경험을 쌓은 뒤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개인이 처한 상황과 진학 기회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민규 원장은 장기적인 진로 방향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질환을 폭넓게 진료하는 일반 임상 수의사(GP)와 특정 분야를 깊이 파는 전공자는 이후 커리어 방향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자신의 목표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뭐든 다 볼 줄 아는 평생 주치의와 한 분야를 깊이 파는 수의사 중 어떤 삶이 더 끌리는가'라는 질문에서도 선택은 엇갈렸다.
설 원장은 "동물의 어린 시기부터 여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보호자와 유대관계를 맺으며 함께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수정 원장도 "한 가지 케이스만 보는 것보다 동물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 오랫동안 진료하는 데 더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반면 영상의학을 선택한 정민규 원장은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가장 호기심이 가고 잘할 수 있으면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영상의학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르다기보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분야를 찾아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호 원장은 자신만의 뚜렷한 강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영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방법'으로 카테고리 챔피언이 되라는 말이 있다"며 "요즘은 전공자도 많기 때문에 자신만의 뾰족한 강점 하나를 만들고 그 분야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좋은 성장 방향"이라고 말했다.
패널들은 학위 자체가 이후의 처우나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전공 여부뿐 아니라 실제 진료 역량과 업무 성과, 동료들과 협업하는 능력 등이 함께 평가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커리어 토크는 서상혁 벳아너스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김예원 24시더케어동물의료센터 원장, 박주형 VIP동물의료센터 성북점 원장, 최중연 SNC동물메디컬센터 원장, 노현우 이룸안과치과동물병원 원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대형병원과 1인 특화병원, 공동 개원 등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개원 시점과 조직 내 커리어 등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젊을 때 빨리 개원할 것인가, 충분한 연차와 자본을 쌓은 뒤 개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는 달라진 동물병원 시장 환경이 화두가 됐다.
노현우 원장은 "제가 개원했을 때와 지금은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동물병원이 많아지고 대형화·고급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30대 초반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 실력뿐 아니라 사람과 조직을 이끌 준비가 됐는지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최중연 원장은 체력과 추진력을 고려하면 비교적 젊은 시기의 개원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조직에서 성장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박주형 원장은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병원이라면 한 곳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도 권장한다"고 말했다.
김예원 원장은 목표와 병원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체계가 갖춰진 대형병원이라면 한곳에서 장기간 성장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소규모 병원에서는 여러 환경을 경험하는 것도 향후 진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는 젊은 수의사들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고민을 폭넓게 다뤘다.
서상혁 벳아너스 대표는 "CES는 현장에서 쌓은 증례와 임상 경험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자리"라며 "올해는 커리어 토크를 더해 진료뿐 아니라 수의사로서의 진로와 성장까지 고민하는 교류의 장으로 넓혔다"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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