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없애고 공장까지 새로 지었다…"GV90, 가장 어려운 차"
제네시스, 미국서 GV90 월드 프리미어 '테크 브리프' 개최
코치도어·루프 에어백·주행 성능 기술…개발 후일담 전달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GV90은 제네시스가 지금껏 만든 차 가운데 가장 어려운 차였습니다.-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
제네시스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Palace of Fine Arts)에서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 GV90에 적용된 기술을 심층 조명하는 '테크 브리프'(Tech Brief)를 열고 GV90의 제조 과정을 소개했다고 23일 밝혔다.
19일(현지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 'GV90 월드 프리미어'가 GV90의 디자인과 상품성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였다면 테크 브리프는 차량에 적용된 핵심 기술의 개발 과정을 연구개발 책임자가 직접 설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는 현대차그룹 R&D본부장 만프레드 하러 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GV90의 개발 과정에 참여한 R&D본부와 제조솔루션본부의 담당 중역 6인이 순차적으로 무대에 올라 각 부문이 담당한 기술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발표는 △개발 철학 △제품 개요와 주요 상품성 △네오룬 아치 게이트 △차량 안전 △주행 성능과 정숙성 △제조 기술 순으로 이어졌다.
행사의 시작을 연 만프레드 하러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새로운 SUV를 개발하는 일이 아니었다"며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에 의문을 던지고 제네시스에게 럭셔리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허 상무는 플랫폼과 배터리, 전원 체계, 차체 구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론 차량을 생산할 공장까지 새로 만들었다며 "거의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설계한 결과 제네시스 사상 가장 특별한 차량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고객 최우선'이라는 핵심 가치를 토대로 플래그십에 걸맞은 완성도를 구현하는 데 개발의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는 이런 고민이 △익숙한 불편함까지 덜어내는 '수고로움 없는 경험'(Effortless) △고객 안전 최우선 △충실한 기본성능 △움직이는 프라이빗 라운지 등 네 가지 개발 철학으로 구체화됐다고 언급했다.
이번 월드 프리미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GV90 네오룬의 코치도어 구조 '네오룬 아치 게이트'다. 차체의 B필러가 담당하던 역할을 도어 내부로 옮긴 '히든 B필러 구조'를 택해 1.8GPa급 초고강도 스틸 듀얼 빔을 수직·수평으로 교차 적용하고 측면 충돌 하중을 차체로 분산시켰다.
B필러는 차체의 지붕과 바닥을 잇는 기둥으로 측면 충돌 하중을 견디고 차체의 비틀림을 잡아주는 핵심 골격이다. 이를 없앤 차체는 강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자동차 설계의 오랜 상식이었다.
제네시스는 GV90 네오룬에서 B필러를 완전히 없애는 대신 도어 안쪽으로 옮겨 넣고 경주차의 롤케이지 원리를 재해석한 구조를 차체 내부에 더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이대희 제네시스바디설계실 실장은 "일반 스윙도어를 적용한 GV90 모델도 경쟁차를 앞서는 우수한 차체 강성을 확보했지만 GV90 네오 네오룬은 그보다도 12% 더 높은 강성을 확보했다"며 개방감을 얻기 위해 안전을 양보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GV90에 세계 최초로 적용된 루프 에어백은 각국 법규와 충돌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도로에서 일어나는 사고 3800만 건을 들여다 본 결과물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실제 시속 110㎞로 달리던 GV90 차량이 경사로를 타고 넘어가며 전복되는 순간 루프 에어백을 포함한 12개 에어백이 빠르게 전개되며 탑승객을 보호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양립하기 어려운 다이나믹 주행 성능과 안정감 및 안락함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기술도 소개됐다. 고성능차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를 전·후륜에 모두 적용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배분해 선회 시 자세를 제어하고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접지력이 남은 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해 트랙션을 확보하게 됐다.
서스펜션의 압축과 인장을 독립 제어하는 모노튜브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쇽업소버를 적용해 최적의 승차감과 안정성을 구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GV90가 만들어지는 제조 현장도 공개됐다.
정재헌 제네시스생기실 실장은 GV90의 생산을 위해 새롭게 지은 울산 EV공장을 소개하며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쌓아온 제조 기술을 이곳에 집약했다고 말했다.
차체 패널을 만드는 프레스 공정에서는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은 유려한 곡면을 구현하기 위해 6800톤급 서보 프레스와 패널 정밀 검사 설비를 도입했다고 한다.
차체 공정에서는 알루미늄 비중을 크게 높인 차체를 견고하게 잇기 위해 알루미늄과 스틸 등 서로 다른 소재를 부위별로 나눠 접합하는 4가지 신공법을 적용했다.
완성된 차체는 사람 시력의 6배 수준으로 표면의 미세한 결함을 잡아내는 자동 검사를 거친 뒤 자동 사상 공정에서 표면을 다듬어 도장 공정으로 넘어간다.
도장 공정에는 고객이 원하는 단 하나의 색을 입히는 맞춤형 컬러 부스를 도입했다. 더 낮은 온도에서 굳는 도료를 새로 개발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40% 줄였다.
마지막 의장 공정에서는 실제 주행 환경을 공장 안에 재현해 정숙성을 검증했다. 노면 요철을 재현한 롤러 위에서 차량을 구동시키고 최대 시속 160㎞의 바람을 일으켜 혹시 모를 잡음까지도 검출해 낸다.
허 상무는 "GV90에 담긴 기술은 연구개발뿐 아니라 상품기획과 생산, 품질, 판매까지 전사가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함께 완성한 결과"라며 "제네시스는 고객이 차를 마주하는 모든 순간을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기 위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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