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잘못 썼다간 매출 4% 과징금…내달 EU 규제 시행 '주의보'
EU '그린워싱 방지법' 9월 말 시행…근거 없는 친환경성 표현 금지
제품설명부터 보도자료까지 도마 위…홈피 개편하고 가이드라인 배포
- 김성식 기자,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정윤미 기자 = 유럽연합(EU) 전역에서 내달부터 친환경 표현을 잘못 썼다가는 매출의 4%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각종 제품 설명과 홍보 광고는 물론 기존 보도 자료까지 들여다보며 대대적인 리스크 점검에 들어갔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EU는 오는 9월 24일부터 '녹색 전환을 위한 소비자 권한 강화 지침'(ECGT)을 회원국 전역에서 시행한다. EU 전역에서 제품 설명과 광고, 보도자료 등에 근거 없는 '친환경'·'지속가능', 탄소 상쇄에 의존한 '탄소중립' 등을 표기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친환경적인 척 기만하는,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ECGT는 2024년 3월 EU 지침으로 발효돼 지난 2년여간 회원국 각국의 입법 기간을 거쳐 내달부터 시행된다.
위반 기업은 게재 중단과 시정 명령, 소비자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 여러 회원국에 걸친 중대한 위반의 경우 관련국 내 연간 매출액의 4% 이상을 법정 최고 한도로 하는 과징금 제재도 가능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통상 제조업 영업 이익률이 한 자릿수인 점을 감안하면 친환경 표현 잘못했다가는 유럽에서 번 돈을 다 토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ECGT 리스크 점검을 마무리하고 있다. 현재 제품 설명과 광고는 물론 기존에 배포했던 보도자료까지 다 들여다보고 있다. 규제가 소급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시행 이후 회사 홈페이지에 규정을 위반한 과거 보도자료가 남아 있다면 처벌받을 수 있어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과거 보도자료 등이 저장된 회사 홈페이지 뉴스룸을 지난달 대대적으로 개편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친환경성 표현을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005380)는 지난 2024년 국내 마케팅·광고 관련 약 20개 부서의 표시·광고물 260건 점검했다. 이 중 32%에서 그린워싱으로 판단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식별해 시정했다. 최근에는 시정 사항들을 토대로 친환경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부터 그린워싱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사내에 배포해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시 이를 준수하도록 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2분기 주요 준법 감사 대상으로 온라인 판매사이트 내 그린워싱을 선정해 관련 리스크를 점검했다. 최근에는 사내 포털에 그린워싱 예방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개념 이해와 환경성 표현 사용 시 유의 사항들을 외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예컨대 제품 포장재에 단순 '재활용 가능'이라고 표기할 경우 소비자들은 제품 전체가 재활용할 수 있다고 오인할 수 있어 '포장'과 '제품' 각각의 재활용 가능 표시를 나눠서 기재해야 한다.
SK케미칼(285130)은 그린워싱 리스크 관리를 위해 지난해 환경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사전 예방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외부에 공개되는 광고, 홍보물 등의 환경 표시 문구를 사전에 점검, 필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앞으로 국내외 그린워싱 규정을 내부 가이드라인에 상시로 업데이트하며 관리를 지속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넥센타이어(002350)는 최근 상품·법무·마케팅·홍보 담당자가 참여하는 전사 협의체를 가동해 국내외 제품 설명의 지속가능성 표현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근거가 불분명한 '친환경 타이어'란 표현을 '유럽 라벨링 기준 A등급 이상 타이어'처럼 객관적인 등급과 수치로 대체했다. 앞으로 지속가능성 주장에 대한 내부 검증과 승인 체계도 함께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 기업들도 그린워싱 오인 문구를 수정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100% 재활용 플라스틱병' 옆에 같은 크기로 '뚜껑과 라벨은 제외된다'고 표시했고 애플은 유럽 애플워치 광고에서 '탄소중립'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루프트한자·에어프랑스·KLM 등 유럽 21개 항공사는 추가 요금으로 특정 항공편의 탄소 배출을 상쇄·감축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EU와 합의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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