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I 반도체 초미세 배선 저항 45% 낮춰…세계 최초 구현

삼성전자 SAIT 고배향·고전도 배선 원천 기술 확보
반도체 미세화 한계 극복 기대…세계적 학술지 게재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6.7.30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삼성전자(005930) 삼성종합기술원(SAIT)이 미량의 탄소 촉진제를 활용해 금속의 결정 방향과 결정립계를 제어, 초미세 배선의 저항을 약 45% 낮추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SAIT 연구진 주도로 인공지능(AI)·고성능컴표팅(HPC)용 첨단 로직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을 좌우할 초미세 금속 배선 분야에서 새로운 저항 저감 방식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13일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AI 반도체의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반도체 회로를 더욱 작고 촘촘하게 만드는 '미세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칩 내부에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금속 배선도 가늘어져 저항이 급격히 증가해 반도체 성능 향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도체 작아지는데 배선 저항 커진다…첨단 반도체 '미세화 딜레마'

반도체 내부에는 수많은 트랜지스터(전류를 켜고 끄는 초소형 스위치)를 연결해 전기 신호를 주고받도록 하는 미세한 금속 배선이 존재한다. 도로에 비유하면 트랜지스터가 건물이라면 금속 배선은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도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이고 더 많이 집적할수록 이를 연결하는 금속 배선 역시 함께 가늘어져야 한다.

금속 배선이 일정 수준 이하로 가늘어지면 저항이 오히려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이 변수다. 배선 내부를 이동하는 전자가 금속 결정 사이의 경계인 '결정립계'(Grain Boundary)와 자주 충돌하면서 이동에 방해를 받아서다.

마치 넓은 도로가 좁아지는 동시에 곳곳에 장애물까지 생겨 차량 흐름이 느려지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저항 증가는 반도체의 신호 전달 속도를 떨어뜨리고 전력 소모와 발열을 증가시켜 첨단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 향상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미량의 탄소로 금속 결정의 '방향'과 '경계' 제어…세계 최초 구현

SAIT 연구진은 배선 소재 자체를 바꾸는 것을 넘어 미량의 탄소기반 촉진제를 활용해 금속 결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재정렬되도록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즉 전자가 이동하는 길에 존재하는 '장애물' 수를 줄이고 남은 장애물도 더 통과가 용이하게 바꿔 보다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은 차세대 배선 소재로 주목받는 루테늄(Ru)에 이 기술을 적용해 결정의 99% 이상이 동일한 방향으로 정렬된 박막을 구현했다.

일반적인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비정질 절연막 위에서도 이처럼 정렬도가 높은 루테늄 박막을 구현해 고품질 단결정 위에서 성장시킨 루테늄에 준하는 우수한 전도 특성을 확보했다.

실제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 배선에 적용한 결과 탄소 촉진제를 적용하지 않은 루테늄 배선 대비 선저항을 약 45% 낮추는 데 성공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HBM4를 둘러보고 있다.2025.10.22 ⓒ 뉴스1 박지혜 기자
AI·HPC 반도체 성능·전력효율 높일 원천기술 기대

생성형 AI 확산으로 AI 가속기와 HPC용 반도체의 연산량이 급증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칩의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첨단 반도체가 고집적화될수록 트랜지스터 자체의 성능뿐만 아니라 이들을 연결하는 금속 배선의 저항과 신호 지연이 칩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배선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배선에서 발생하는 저항을 낮추는 기술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이번 기술은 초미세 배선에서 발생하는 저항 증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기술이 고도화돼 실제 반도체 공정에 적용될 경우 AI·HPC용 첨단 로직 반도체의 신호 전달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손실을 줄여 반도체의 성능 및 전력효율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반도체 칩 핵심 소자인 트랜지스터 크기의 한계를 원자 수준의 계산으로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트랜지스터 미세화의 한계를 분석·예측할 수 있는 전산 설계(TCAD) 기술이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