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경쟁, 하드웨어 성능→현장 데이터로…中 '인해전술'

베이징 거점서 수백 대 가동…하루 500시간 규모 데이터 생산
현대차 RMAC·LG 양재·삼성 구미서 실환경 데이터 확보 추진

'LG 클로이드'(CLOiD)가 세탁기 제조 공정에서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다.(LG전자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피지컬 인공지능(AI) 경쟁이 하드웨어 성능에서 데이터 확보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로봇 성능이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숙련공의 동작을 그대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 현대차그룹 등 주요 기업들은 제조 현장 데이터 확보와 로봇 학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정부 지원과 자금력을 앞세워 더 빠른 속도로 제조 현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로봇에 학습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후발 주자였지만 대규모 데이터 확보를 통해 미국을 따라잡은 경험이 있다. 피지컬 AI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피지컬 AI는 센서로 현실을 인지하고 판단한 뒤 실제 행동까지 수행한다. 같은 피지컬 AI라도 어떤 작업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수집하고, 실패 사례를 학습해 개선하는지에 따라 성능 개선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의 양뿐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예외 상황과 실패 경험을 다시 학습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中 실제 환경 구현한 훈련소서 수백 대씩 훈련

20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베이징의 로봇 훈련기지 등에서 수백 대의 휴머노이드를 가동하며 실환경 데이터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는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을 위한 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120대 이상의 로봇이 배치돼 있다. 약 5000㎡ 규모 공간에 가정·상업·사무·산업·의약·돌봄 등 30여 개 실제 환경을 구현했다.

이곳에 있는 로봇은 분류와 운반, 정밀 조작 등을 반복 훈련한다. 하루 데이터 생산능력은 500시간을 웃돌고 외부에 공급한 고품질 데이터는 2만 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 스징산구의 또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터훈련센터에서는 약 270대의 로봇이 가동되고 있다. 연간 데이터 생산능력은 약 2000만 건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150억 위안(약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에는 최소 6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중국 정부는 연말까지 피지컬 AI와 관련해 고부가가치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고 현장 적용 역량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훈련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AI 모델과 로봇 성능 개선에 반영하고, 개선된 로봇을 다시 현장에 투입해 추가 데이터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AI 로봇 '아틀라스'가 냉장고를 옮기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뉴스1
韓 제조 기술 한 수 위, 데이터 수준 높아…'속도전'

국내 기업들은 기존 제조 기반을 로봇 학습 체계와 연결하고 있다. 업계는 우리나라가 제조 로봇 밀도가 높고 스마트공장·항만·공항 등 실증 기반을 갖추고 있어 반복 작업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확보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평가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열 계획이다. 실제 공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로봇을 훈련·검증한 뒤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에 투입하고 생산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RMAC로 보내 재훈련하는 구조다.

LG전자는 서울 양재 R&D 캠퍼스에 연내 본격 가동을 목표로 대규모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연내 수백 대의 로봇을 투입하고 실제·증강·합성 데이터를 합쳐 10만 시간 규모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해 로봇파운데이션모델(RFM) 고도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은 구미에 휴머노이드 양산 체계와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고 제조·로봇 자동화를 지원할 AI 데이터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기존 제조시설과 로봇 생산·학습 인프라를 묶어 구미를 피지컬 AI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제조공장이나 물류센터처럼 데이터가 반복적으로 생성되는 환경을 확보한 기업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향후 경쟁은 개별 기술의 혁신 속도보다 실환경 데이터와 운영 경험, 안전 검증 사례를 얼마나 축적하고 이를 산업 전반에 적용할 체계를 구축했는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박선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제조업 경쟁력은 로봇 도입 여부뿐 아니라 로봇 설계와 생산, 핵심 부품, 운영 소프트웨어, 서비스 역량을 자국 내에 확보했는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산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면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함께 로봇 관련 신규 산업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