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공개해도 동물병원비 안 싸져"…수의사들 반발한 이유
수의사회 긴급 이사회…"사전 논의 없었다"
"공적 지원 없이 보호자 부담 낮추기 어려워"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국내에서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공적 지원 없이 가격만 공개한다고 진료비가 낮아질 수 있을까요."
박철 대한수의사회 공보부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개별 동물병원 진료비 전면 공개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반문했다.
18일 대한수의사회는 경기 성남 호텔 스카이파크 센트럴 서울 판교에서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수의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농식품부가 정책 당사자인 수의사회와 사전 협의조차 없이 입법예고를 강행한 절차적 문제와 가격 공개만으로 동물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정책 방향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농식품부는 지난 6일 개별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공개하는 내용이 담긴 수의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도 일부 동물 진료비는 조사해 지역별 최저·최고·평균 비용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를 개별 동물병원 단위로 공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그동안 진료비 공개 자체를 무조건 반대해 온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호자들이 느끼는 진료비 부담과 알권리에 대한 요구를 고려해 정부와 협력해 왔고 진료비 공개와 관련한 용역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입법예고될 때까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 수의사회의 주장이다.
박 부회장은 이사회 후 브리핑에서 "제도를 실제 수행해야 하는 당사자인 만큼 입법예고 전 수의사회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있었어야 한다"며 "수의사회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기에 일정 부분 협의하면서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했는데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수의사회는 이날 이사회에서 개정안에 대한 공식 검토 의견을 제출하기로 했다. 회원들에게도 의견 제출 기간 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자발적으로 제출하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수의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시도지부와 산하단체 등과 함께 농식품부 장관 면담도 추진한다.
박 부회장은 "농식품부가 대한수의사회를 협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최소한의 변화된 안을 가져오길 기대한다"며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와의 기존 협력 방식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의사회가 문제 삼는 또 다른 지점은 제도의 실효성이다. 개별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전면 공개한다고 해서 보호자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동물의료는 같은 진료 항목이라도 반려동물의 나이와 체중, 기저질환, 상태 등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처치가 달라진다. 이에 따라 실제 진료비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성화수술만 보더라도 같은 10㎏ 반려견이라도 건강한 개와 심장질환이 있는 개는 수술 전 검사부터 마취와 모니터링, 회복 과정이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중성화수술 비용' 하나를 공개한다고 실제 보호자가 부담할 비용을 정확하게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가격을 게시하면 보호자는 그 가격으로 진료받을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을 갖게 된다"며 "하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반려동물마다 상황이 달라 공개된 가격과 최종 진료비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면 보호자는 '공개된 가격과 왜 실제 진료비가 다르냐'고 할 수 있고 수의사는 그 차이를 건건이 설명해야 한다"며 "진료비를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반대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동물병원에서는 검사와 치료에 앞서 예상되는 비용을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뒤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과도한 진료비를 청구하거나 불필요한 검사·수술을 권하는 행위는 당연히 지양해야 하지만 이를 전체 동물의료비 문제와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수의사회는 국내에서 동물병원 진료비가 특히 비싸게 체감되는 이유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의료는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의료비 상당 부분을 공적으로 부담한다. 반면 동물의료는 건강보험과 같은 공적 재정 지원이 없어 대부분의 진료비를 보호자가 직접 부담한다.
진료 특성에 따른 비용 구조의 차이도 있다.
박 부회장은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사례로 들었다. 사람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CT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동물은 마취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검사 전 준비부터 마취와 촬영, 회복·모니터링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같은 고가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하루에 검사할 수 있는 환자 수가 제한되면서 검사 한 건당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사람의료와 비교해 동물병원비가 비싸다고 하면서 가격을 낮추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요구"라며 "진료비 부담을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본다면 정부 역시 비용을 투입해 필수적인 동물의료 항목에 대한 공적 지원 등 제반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대응은 농식품부의 태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수의사회는 진료비 문제를 둘러싼 보호자들의 우려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정부가 정책 당사자인 수의계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충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진료비 공개와 관련한 회원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회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시도지부와 산하단체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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