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반도체, 최소 10년 성장산업…이젠 퍼스트무버 돼야"
"메모리 가격 비정상적…수요처 다변화로 성장 이어질 것"
-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권오현 전 삼성전자(005930) 회장(오렌지플래닛 이사장)이 "반도체는 최소 10년간 성장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에 이어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등 새로운 산업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지속해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 이사장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주최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 특별 대담회에서 "지금은 모든 산업이 반도체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시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자 '초격차' 저자로 유명한 권 이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대표이사 부회장·회장,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등을 지냈다. 2025년엔 기획재정부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권 이사장은 "현재 AI 메모리 시장은 예상하지 못했던 대호황"이라면서도 "메모리 가격은 지금 비정상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AI 투자 확대에 비해 공급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 공장을 짓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향후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도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이사장은 과거와 같은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반복될 가능성도 낮게 봤다. 그는 과거에는 PC가 메모리 수요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세계 경기 변화에 따라 3~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됐지만, 현재는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AI 서버 등으로 수요처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이후에도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등 새로운 반도체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 이사장은 "새로운 기술이 나올수록 데이터 처리량은 늘어나고, 결국 반도체 수요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세계적인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지컬 AI는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처럼 AI가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확산으로 AI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이사장은 국내 산업의 경쟁 전략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존 기술을 더 잘 만들고 더 싸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제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시장을 선도했다"며 "기술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역량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기술 혁신뿐 아니라 조직과 제도 혁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연구 환경과 도전적인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이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간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선 "좋고 나쁨을 떠나서 (과거) 평가제도를 잘 못 만들었기 때문에 그 여파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평했다. 권 이사장은 "삼성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똑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5년, 10년 후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를 생각하고 평가를 고쳐야 한다"고 했다.
flyhighr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