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광물 자원 탈중국화 선언'에…고려아연·LS MnM 韓 기업 기대감 ↑
美 행정부, 4조 규모 '광업 프로젝트'…독자 공급망 구축
LS MnM 전기동·고려아연 멀티메탈…제련 업계 훈풍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광물 자원 공급망 구축에 나서자 선진 역량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010130)·LS MnM 등 국내 제련 업계는 미국 내 각각 제련소와 지사를 보유하며 현지 사업을 운영 중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핵심 광물 채굴을 중심으로 30억 달러(약 4조 2000억 원) 규모의 '광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배터리 및 희토류용 광물, 스칸듐, 구리, 흑연 등 첨단·방산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채굴 및 가공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미국은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에 비해 정제·제련 능력이 부족하다. 이에 선진 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들에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핵심 광물 자원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고려아연이 광업 프로젝트 수혜 기업으로 가장 먼저 꼽힌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수십 년간 복잡한 저(低)품위 원료를 처리하고 제련 부산물에서 희소금속과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통합 공정 기술을 축적했다. 다양한 원료에서 여러 금속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제련 부산물과 스크랩까지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등과 함께 74억 달러(약 10조 4895억 원)를 투입해 2029년까지 미국 테네시주에 통합 제련소를 구축하는 크루서블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확보하고 있는 아연 제련소와 관련 광산 등을 활용해 '크루서블 징크'를 출범시킨 상태다.
크루서블은 아연, 연, 동(구리), 은을 비롯해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팔라듐, 갈륨, 게르마늄 등 미국 정부가 지정한 60개 핵심 광물 가운데 11종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이 다양한 핵심 광물을 하나의 통합 공정에서 생산·회수할 수 있는 이른바 '멀티 메탈' 경쟁력을 갖춘 데에 주목받는 이유다. 미국은 크루서블을 활용하면 하나의 통합 제련소에서 여러 핵심 광물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내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고려아연의 미국 통합 제련소 구축 사례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미 외교 전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발간한 '수출 강국인가, 생태계 강국인가'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핵심광물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례"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국은 크루서블을 발판 삼아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과 협력해 온 핵심 산업 분야 공급망을 가장 앞단인 핵심 광물 및 제련·정제까지 확장할 수도 있다.
미국은 OBBBA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라 배터리 소재와 관련해 非금지외국기관(Non-PFE) 기준을 충족해야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부여한다. 금지외국기관(PFE)이란 미국 법률상 우려 외국 법인, 외국 정부 지배 법인 등을 의미한다. 배터리 소재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Non-PFE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광물 자원에 우방국인 한국 기업의 제련·정제 역량을 더해 공급망 안정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광물 자원을 보유한 미국은 실제 산업에 쓰이는 소재를 만드는 제련·정제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최적의 기술을 보유한 동맹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국가나 기관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S MnM 역시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대 구리 생산 기업인 LS MnM은 구리와 귀금속, 황산 등 비철금속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최근에는 황산니켈을 비롯한 배터리 소재 사업뿐만 아니라 PSA 등 반도체 소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구리는 전동화(EV),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충, 방산 등 첨단 산업 전반의 필수 광물로 부상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가동 중인 구리 제련소가 유타주 케네코트(Kennecott) 제련소, 애리조나주 마이애미(Miami) 제련소, 단 두 곳뿐이다.
구리 정광 채굴량은 연간 85만~100만 톤 이상으로 많지만 자국 내 제련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구리 원광 채굴량의 48%를 중국 등으로 수출하고 해외에서 제련·정련된 고순도 전기동(구리)을 다시 수입해 오는 구조다.
즉 미국이 자국에서 구리를 채굴하더라도 전체를 소화하지 못하고 일부를 전 세계 구리 제련·정련 능력의 과반을 점유하는 중국으로 보내야 하는 셈이다. 미국 내 환경 규제 및 인허가가 엄격하고 투자비와 운영비가 많이 들어 신규 제련소 증설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LS MnM은 북미 지역에서 발생하는 리사이클링 원료를 원활히 수급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에 미국지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또 LS MnM의 전기동은 세계 3대 비철금속 거래소 중 하나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최고 등급인 '그레이드 1'로 등록돼 해외 거래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제련소 두 곳에서만 가동하다 보니 제련 역량이 떨어져 채굴량의 상당수를 해외로 내보내고 역으로 정제된 전기동을 수입하는 구조"라며 "트럼프 정부의 광업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중국으로 가는 물량 일부가 우방국으로 흘러갈 수 있어 한국 기업들도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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