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고속도로 경험으로 도심 간다"…물류업계, 자율주행 경쟁 속도

9월 테스트 거쳐 10월 운행…11.5톤 차량 대구 4곳 순환
레벨3·안전운전자 탑승…상업운송 전환할 정량 기준·공급사는 미확정

CJ 대한통운 운송 화물차량. (CJ대한통운 제공)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CJ대한통운이 고속도로 중심으로 실증해 온 자율주행 화물운송을 대구 도심으로 확장한다. 운행거리는 기존 장거리 간선노선보다 짧아지지만 신호교차로와 보행자, 일반 차량 등 대응해야 할 변수는 늘어난다. 기술의 작동 여부를 넘어 실제 물류 일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지가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218㎞ 고속도로 경험 들고 도심으로…대구 4개 거점 순환

9일 CJ대한통운에 따르면 대구광역시,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과 함께 오는 10월부터 대구권 미들마일 구간에서 자율주행 화물운송 사업을 운영한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2026년 하반기 미래모빌리티 실증사업'의 화물 자율주행 과제 4개 중 하나다.

실제 화물을 실은 11.5톤 차량은 달서구 월성동과 서구 이현동 등에 있는 CJ대한통운 서브터미널 4곳을 순환한다. 터미널 간 운행거리는 최소 4.2㎞에서 최대 26㎞로, 9월 테스트를 거쳐 안전성과 운행 스케줄 준수 여부를 점검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실제 운송을 이어갈 예정이다.

고속도로는 차선과 차량 흐름, 진출입 경로가 비교적 일정하지만 도심에서는 신호 변경과 차량 끼어들기, 보행자 이동 등 돌발 상황에 연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많은 화물을 실은 대형 트럭은 차체가 무겁고 제동거리가 길어 승용차보다 빠른 판단과 정밀한 제어가 요구된다.

물류 운영에서는 정시성도 안전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 터미널의 도착이 늦어지면 상·하차와 분류 작업은 물론 다음 구간의 배차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CJ대한통운은 도심 자율주행 성능과 함께 기존 물류망의 시간표에 맞춰 운송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2022년 단원서브터미널~곤지암허브터미널 약 60㎞ 구간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화물운송 실증 범위를 넓혀왔다. 2023년에는 군포서브터미널~대전허브터미널 258㎞ 구간에서 실제 화물을 싣고 주·야간과 우천, 터널 등 다양한 조건을 거치는 운행을 진행했다.

2024년 3월부터 약 1년간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마스오토와 인천 장치장센터~옥천허브터미널 218㎞ 구간에 11톤 화물차를 투입했다. 전체 노선의 약 93%를 차지하는 고속도로에서는 자율주행 모드를 사용하고 도심 구간은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방식으로 주 6회 운행했다.

CJ대한통운이 해당 사업에서 확보했다고 밝힌 10만㎞는 자율주행 모드만의 운행거리가 아니라 투입 차량의 전체 주행거리를 합산한 수치다. 회사는 카메라 기반 엔드투엔드(E2E) 기술을 활용해 실제 화물을 운송하며 주·야간과 악천후 등에 대응하는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한진은 유상운송·CJ는 도심 실증…상용화 경쟁 속도

물류업계의 자율주행 화물운송 경쟁은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운송망 적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진은 지난 7월 자율주행업체 라이드플럭스와 국토교통부 허가를 기반으로 군산 특송화물 통관장~전주터미널~대전메가허브 구간에서 정기 유상운송을 시작했다.

한진이 실제 운임을 받는 운송에 들어간 가운데 CJ대한통운은 교통환경이 복잡한 도심으로 실증 범위를 넓히며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한다. 두 회사의 사업 단계와 운행 환경에는 차이가 있지만 자율주행을 실제 물류망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은 빨라지는 모습이다.

대구 실증에는 안전운전자가 탑승하는 레벨3 차량이 투입된다. 일정한 조건에서는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지만 필요할 때 운전자가 개입하는 방식으로, 운전자 없이 달리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는 아니다.

시험 운행을 한 달여 앞둔 현재 차량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공급사는 정해지지 않았다. 2024년 간선운송 사업에 참여했던 마스오토의 재참여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으며, 실제 운행에는 향후 선정될 공급사가 마련한 차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자율주행을 적용하면 야간 운행의 안전성을 높이고 정속 주행을 통해 유류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해진 노선과 시간에 따라 물류 거점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미들마일 운송은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운행 효율을 비교하기에도 유리하다.

현재는 안전운전자가 계속 탑승하기 때문에 운전 인력을 바로 대체하거나 인건비를 절감하는 단계는 아니다. 상업운송 전환을 위한 정량적인 판단 기준도 공개되지 않아 대구 실증에서는 안전성과 정시성, 연료 효율을 기존 운송 방식과 비교하는 작업이 우선될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실제 운행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업운송 전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도심 미들마일에서 운영 가능성을 확인하면 전국 터미널을 연결하는 물류망과 다른 물류 현장으로 자율주행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힌다는 구상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국내 물류업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 화물운송 운영 경험을 축적한 데 이어 이번에는 보다 난도가 높은 도심 미들마일 환경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확장하게 됐다"며 "전국 물류 네트워크와 실제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물류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