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부처 中企 지원 477개 손질…중복 정비해 성장기업에 재배분
유사·중복·저성과 사업 정비…기업 데이터 기반 지원체계 재설계
예산처 '성과평가 공백' 지적…KDI·한은 "생산성 중심 전환해야"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정부가 17개 부처에 흩어진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점검해 유사·중복 사업과 성과가 낮은 사업을 정비한다. 지원 목적이 비슷하더라도 기업이 부처별 사업에 각각 신청하고 별도 심사를 받아야 했던 분절된 구조를 정부가 비효율로 판단하고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점검 결과에 따라 일부 사업을 통합·축소하고 확보한 재원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 지역 균형 분야 등에 재배분할 방침이다.
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 정책 헝클어진 머리 빗기'를 3대 정책 방향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부처별로 분산된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정비해 유사·중복 사업을 통합하고 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원체계를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기부는 지난 5월 중소기업 지원사업 전반을 점검한 데 이어 이번 업무보고에서 사업 감축·재설계 방침을 재확인했다. 점검 대상은 17개 부처가 운영하는 477개 사업이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창업과 연구개발(R&D), 수출, 인력, 금융, 디지털 전환 등 정책 목적에 따라 여러 부처와 기관이 나눠 운영한다. 지원 목적과 대상이 비슷해도 사업별 신청 창구와 제출 서류, 선정 기준, 심사 절차가 달라 기업은 각각의 사업에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유사·중복 사업을 통합하면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면서 분산된 지원 이력과 성과를 연계해 관리할 수 있다. 같은 기업에 지원이 반복해서 집중되는지, 지원 이후 매출과 생산성·고용·수출이 실제로 개선됐는지도 종합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생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지원 사업·정책 평가'에 따르면 6개 부처가 추진하는 상생협력 관련 재정사업 예산은 2022년 1405억 원에서 올해 4410억 원으로 4년 만에 214% 증가했다.
예산정책처는 정부 차원에서 상생협력 재정사업을 별도로 분류·관리하는 체계가 없고,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상생협력법에 규정된 연차별 공식 성과평가도 실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업 수를 얼마나 줄이느냐보다 중요한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성과를 판단하는가다. 예산 집행률과 지원 기업 수를 중심으로 평가하면 신청 절차가 복잡하거나 기업의 자부담이 큰 사업이 실제 정책 수요와 관계없이 우선 감축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원체계 개편이 필요한 배경에는 중소기업의 양적 비중과 생산성 사이의 격차도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9%, 고용의 80.4%를 차지하지만 제조업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약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5%를 크게 밑돌았다. 2012년 12.6%였던 중소기업 한계기업 비중도 2024년 18.0%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정부 지원이 중소기업의 매출과 고용을 늘리고 폐업 가능성을 낮추는 단기 성과를 냈지만 생산성과 수익성 개선, 설비투자 확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지원 예산을 늘리지 않고도 지원 대상과 전달체계를 생산성·성장 가능성 중심으로 바꾸면 경제 전체 산출량을 0.4~0.7% 높일 여지가 있다고 추산했다.
KDI도 2024년 '챔피언으로 가는 길: 중소·중견 기업 지원정책의 전환방안'에서 월드클래스300 사업을 분석한 결과 지원 기업의 매출액과 부가가치, 생산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성과가 낮은 정부 사업을 적극적으로 구조조정할 유인이 부족한 만큼 독립적인 평가 결과를 사업 개선과 구조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민호 KDI 규제연구실장은 지난 3월 '기업의 성공적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 지원체계 재구축 방안'에서 "성과 역시 지원 건수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 고성장 전환, 수출 확대 같은 실질적 변화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마다 성장의 걸림돌이 다른 만큼 여러 정부 사업을 각각 신청하도록 하기보다 한 번의 신청으로 필요한 정책과 민간 서비스를 연결하는 원스톱 체계 필요성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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