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트럭, 한진 택배망서 첫 유상운송…물류사 각축전
한진, 국내 첫 상업운송에 물량·터미널 제공
CJ·롯데도 간선운송 실증…경쟁, 기술검증서 노선·계약 확보로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자율주행 화물차가 한진 택배망에서 실제 화물을 싣고 운임을 받는 국내 첫 유상운송을 시작했다. 한진은 자율주행 기술기업 라이드플럭스에 택배 물량과 터미널, 간선노선을 제공하며 국내 첫 자율주행 유상 화물운송에 참여한 물류기업이 됐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앞서 실제 화물을 적재한 자율주행 실증을 진행했지만 국토교통부 허가를 토대로 정기 상업운송에 들어간 것은 한진이 처음이다. 자율주행 화물차 경쟁도 시험주행 거리와 기술 수준을 겨루는 단계에서 실제 운송계약과 물량, 노선을 확보하는 단계로 넘어갈 전망이다.
3일 한진과 전북특별자치도 등을 종합하면 한진과 라이드플럭스는 지난달 초부터 전북 군산 특송화물 통관장에서 전주택배터미널을 거쳐 대전 메가허브까지 이어지는 편도 118㎞ 구간에서 자율주행 화물차를 주 3회 운행하고 있다.
해당 노선에는 타타대우모빌리티의 25톤급 대형 트럭 '맥쎈'이 투입된다. 차량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라이드플럭스의 소프트웨어가 적용됐으며 운전석에는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량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전문 안전요원이 탑승한다.
자율주행 화물차는 군산항으로 들어온 특송화물을 전주택배터미널로 옮긴 뒤 대전 메가허브까지 운송한다. 대전 메가허브에 도착한 화물은 분류 작업을 거쳐 전국 각지의 지역터미널로 이동한다.
라이드플럭스는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 운행을 담당하고 한진은 실제 택배 물량과 터미널, 간선노선을 제공한다. 자율주행 기술기업이 자체적으로 차량을 시험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물류기업의 기존 운송망에 자율주행차를 편입한 기업 간 거래 방식이다.
해당 차량은 자율주행자동차법에 따른 국토부의 유상 화물운송 허가를 받아 상업운송에 투입됐다. 현행법은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율주행차로 유상 화물운송을 하려는 사업자가 국토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운송 차량은 자동차관리법상 임시운행허가를 받고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시범운행지구 운영계획에 설정된 차량 대수도 지켜야 한다.
이번 사례의 상징성은 자율주행 화물차가 처음 도로에 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험차가 운임을 받는 영업수단으로 전환됐다는 데 있다. 자율주행 기술기업이 한진의 실제 택배 물량과 기존 물류망을 기반으로 정기운송을 시작하면서 기술 실증과 사업화 사이의 문턱을 처음 넘었기 때문이다.
한진은 국내 첫 자율주행 유상 화물운송 서비스에 실제 택배 물량과 물류망을 제공한 첫 물류기업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이번 사업은 2023년 9월 한진과 자동차융합기술원, LX공간정보연구원, 한국통합물류협회가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본격화했다. 한진은 택배터미널과 운송 물량을 제공했고 자동차융합기술원은 실증도로와 차량 구축을 맡았다. LX공간정보연구원은 관제시스템을,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참여기관 간 협력과 사업 운영을 담당했다.
전북도는 2022년부터 총사업비 378억 원 규모의 산업통상자원부 '새만금 자율운송 상용차 실증지원 인프라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상용차 주행시험장과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실도로 실증구간 등을 구축해 차량의 기능과 안전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했다.
국내 첫 자율주행 유상 화물운송은 소비자 집 앞까지 상품을 전달하는 라스트마일(최종 배송)이 아니라 항만과 택배터미널, 메가허브를 연결하는 간선노선에서 시작됐다. 간선운송은 출발지와 도착지, 운행 경로가 정해져 있어 자율주행차가 대응해야 하는 조건을 비교적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다.
동일한 도로를 반복해서 주행하는 과정에서 도로 구조와 교통 흐름, 위험 구간에 관한 데이터를 지속해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간선운송의 장점이다. 주택가와 골목길에서 보행자, 자전거, 불법 주정차 차량 등 다양한 변수에 대응해야 하는 라스트마일보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 수월하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자율주행 화물차를 간선운송에 적용하기 위한 실증과 사업모델 개발을 진행해 왔다.
CJ대한통운은 2024년 3월 자율주행 기술기업 마스오토와 인천 장치장센터에서 옥천허브터미널까지 218㎞ 구간을 오가는 자율주행 화물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실제 택배상품을 실은 11톤 트럭이 주 6회 운행했으며 전체 거리의 약 93%를 차지하는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했다.
CJ대한통운은 2022년 안산 단원 서브터미널에서 곤지암 허브터미널까지 약 60㎞ 구간을 운행한 데 이어 2023년에는 군포 서브터미널에서 대전 허브터미널까지 약 258㎞ 구간에서 실제 화물을 실은 주행시험을 진행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마스오토와 2023년 4월부터 6개월간 1차 자율주행 화물차 실증을 마치고 2024년 1월부터 운행 구간을 확대한 2차 실증을 진행했다. 양사는 자율주행 화물차 전용 환승거점 개발과 레벨4 자율주행 화물차의 기업 간 거래(B2B) 상용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화물차 실증은 올해 들어 다른 물류 현장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쿠팡 물류센터와 동대구 허브를 연결하는 25톤 자율주행 화물차와 CJ대한통운 서브터미널을 순환하는 11.5톤 차량을 내년 6월까지 실증할 계획이다.
마스오토는 올해 3분기 천안·수도권·아산과 부산항을 연결하는 노선에서 트레일러 기반 유상 화물운송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라이드플럭스도 한진과의 첫 유상운송을 발판으로 충북과 강릉, 제주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화물차 경쟁이 본격화하면 기술기업의 주행 성능뿐 아니라 물류기업이 보유한 정기 물량과 간선노선, 터미널 인프라가 사업 확장의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동일한 노선을 반복 운행해야 데이터를 축적하고 차량 가동률을 높일 수 있어 전국 물류망과 안정적인 물량을 보유한 대형 물류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진의 첫 유상운송은 후발 사업자들이 기술 실증을 상업운송으로 전환할 때 참고할 운영 선례가 될 수 있다. 실제 택배 일정에 자율주행차를 편입하면 차량의 주행 성능뿐 아니라 정시 운송과 관제, 보험, 사고 대응 등 상업운송에 필요한 운영체계를 함께 검증할 수 있다.
다만 안전요원이 계속 탑승하는 현재 단계에서는 자율주행 도입에 따른 인건비 절감이나 운송 효율 개선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다. 차량이 스스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격운영자가 개입하는 체계와 사고 책임, 보험, 차량 안전기준 등을 추가로 갖춰야 완전 무인운송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의 참여는 국내 자율주행 화물차 경쟁이 기술 실증을 넘어 실제 물류망과 운송계약을 확보하는 사업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한진 관계자는 "이번 자율주행 화물차 첫 상업운송을 계기로 미래 물류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의 현장 적용을 통해 스마트 물류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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