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KF-21' 10년 역사 마무리 '다음'은?…'민영화·대형화' 재점화

차세대 전투기·우주 사업 투자 구조 과제
한화 2대 주주 등극…노조, 민영화 반대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2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개최된 'KF-21/IF-X 체계개발 종결 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KF-21 사업은 2015년 12월 체계개발에 착수하며 본격화했다. 2021년 4월 시제 1호기를 출고한 뒤 모두 6대의 시제기를 제작했으며, 지난 3월 25일에는 양산 1호기 출고식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방위사업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29 ⓒ 뉴스1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047810)이 국산 첫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을 10년 만에 마무리함에 따라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차세대 사업 확보와 이를 뒷받침할 투자 재원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화그룹이 최근 KAI 지분을 확대해 2대 주주에 등극하고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민영화와 대형화 논의도 재점화하고 있다.

KF-21 10년 개발 마침표…'포스트 KF-21' 청사진 필요

2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이날 경남 사천 본사에서 'KF-21 체계개발 종결 행사'을 열고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개발 사업의 체계개발 완료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15년 시작된 KF-21 사업은 10년간의 연구개발을 마쳤다.

KF-21은 공대공 능력을 중심으로 한 블록 1 양산을 시작으로, 공대지 등 임무 능력을 확대하는 블록 2, 향후 무인 복합 운용 등 성능 고도화를 위한 후속 개발이 검토되고 있다.

KF-21 개발 성공은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기술 자립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성공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AI가 장기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전투기, 유·무인 복합체계, 우주·무인기 등 후속 대형 사업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항공우주 산업은 개발부터 시험평가, 양산, 납품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대표적인 장주기 산업이다. 단기 실적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 축적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 재원과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KAI의 체계개발 종결은 이런 고민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현재 KAI 전체 연구개발(R&D) 인력은 약 2300명 규모로 이 가운데 1000명 이상이 KF-21 개발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KF-21 후속 개량과 수출 지원 업무는 이어지지만, 장기적으로 대규모 연구 인력을 투입할 차세대 플랫폼 사업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수출 전선도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은 완제품 구매 전환 이후 수량, 가격, 인도 일정, 수출금융 조건 등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된 KAI의 2분기 실적도 이런 고민을 키우고 있다. KAI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1% 감소한 484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다른 방산기업들과 비교하면 최근 실적 흐름에서는 차이를 보였다는 평가다.

한화 경영 참여에 '대형화 시너지' 기대…독과점 우려·내부 반발 과제

이처럼 KAI의 단기 실적 정체와 장기적 투자 구조의 한계가 표면화된 상황에서 한화그룹의 지분 확대는 지배구조 재편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화는 KAI 지분을 14.64%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보유 목적을 변경했고, 주주로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인수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 한화시스템의 방산전자, 한화오션의 함정 사업과 KAI의 항공 플랫폼이 결합할 경우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방산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항공엔진과 방산전자 등 핵심 분야 역량을 보유한 계열사와의 연계를 통해 항공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방산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규모를 키우고 연구개발 투자 역량을 확보해 온 점도 대형화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 중심으로 항공·우주 사업 구조가 재편될 경우 기존 협력업체와의 경쟁 구도가 약화하고, 특정 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항공우주 산업은 개발부터 양산까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분야인 만큼, 민간 기업이 차세대 사업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KF-21 개발에 10년이 걸린 것처럼 차세대 전투기와 우주 사업 역시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내부 반발도 변수다. KAI 노동조합과 사천시민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의 경영 참여에 반대하며 정부와 방위사업청의 신규 출자를 통한 공기업화를 주장했다. 이들은 KAI가 국가 전략기업인 만큼 공공성과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보잉 등을 예로 들며 주요 국가가 핵심 방산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예시로 든 글로벌 기업들은 정부 지분이 없는 100% 민간 기업이며, 민간 시장에서의 M&A와 경쟁을 통해 성장해 왔다는 반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KF-21 개발 완료 이후 차세대 프로젝트와 미래 기술 투자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KAI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라며 "민영화와 공기업화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 구조와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