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지배구조 지켰다…'9440억' 어떻게 마련하나 '숙제'

SK 주식담보·SK실트론 매각·개인자산 유동화 등 선택지

최태원 SK그룹 회장. (공동취재) 2026.6.15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 원을 재산 분할해야 하지만 SK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다. 법원이 그룹 지배력의 핵심인 SK㈜ 지분을 분할하는 것이 아니라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해 지배구조에는 당장 큰 영향이 없다.

이는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경우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 회장이 1조 원에 가까운 현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숙제로 남았다. 최 회장의 재산 대부분은 주식이어서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최 회장이 약 30%의 지분을 보유한 SK실트론 매각이 재추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재상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재산 분할 액수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어 재상고 가능성도 열려 있다.

SK㈜ 주식은 그대로…지배구조 영향 제한적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는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분할대상 재산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도를 3분의 1로 판단하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이혼이 확정된 이후 9개월 만이자 2020년 1월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제기 6년 반 만이다.

여기서 재계가 주목하는 것은 재산을 나누는 방식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등을 분할 대상에 포함하면서도 주식 자체를 노 관장에게 넘기지 않았다.

대신 최 회장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노 관장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대상분할' 방식을 택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이 그가 경영하는 회사에 대한 경영권 내지 지배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SK그룹은 최 회장 등 최대 주주 측이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하고 SK㈜가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만으로 최 회장의 SK㈜ 지분이 노 관장에게 넘어가거나 그룹 지배구조가 직접 바뀌지는 않게 됐다.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빌딩의 모습. 2021.3.5 ⓒ 뉴스1 김진환 기자

재산 평가 시점도 관심을 끈다. 재판부는 SK㈜ 주식 등을 환송심 현재가 아닌 2024년 4월 16일 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는 재판상 이혼이 확정된 이후 재산분할을 청구할 경우 분할 대상 재산과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이후 주가 상승은 재산 가액에 직접 반영하지 않고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 때 고려했다. 이에 최근 SK㈜ 주가 상승분이 재산분할 대상 재산의 평가액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피하게 됐다.

재산 분할액은 2022년 1심 665억 원에서 2024년 2심 1조 3808억 원으로 늘었다가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9440억 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이 불법적인 비자금인 만큼 노 관장 측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 했다. 파기환송심은 이를 반영해 노 관장의 기여도를 기존 35%에서 3분의 1로 조정했다.

9440억 어떻게 마련하나…재상고 '미정'

다만 최 회장으로선 재상고 여부와 함께 9440억 원에 달하는 재산분할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과제로 남게 됐다.

최 회장 법률대리인은 이날 판결 직후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만 언급했다.

재산 분할액이 2심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944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재상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해석이다. 재상고할 경우 판결 확정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 결과적으로 자금 마련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만 이를 재상고의 직접적인 목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최 회장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보유 지분을 활용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SK 지분 약 18%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종가 62만 9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150만주를 팔아야 하는 셈이다. 이 경우 지분율이 약 2%p 낮아지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재산 분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직접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담보 대출을 받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약 29.4%를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SK실트론의 가치가 약 5조 원 수준이어서 지분 매각을 통해 4000억~60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주식담보 대출과 보유 부동산 등을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 관장 측과 일부를 선지급 후 잔액을 분할 지급하는 형태로 합의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판결로 SK그룹 지배구조가 당장 흔들릴 가능성은 작아졌다. 앞으로의 관건은 최 회장의 재상고 여부와 함께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9440억 원의 현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엔비디아는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하루 앞두고 젠슨 황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SK하이닉스·SK텔레콤·엔비디아 관계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양사의 오랜 협력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제공)

한편 최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 현지 시각 24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AI 서밋' 행사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는 최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는 분야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