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소상공인, 인건비 상승→납품단가 반영 21%뿐…규모별 타격 더 클 것"

노사 690원 격차 막판 협상…인건비 상승분 가격·납품단가 반영 21%뿐
영업이익으로 버틴 44%…제조업은 가격 방어·소상공인은 채용 조정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수정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권순원 위원장과 류기정 사용자위원,류기섭 근로자위원이 퇴장하고 있다. 2026.7.9 ⓒ 뉴스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역대급고물가에 실질임금이 삭감됐다.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 (노동계)가격을 올리지도, 사람을 뽑지도 못하는 한계 상황이다."(경영계)

2027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와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제품 가격이나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기업이 많아서다. 반면 노동계는 고물가로 저임금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약화한 만큼 일정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간다. 노동계는 시간당 1만 1220원, 경영계는 1만 53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 1만 320원보다 각각 8.7%, 2.0% 높은 수준이다. 최초 1680원이었던 노사 간 격차는 690원까지 좁혀졌다.

공익위원이 상·하한선인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한 뒤 합의나 표결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회의가 자정을 넘겨 15일 새벽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후속 행정절차를 고려하면 이번 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격 반영은 21%뿐…이익 줄여 비용 떠안아

중소기업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인상률 자체보다 비용을 흡수할 여력이다. 인건비가 올라도 이를 가격이나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면 영업이익이나 다른 비용을 줄여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10일까지 제조업·서비스업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99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7.6%는 현행 최저임금 수준이 경영에 부담된다고 답했다. 최근 3년간 인건비 상승분을 상품·서비스 가격이나 납품단가에 반영했다는 기업은 21.3%에 그쳤다.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43.6%로 가장 많았다. 영업비 등 다른 비용을 줄였다는 기업은 24.6%, 자동화나 감원 등을 통해 인건비를 억제했다는 기업은 14.7%였다.

최저임금 인상은 법정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꼽은 기업은 52.3%로, 영업이익 등 경영실적을 꼽은 응답 47.2%보다 많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바로 위 임금 구간까지 연쇄적으로 조정 압력이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납품 중소기업의 원가 부담은 유통채널과의 공급가 협상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납품업체들이 생산원가와 인건비 증가를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홈쇼핑사에 공급가 인상을 요청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은 가격 방어…소상공인은 채용부터 조정

제조업체들은 원자재와 인건비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도 최종 소비자가격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요가 둔화한 국면에서 가격까지 올릴 경우 판매량이 더 위축될 수 있어서다.

한 생활용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조정되면 현장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유가와 환율이 다소 안정되면서 원가 부담을 일부 방어하고 있지만 최종 상품 가격만큼은 최대한 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가격 결정권이 더 약한 소상공인은 가격 인상보다 고용 조정을 먼저 검토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5월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최저임금이 추가로 오를 경우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70.3%였다. 기존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응답은 52.7%, 기존 직원의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46.0%였다. 반면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응답은 6.4%에 그쳤다. 해당 문항은 복수응답 방식이다.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배경에는 내수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76%는 물가가 오르더라도 가격 인상이 어렵다고 답했다. 전년보다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도 67%였으며, 매출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를 꼽았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인건비가 오르면 원가에 반영해야 하지만 경쟁이 심하고 장사도 잘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결국 고용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정 최저임금 인상률과 사업주가 체감하는 실제 인건비 상승 폭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인난을 겪는 업종에서는 법정 최저임금만 제시해서는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류 전문위원은 업종과 사업체 규모, 지역별로 임금 지급 능력과 경영 여건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 방식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같은 폭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인건비 비중과 가격 결정력, 구인 여건에 따라 현장에서 받는 충격이 다르다는 이유다.

그는 "업종별·규모별·지역별로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른데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며 "현장의 지불 능력과 고용 여건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