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역대급 투자' 호남·충청 반도체 팹, 제2의 타이난 되려면
삼전·닉스, 29일 호남·충청 투자 계획 발표 예정
인재 확보·소부장 협력사 유치 시급…기존 시설과 시너지 관건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호남·충청권에 반도체 전·후공정을 망라한 반도체 클러스터가 추진돼 대만 타이난시 소재 TSMC 반도체 클러스터와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정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해당 지역에 반도체 팹(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은 2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부지, 용수, 전력 등 인프라 구축은 물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 핵심 인력에 대한 유인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호남·충청권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정부와 막판 조율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호남 지역 반도체 팹 투자 방안을 구체화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지난 19일 이 대통령과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의논했다.
해당 투자는 이 대통령 주재로 온ㄴ 29일 열리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최근 반도체 팹 1기 건설·설비 투자비용이 150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 규모는 400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협력사 등 연쇄입주를 포함하면 최대 1000조 원에 이르는 첨단산업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서 "29일 대국민 보고회는 정부와 기업이 노력해서 만든 반도체와 GW(기가와트) 단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건설, 피지컬 AI와 로봇 등 3대 분야의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나오는 숫자들이 매우 낯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워낙 규모와 나오는 숫자들이 커 '이게 진짜냐'부터 시작해 논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모아진 투자 계획들을 한번 보시고, 왜 이렇게 큰 숫자들이 나오는지는 발표하는 기업들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 같은 반도체 팹이 들어설 경우 호남·충청권이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계획이 역대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양사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전공정)과 패키징 공장(후공정)을 함께 구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호남·충청 반도체 클러스터에 반도체 생산라인까지 검토하는 것은 최근 글로벌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기존 생산설비, 용인 클러스터로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전·후공정을 망라한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지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호남·충청 투자 소식과 함께 해당 지역에 대한 추가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패키징 기업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광주공장에 1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추진한다. 광주에 이미 자리 잡은 반도체 후공정 산업이 대규모 증설 단계에 들어가는 셈.
호남·충청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가 반도체 종주국 대만 타이난(臺南)시와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타이난 역시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과제와 북부 중심으로 형성됐던 반도체 클러스터의 자원 한계로 추진된 프로젝트다.
대만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초 신주(新竹)과학단지 출범과 1987년 TSMC 설립으로 본격화했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臺北) 인근에 위치한 신주과학단지는 대만 북부 권역의 핵심 클러스터다. TSMC, 미디어텍, ASE 등 주요 반도체 기업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 대학이 들어섰다.
이후 신주과학단지는 토지, 용수 등 자원 부족으로 한계에 이르렀고 남부 타이난이 대체지로 떠올랐다. 당시 타이난은 사탕수수밭과 논으로 가득한 농업 도시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북부 지역 포화로 타이난시는 제2과학단지 유치에 성공, 1996년 본격 조성을 시작했다. 이후 제3과학단지인 중부 타이중(臺中)으로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어졌고 대만의 신주, 타이난, 타이중은 핵심 반도체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설 인프라 △인재·생활 인프라 △소부장 생태계·공급망 등이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공장입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과 전력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과 공정 가스 정화 과정에선 세척 및 불순물 제거에 상당량의 물이 필요하다. 클린룸 온도와 습도 조절 등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필수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요구된다.
전남 서부권은 영암호·금호호·영산강호 등을 통해 하루 130만 톤 이상의 용수 공급을 할 수 있다. 전남·광주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해상풍력 확충을 통해 17.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기반도 갖출 수 있다고 한다.
정주 여건 등 생활 인프라 개선도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수도권에 자리 잡은 핵심 인재를 끌어오려면 교육·의료·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충분한 보상과 성과급 등 확실한 유인책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정주 인프라를 구축하면 지방 이전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것.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호남이 용수, 전력 면에서 수도권보다 훨씬 유리하다"며 "TSMC를 보면 대만의 중부, 남부의 큰 공장들을 다 갖고 있듯이 호남이든 중부든 반도체 공장은 한 곳에 모으지 말고 분산하는 것이 낫다"고 제언했다.
또 "미국이 한국 공장 유치 시 세금 감면이나 부지 무상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데 우리도 그런 식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고급 인력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지방 활성화가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새 반도체 클러스터와 기존 투자 계획과의 시너지 창출이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용인·평택·온양, SK하이닉스는 이천·청주·용인 등에 이미 투자해 왔는데 향후 호남·충청 클러스터 간 연계 방안을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jinny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