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성사되면 400조대 투자…'일석삼조' 효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정부와 호남 투자 논의 조율
부지·전력·용수 확보 용이…정부 '지역 균형 발전' 속도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호남·충청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구체화하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추가 공장 건설 부지를 확보할 수 있고 지역에서는 세수 증대와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 입장에서도 '국토 균형 발전' 정책이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국가 핵심 전략 산업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신속한 인허가 같은 행정적 지원은 물론 세제 혜택과 토지 이용료 감면 등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공장 분산에 따른 경제성 하락을 보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과 충청권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막바지 조율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대기업 총수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29일 예정된 '국토공간 대전환' 민관 합동회의를 앞두고 관련 내용을 막판 조율하기 위한 자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 지역에 조성될 반도체 클러스터에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전공정)과 첨단 패키징(후공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반도체 팹(공장) 1기 건설 비용이 최소 60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투자 규모는 400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초 호남 지역에 제조 공정을 거친 반도체 칩을 완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후공정' 패키징 공장 건설을 검토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겨넣는 미세공정 과정인 '전공정'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공정은 전력·용수·인력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투자 규모 역시 수조 원 정도로 제한적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반도체 생산라인까지 검토하는 것은 최근 글로벌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자 기존 생산설비, 용인 클러스터로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전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하이닉스 4호기는 원래 2044년 완공 목표였는데 수요 폭증으로 2034년까지 당겨졌고, 삼성전자 역시 2048년 계획을 2034~35년으로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팹(생산라인) 하나 짓는 데만 7~8년이 걸리는 만큼 용인이 포화되는 시점에 맞춰 호남 부지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전공정 설비를 짓는다면 호남 지역 투자 규모는 500조 원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를 두고 기업, 지방,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투자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공장입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과 전력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과 공정 가스 정화 과정에선 세척 및 불순물 제거에 상당량의 물이 필요하다. 또한 클린룸 온도와 습도 조절 등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필수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요구된다.
전남 서부권은 영암호·금호호·영산강호 등을 통해 하루 130만 톤 이상의 용수 공급을 할 수 있다. 전남·광주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해상풍력 확충을 통해 17.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기반도 갖출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수도권에서 이 같은 전력·용수 여건을 갖춘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대규모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새로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역에서는 신규 고용 창출과 인구 유입, 세수 증가 효과, 연관 산업 육성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연쇄 입주에 따른 집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남부권에 대형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론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투자가 정치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분야가 대규모이자 국가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만큼 정부가 특정 지역을 정하기보다 가장 경쟁력 있는 입지인지를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권 논리에 좌우되지 않도록 유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반도체 투자는 정치 논리에 좌우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의 경우 기업 공장 유치 시 부지 무상 제공, 세금 감면 등 고육책을 쓴다"며 "(이렇게 될 경우) 지방 활성화가 더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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