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대 기름값 7월에나 떨어질 듯…'중동 리스크' 등 재인상 부담 여전
두바이유 1달 새 31% 급락…국내 도입까지 2~4주 시차 있을 듯
고환율·최고가격제·호르무즈 재봉쇄 삼중고…가격 안정 어려워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한 달 새 30% 이상 폭락했으나 국내 휘발유 가격은 두 달째 L당 2000원 선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업계는 국제 원유 가격 하락분이 국내 소매가에 반영되기까지 2~3주의 시차가 걸릴 것으로 본다. 내달에야 하락분이 반영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1530원대 수준인 고환율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 움직임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남아 있어 하반기 기름값의 추가 재인상 부담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5월 20일 기준 배럴당 106.60달러에서 이달 19일 73.61달러로 한 달간 30.9% 급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글로벌 원유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선 여파다. 19일 기준 유럽 대륙간거래소(ICE)의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57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6.54달러 수준으로 무력 충돌 초기였던 지난 3월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유가 하락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번 주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업무협약(MOU) 이행이 본격화되며 하락했지만,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지속되며 하락 폭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두 달 넘게 2000원대 이하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2051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유가 하락이 국내 주유소 가격표에 즉각 반영되지 못하는 일차적 원인은 유통 구조에 따른 시차 등에 있다. 수입한 원유가 정제 과정을 거쳐 일선 주유소에 공급되기까지는 대개 1주가 필요하다. 주유소가 기존에 비싼 가격으로 매입해 둔 고가 재고 물량을 모두 소진하고 가격을 내리는 데 추가로 1~2주가 더 걸릴 수 있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급락분이 국내 소매가격에 반영될 수 있는 시점을 이르면 7월 중순으로 예상한다. 국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도 7월 이후 다소 안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현장 주유소들의 재고 소진 속도에 따라 지역별 내림세는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1530원 수준인 고환율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여파,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등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1500원 선을 돌파한 고환율은 기름값 인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원유 도입 대금은 전액 달러로 결제되므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국제 유가가 떨어져도 정유사의 원가 부담은 줄어들기 어렵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3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도입했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 역설적으로 국내 유가 하락을 가로막는 족쇄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는 유가 급등기에 정책적으로 가격 상승을 억제당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국제 유가 하락 시기에 일부 보전할 전망이다. 정유사의 공급가 인하 폭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제한적으로만 투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 잠정 합의 이후에도 이란이 추진 중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현실화 조치 등은 중동 리스크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다. 한국은 전체 원유 도입량의 약 70%를 이 중동 항로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란이 통항료 부과를 강행하면 해상 운송비와 보험료가 일제히 급등해 정유사의 원유 도입 단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수준의 극적인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비관론을 제기한다. 중동 지역 내 파괴된 석유 생산 시설의 복구와 물류망 정상화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요 산유국들이 그동안 소진한 비축유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해 매수세에 나설 가능성도 유가 하락을 저지하는 요인이다.
전유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60일간의 핵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이란의 의견 충돌로 인한 해협 봉쇄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무엇보다 원활한 재개방을 위해서는 현재 대기 중인 선박들의 배치와 유정 재가동, 각종 인프라 복구, 기뢰 제거 등 작업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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