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 탑재량 '632%' 폭증, 제2 메모리 반도체 조짐…삼성전기 '미소'

하반기 '공급 절벽' 가시화…주문부터 납품까지 20주
'슈퍼사이클' 올라탄 삼성전기, 영업익 '1.6조' 정조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손가락 위에 올려 놓은 모습.(삼성전기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인쇄회로기판(PCB)당 1440개 수준이던 초소형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용량이 1만 544개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MLCC가 '제2의 메모리 반도체'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MLCC도 주문 후 납품받기까지 과거 8주가 걸리던 것이 지금은 20주까지 늘어났다.

또 빅테크 등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들이 자체 신경망처리장치(ASIC) 개발에 나서면서 고성능 MLCC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반면 고성능 MLCC를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TDK·타이요유덴 등에 불과하다. 생산 능력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빨라야 2027년에 가능한 상황이다.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 CSP를 중심으로 장기공급계약(LTA) 선점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MLCC가 메모리 반도체와 '닮은꼴'인 이유다.

PCB 당 1만 개 넘긴 MLCC 탑재량…'AI 가속기'가 부른 품귀 현상

2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CSP의 AI 시스템 구축 경쟁으로 'ASIC 가속기' 도입이 늘면서 프리미엄 MLCC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차세대 플랫폼의 최종 검증 단계에서 설계 변경이 잦아지며 보드당 고급 MLCC 요구량이 많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ASIC 가속기는 AI 모델 학습이나 추론 등 특정한 목적을 전담해 처리할 수 있게 맞춤 제작한 특수 목적용 칩이다. 다양한 작업을 처리하는 CPU, GPU 등 범용 칩과 비교해 개발 개발 비용은 비싸지만 정해진 목표에서는 더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다는 강점이 있다.

MLCC는 모래알만큼 매우 작은 전자기기 부품이다. 전기를 임시로 저장했다가 필요시 반도체에 즉시 전력을 공급하고 전류의 흐름을 조정하는 일종의 댐 같은 역할을 한다.

AMD의 'MI450' 플랫폼은 자재 검증 과정에서 기존 커패시터를 MLCC로 대체했다. 이에 따라 '47μF 2.5V X6S 0402 MLCC' 사용량이 기존 1440개에서 1만 544개로 무려 632% 폭증했다.

엔비디아 '베라 루빈'.(엔비디아 제공)/뉴스1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 역시 '100μF 4V X6S 0805 MLCC' 수요가 보드당 320개에서 500개로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 구글 'TPU V8t·i', AWS '트레이니움4', 메타 'MTIA 400·450' 등 주요 플랫폼이 양산에 돌입하면 MLCC 수요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급망은 이미 한계 징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주요 공급업체의 수주출하 비율(B/B 비율)은 지난 4월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특정 고용량 제품의 주문부터 공급 완료(리드타임)까지 기간은 기존 8주에서 최대 20주까지 늘어났다.

수율 장벽에 막힌 공급망…4분기 '구조적 쇼티지' 덮친다

폭발적인 수요에도 공급업체들의 생산능력 확장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기를 비롯해 무라타, 타이요 유덴, 교세라 등이 고사양 MLCC 양산 규모를 키우고 나섰다. 그러나 까다로운 제조 공정과 낮은 업계 평균 수율 영향으로 공급 확대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 무라타의 신규 이즈모 공장은 오는 2027년에야 완전 가동에 돌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급증하는 수요를 단기간에 진화하고 의미 있는 공급 완화를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사이 잠재적 공급 위험이 실제 시장 부족 사태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품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이미 LTA을 맺은 선도 CSP들이 물량을 우선 할당받아 독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급 약정을 체결하지 못한 시스템 벤더와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은 비상이다. 이들은 현물 시장에서 가격 프리미엄을 감당해야 하며 심각한 출하 지연까지 겪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렌드포스는 이에 따라 4분기 공급 차질에 대비해 3분기 내 전략적 안전 재고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기 임직원이 세종 사업장에서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기 제공)/뉴스1
'슈퍼사이클' 정조준 삼성전기…연간 영업익 1.6조 원 '청신호'

국내 MLCC 등 전자기기 부품사인 삼성전기는 'AI 슈퍼사이클'의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시장조사기업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연간 매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13조 4088억 원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4.0% 급증한 1조 589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률은 11.8%를 달성할 전망이다.

AI 서버용 MLCC에 각 기업의 생산능력이 최우선 배분되면서 범용 제품의 공급 여력이 축소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부품인 실리콘커패시터(Si-CAP)와 고사양 반도체 기판(FC-BGA)의 수주를 지속하고 있다. 북미 빅테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비중국 조달 물량을 삼성전기로 집중하면서 선제적인 FC-BGA 판가 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고객사들은 단가 협상 대신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1순위로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급사는 안정적인 판매 전망을 확보하고 고객사는 판가를 방어할 수 있는 LTA 계약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AI 서버용 초소형·초고용량 MLCC는 제한된 면적 내 높은 적층 수를 구현으로 생산 난도가 매우 높고, 공급 가능한 업체가 제한적"이라면서 "AI 서버를 중심으로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공급 가능 업체는 제한적인 수급 환경이 지속되며, 쇼티지 심화에 대한 밸류체인 전반의 공감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