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파격 '학벌 철폐'…"AI는 못하는 '3대 근육' 키워라"

SK하이닉스, 설계·공정·IT 등 핵심 직무 학력 제한 폐지
최태원 "생각·적응·공감근육, 미래 인재의 핵심 경쟁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8일 KBS '다큐 인사이트 –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29 ⓒ 뉴스1

(서울=뉴스1) 양새롬 박종홍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하며 인재 확보 전략 대전환에 나섰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학벌보다 실제 직무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중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AI 시대 인재상'을 SK하이닉스가 먼저 실천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회장은 AI 시대에는 '스스로 질문하며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고(생각 근육),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며(적응 근육), 다양한 구성원과 협업할 수 있는 역량(공감 근육)이 학벌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4년제 학사 이상' 삭제…핵심 직무 문호 개방

SK하이닉스는 17일 시작한 신입사원 수시 채용부터 기존 채용 공고에 명시했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등의 지원 자격 요건을 없앴다.

이에 따라 △설계 △소자 △연구개발(R&FD) 공정 △IT 등 주요 직군은 학력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지원자의 경험, 직무 역량, 기업문화 적합성 등이 일치하면 누구나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이번 조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기업 간 기술 경쟁이 결국 인재 경쟁으로 이어지는 만큼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문턱을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 시대에는 학벌로 대표되는 '지식'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AI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되고 있어서다. 오히려 지식을 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인재가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학력 제한을 철폐해 이런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게 최 회장의 뜻인 셈이다.

앞서 역대급 성과급이 예상되며 지원 자격 제한으로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던 고졸 생산직 등 타 전형에서도 학력 장벽이 없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6.4.23 ⓒ 뉴스1 김민지 기자
최태원의 'AI 인재상'…학벌보다 '3대 근육' 중요

이번 채용 혁신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 온 AI 시대 인재상과도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KBS-1TV '다큐인사이트-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에 출연해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으로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등 이른바 '3대 근육'을 제시했다.

그는 스스로 질문하고 문제의 본질을 파고드는 생각 근육, 빠른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적응 근육,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공감 근육이 미래 인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식을 빨리 습득하고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능력은 AI가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AI 시대에는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실패 이후에도 다시 적응하고 새로운 선택을 이어갈 수 있는 회복력이 중요하다"며 적응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 능력과 음악·미술·스포츠 등 신체 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바디 스킬' 역시 AI 시대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R&D 부문까지 학력 철폐…설계 직군 세 자릿수 채용 이례적

특히 이번 채용 혁신 단순 지원 조직이 아니라 설계, 소자, R&D 공정, IT 등 AI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학벌보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잠재력을 우선 평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번 수시 채용에서 설계 직군을 중심으로 수시 채용으로는 이례적인 세 자릿수 규모의 신입사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대규모 채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잡코리아가 발표한 '2026 기업 선호도 리포트'에서 '당장 출근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구직자 선호도가 높은 기업이 먼저 학벌의 문턱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삼성은 1995년 지원 자격에서 학력 제한을 없앤 바 있다. LG전자와 현대차그룹 신입 채용의 경우 직무에 따라 대학 졸업(예정)자 등 학위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