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꿈 'AI 팩토리' 뭐지?…삼성·SK·현대차·LG 韓기업 역할은
삼전닉스, AI 전용 반도체 개발…SK텔레콤·네이버, 클라우드 구축
LG, 엔비디아 로봇 개발 과정 참여…현대차, 로보틱스 기술 제공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AI 팩토리가 뭐지? 공장에서 AI를 어떻게 만들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기간 중 SK와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과 굵직굵직한 협력 방안을 내놓으면서 핵심 개념인 '인공지능(AI) 팩토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황 CEO가 AI 팩토리 협력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수천억 달러의 매출이 한국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2024년부터 AI 시대의 새로운 공장이라는 개념으로 'AI 팩토리'를 제시했다.
AI 팩토리는 기업이 AI를 쉽게 가져다 쓸 수 있게 해주는 기반 '플랫폼'에 가깝다. AI 팩토리는 자체 AI 인프라가 부족한 기업도 대규모 컴퓨팅 자원과 AI 모델을 활용해 연구개발, 공장 자동화, 로봇, 자율주행 같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산업용 AI 플랫폼이다.
지금 사무실과 가정, 학교, 공장에 전기생산 시설이 없지만 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AI 팩토리는 기업에 AI를 전기처럼 공급하는 기반 시설이다. 기업은 이를 활용해 연구개발, 생산 자동화, 로봇, 자율주행 같은 서비스를 더 쉽게 구현할 수 있다.
AI 팩토리 용량을 기가와트(GW)로 표시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와 혼동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데이터를 저장·관리하는 '창고'라면, AI 팩토리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코드·설계·예측 같은 AI 결과물을 생산하는 '공장'이어서 큰 차이가 있다.
AI 팩토리가 완성되려면 크게 △GPU를 포함한 AI 반도체 △수많은 GPU를 하나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전력과 냉각 설비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4가지가 필요하다.
황 CEO가 이번 방한 기간에 만난 한국 기업들은 이들 4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 이상을 생산하는 기업들이다.
SK그룹은 AI 팩토리 전용 반도체 생산부터 AI 클라우드 등 황 CEO의 AI 팩토리 구상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AI 팩토리 인프라에 적합한 차세대 메모리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또 엔비디아가 새롭게 내놓은 베라 루빈 AI 슈퍼컴퓨터 등에 필요한 메모리도 개발, AI 인프라와 퍼스널 AI, 피지컬 AI를 아우르는 신시장에 함께 진출하기로 했다. AI 팩토리 구현을 위해 엔비디아의 AI 기술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 기술을 결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 운영 경험과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보유한 SK텔레콤은 엔비디아 DSX 플랫폼을 토대로 'AI 팩토리' 구축 작업을 맡는다. 엔비디아 플랫폼으로 국내 AI 클라우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아시아 최대 AI 인프라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7년 첫 가동을 시작해 5기가와트급(GW)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로 규모를 확대하고 아시아 전역으로 AI 인프라를 넓혀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엔비디아와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에 나선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은 전날 황 CEO와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오랫동안 (엔비디아와) 같이 협력해 왔는데 가장 좋은 얘기를 나눈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메모리 공동개발을 포함한 중장기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범용이 아닌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맞춤형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삼성전자에도 제품 공동 개발 등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를 갖고 있어 엔비디아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도 있다. 지금은 대만의 TSMC가 이 역할을 맡고 있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것이란 예상이다.
네이버는 마지막 퍼즐인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에 협력한다. 엔비디아가 개발한 개방형 오픈소스 LLM(대규모언어모델)인 네모트론 연합에 참여, 개방형 프런티어 AI 모델을 함께 구축한다. 네이버는 네모트론 연합에서 한국에 적합한 AI 모델을 개발하고 향후 다른 국가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양사는 또 초대형 AI 클라우드 구축 및 로보틱스 협력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AI 팩토리를 이용하더라도 실제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필수다. 이런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피지컬 AI다. 황 CEO가 제조업 데이터와 역량, 로보틱스 기술을 두루 갖춘 우리나라를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황 CEO는 LG그룹과 손을 잡았다. LG는 엔비디아가 추진 중인 로봇 개발의 전 과정에서 협력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LG전자는 엔비디아와 휴머노이드 및 물류 로봇을 포함한 차세대 로봇 분야에서 데이터 구축, 시뮬레이션, 학습, 행동으로 이어지는 전 개발 과정에 걸쳐 전략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광학 기술력에 기반한 로봇의 눈 역할을 담당하며, 엔비디아 AI 칩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고성능 센싱 모듈과 광학 부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LG CNS는 산업 현장용 로봇 플랫폼인 피지컬웍스(Physical Works)에 엔비디아 로보틱스 기술(Isaac, GR00T, Cosmos)을 접목, 물류와 제조 현장의 AI 전환을 가속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또 AI 인프라 열관리를 위한 냉각수 분배 장치(CDU), 콜드 플레이트 등 냉각 설루션을 제공하고 LG유플러스와 LG CNS는 확장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력 설루션 부문에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에너지 분야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과 소형모듈원전(SMR), 두산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 등을 활용해 AI 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전력 공급 및 발전 설비 최적화 방안을 제공한다.
피지컬 AI 협력과 관련해 두산로보틱스는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Isaac Sim)과 '아이작 랩'(Isaac Lab), '코스모스'(Cosmos) 등을 활용해 개발 중인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Agentic Robot O/S)를 고도화하는 핵심 파트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새만금의 AI 데이터센터를 통해 자율주행 알고리즘 고도화뿐 아니라 로보틱스 제어 기술 개발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로봇이 가상의 공간에서 수많은 반복 학습을 통해 최적의 동작을 도출하는 강화 학습 방식으로 각종 기술을 습득해 나가는 점을 감안하면 데이터센터 능력은 로보틱스 고도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로봇의 신체를 만드는 제조 기술은 현대차의 로보틱스 기술, 로봇이 세상을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하는 두뇌는 AI 팩토리가 담당하는 방식도 예상할 수 있다.
황 CEO는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하며 "한국과 함께 미래를 건설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며 AI 분야 협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여기 있는 파트너들과 많은 비즈니스를 하게 될 것"이라며 "다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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