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3가지 '깜짝선물'…AI 시대, K-반도체·제조업 가치 재확인

엔비디아 4가지 신제품 발표, K-반도체 대량 주문 예고
피지컬 AI 구현 위해선 K-제조업 협업 필수…韓, AI 생태계 주축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CEO가 7일 서울 강남구 옵티멈존 PC카페에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회동을 마친 뒤 연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6.6.7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통해 K-반도체와 K-제조업의 위상이 재평가되고 있다. 황 CEO가 '깜짝선물'을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구애'에 가깝다. 황 CEO가 그리는 미래를 위해서는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고 방대한 한국 제조업 빅데이터, 고도화된 아날로그 제조업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기술센터를 서울에 설립하기로 한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 K-제조업 빅데이터를 피지컬 AI에 학습시키고 한국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이중 포석'이란 평가가 나온다.

"모어 HBM"…메모리 호황 기대감 키웠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5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며 "깜짝선물도 있다. 한국에 많은 비즈니스를 가져왔다"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가진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에서 직접 깜짝선물의 실체를 공개했다.

황 CEO는 "제 큰 선물은 한국에 4가지 새로운 사업을 가져왔다는 것"이라며 베라 루빈, 신규 CPU 베라, RTX 스파크, 로보틱스 프로세서 라인 등 엔비디아의 새로운 4가지 신제품을 소개했다.

그는 "베라 루빈은 많은 양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용할 것이고 신규 CPU 베라는 많은 양의 LPDDR5 메모리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RTX 스파크에 대해선 "40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PC의 새로운 발명품"이라며 "여기에는 대량의 LPDDR5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규모로 반도체를 주문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실제 황 CEO는 최근 수년간 "모어(More) HBM"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 황 CEO는 SK하이닉스 컴퓨텍스 부스를 찾아 HBM4E 웨이퍼에 "더 많이 만들어주세요"라는 문구와 사인을 남겼고, 지난 5일 '삼소 회동'에서도 "모어(More) HBM"을 외치며 시민들에게 과자 'HBM 칩스'를 나눠줬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장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제품 ‘HBM4E 웨이퍼’에 사인을 남겼다.(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6.6.2 ⓒ 뉴스1
'로봇 강국' 한국에 손 내민 엔비디아

황 CEO는 또 "엔비디아는 자율 주행차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로봇 공학 프로세서 라인을 소개했다"며 "우리는 로봇 공학 분야에서 현대자동차와 큰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제 친구들인 LG, SK하이닉스, 삼성, LG, 네이버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선물은 로보틱스 협업인 셈이다. 이날 오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만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황 CEO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 시구를, 박정원 회장이 시타를 맡는다.

두산과 엔비디아는 최근 AI 반도체 공급망부터 피지컬 AI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우선 ㈜두산 전자BG는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고 있다. CCL은 인쇄회로기판(PCB)의 기초 소재로, AI 반도체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AI 서버 시장이 커질수록 CCL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과 엔비디아의 협력은 공급망을 넘어 미래 사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건설기계와 발전설비, 로봇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의 AI 기술과 두산이 보유한 산업 데이터를 결합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두산은 엔비디아가 집중하고 있는 '피지컬 AI' 분야의 주요 협력 파트너로 꼽힌다. 피지컬 AI는 AI가 로봇이나 기계에 적용돼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말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력 생산에 필요한 발전설비와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을 하고 있고, 두산로보틱스는 협동 로봇과 산업용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AI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두산이 갖추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은 산업용 로봇 밀도 기준 세계 최고 수준 국가로 꼽힌다.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와 세계적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뿐 아니라 센서·배터리·모터 등 몸체 부품까지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엔비디아 채용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서울 AI센터 설립 구체화…인재 확보 나섰다

젠슨 황 방한의 마지막 퍼즐은 서울 AI 연구센터 설립이다. 엔비디아는 방한 기간 서울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채용 홈페이지에 '서울 근무' 조건으로 AI기술센터 소속 피지컬 AI 담당 설루션 아키텍트 채용 공고를 올린 바 있다. 사실상 설립 계획이 구체화한 셈이다.

황 CEO가 방한 기간 서울대 AI연구원 방문과 젊은 연구자들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AI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와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AI 기술센터는 단순한 영업 거점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를 위한 핵심 거점 성격이 강하다. 글로벌 AI 기업이 한국을 핵심 연구 거점 중 하나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국내 AI 생태계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다.

황 CEO는 방한 기간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회동했다. 서울 홍대 인근 삼겹살집에서 '삼소 회동'이 성사되면서 지난해 '치맥 회동'에 이어 또 한 번 대중적 관심을 끌었다.게임 업계와의 만남도 이뤄진다. 황 CEO는 7일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PC방에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김택진 엔씨 대표와 잇달아 만난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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