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세금에 숨었던 주얼리 시장…규제 풀고 '양성화' 시동

국회, '주얼리진흥법'으로 상임위 문턱 넘어
"韓 주얼리 기업 보호 및 자율 경쟁력 유도 기대"

서울 종로구 한 금은방에서 한 손님이 금·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6.1.26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신민경 기자 = 국내 주얼리 산업을 살리기 위해 국회가 본격적인 법제도 정비에 나섰다. 원자재 유통 등 불투명했던 시장 생태계를 투명하게 바꾸고, 산업 전반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 오세희 의원, 곽상언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3개의 주얼리산업 진흥법안이 산업통상자원지식재산소위에서 통합 대안반영폐기됐다.

대안반영폐기란 발의된 관련 법안들을 하나로 통합 조정해 단일한 대안으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3개 법안이 모두 주얼리 산업 진흥이라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어 심사 과정에서 더 완성도 높은 하나의 법안이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얼리산업 진흥법의 핵심은 주얼리 산업의 전반적인 양성화를 유도해 경쟁력 있는 'K-주얼리'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법안에 의하면 유럽과 중국 등의 경우 주얼리 산업은 이미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주력 산업으로 발전해 국부 창출과 고용 증대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세공 기술과 디자인 능력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명 주얼리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연간 약 1조 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주얼리 산업이 이 같은 위기를 맞이한 배경에는 과거 규제 위주의 정책과 이로 인한 고질적인 시장 음성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주얼리 제품에 높은 세율의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가 부과되는 등 무거운 세법이 지속되면서 제품의 음성적 거래를 유발했다. 이는 탈세와 자금세탁, 진품을 사칭한 모조품 유통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외면을 가속했다.

온창현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장은 "과거 개발 시대에는 금과 보석을 과소비나 사치의 영역으로 몰았고, 사채 업종처럼 취급하며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자산이나 전략 가산으로 금을 바라보지만 우리나라는 세금이 너무 높아 소비하지 말라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부가세 10%에 특별소비세 등이 더해져 최고 36%에 달했던 무거운 세금 탓에 시장 자체가 다 숨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온 소장은 이어 "제품 디자인력과 개발력, 손기술이 좋다고 평가받으면서도 정작 똑똑하고 영리한 상품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던 이유는 원자재가 음성화돼 매입·매출 증빙과 신고가 안 됐기 때문"이라며 "산업이 크려면 제도화와 양성화가 필수적인데, 이번 법안은 바로 그러한 양성화 및 제도적 지원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법안은 주얼리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의 불법 거래와 시장 왜곡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주얼리 제조업 및 유통업에 '사업자등록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거래를 투명하게 만들어 떳떳하게 영업하고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산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귀금속상을 자금세탁 방지의무 부과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법안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이러한 국제 기준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할 것을 명시했다. 기본계획에 주얼리 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켜 거래 투명화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온 소장은 "우리나라 주얼리 기업들을 보호하고 자율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등록을 통한 양성화와 함께 활발한 산업 지원 정책, 인재 양성 방안이 이번 법안에 담겼다"며 "이번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그동안 규제에 묶여있던 국내 주얼리 산업이 제도권 안에서 떳떳하게 도약하고 긍정적인 성장을 이루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k503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