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조 루마니아 IFV' 獨 라인메탈 확정…한화 "시장 공략 지속"(종합)

한화, 가격↓·현지화↑에도 '고배'
EU 블록화 우려 현실로…"장기적 관계 구축"

한화디펜스(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한화디펜스 제공) 2022.5.29 ⓒ 뉴스1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루마니아의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자가 독일 라인메탈로 최종 선정됐다. 루마니아 정부와 라인메탈 간 불협화음을 토대로 틈새 공략을 노리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끝내 고배를 마셨다.

유럽연합(EU)의 역내 무기 체계 우선 구매 기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우려는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 라인메탈 링스 확정

3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루마니아 국방부는 최근 노후화한 소련제 MLI-84 궤도형 보병전투차량을 대체할 차량으로 독일 라인메탈의 KF41 링스를 최종 선정했다.

해당 사업은 보병전투장갑차 298대를 새로 도입해 노후화한 전략을 보강하기 위해 추진됐다. 루마니아 육군은 구 소련 시절의 무기 체계를 다수 사용하고 있어 동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전력 노후화가 심한 편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적 압박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력 현대화를 더이상 미루기 어려워진 점도 사업 추진 배경이다. 사업의 규모는 33억 유로(약 5조 7800억 원)에 달한다.

한화에어로는 라인메탈 링스에 맞서 AS21 레드백을 내세웠다. 앞서 호주 보병전투차량 사업에선 레드백이 링스를 눌렀던 만큼 기대감이 높았다. 여기에 라인메탈에 비해 저렴한 가격, 높은 현지화율 제시했지만 순위에서 밀렸다.

현지 매체 디펜스 루마니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장갑차 298대를 총 28억 유로(약 4조 9000억 원)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예산 대비 적은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현지화율도 초기 72.7%에서 핵심 부품 기술 이전 등을 통해 80%까지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라인메탈과 루마니아 정부 간 합의 금액은 총 25억 9000만 유로(약 4조 5400억 원)로 한화에어로보다 작지만, 도입 차량 규모를 232대로 축소했다는 소식이다. 대당 가격이 레드백 950만 유로(약 166억 원)보다 높은 1100만 유로(약 193억 원) 수준이다. 현지화율 역시 40% 수준으로 책정해 제시했다.

한화에어로는 루마니아 정부와 라인메탈 간 '불협화음'을 틈새 삼아 막바지 총력전을 벌였지만 수주를 따내지 못했다. 라인메탈이 현지 40%로 약속했던 루마니아 현지 생산 비율을 0%로 낮추겠다고 제안하면서 양측 의견에 균열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루마니아 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K9 자주포 계약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동시에 무인지상차량(UGV) 등 추가적인 안보 설루션 관련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왼쪽 다섯번째)와 이리네우 다러우 루마니아 경제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루마니아 듬보비차에서 열린 K9 자주포 현지 공장 착공식에서 시삽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11 ⓒ 뉴스1
가격경쟁력·현지화율 한계…"장기적 파트너십 구축 필요"

루마니아 IFV 사업이 결국 독일 업체로 확정되면서 유럽 안보 블록화에 대한 국내 방산업계 고심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당초 국내 방산업계는 EU의 높은 현지화 요구에 대응해 현지 업체와의 합작 법인 설립, 단독 생산 시설 설립 등의 행보를 가속해 왔다.

SAFE 기금 사안이 대표적이다. 이는 EU가 지난해 신설한 1500억 유로(약 263조 원) 규모의 재무장용 기금으로, 바이 유러피언 기조 속에 역내 업체 우대 규정을 도입했다. 부품 중 65% 이상이 세이프 회원국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기금이 지원되는데, 한화에어로는 현재도 이같은 기준을 충족한 상황에서 열세에 놓여 있다.

업계 안팎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역내 방산 생태계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단순히 높은 가격 경쟁력이나 현지화율로는 뚫어내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U 차원의 공동 조달과 방산 공급망 재편 논의가 이어지며 비유럽권 업체에는 보이지 않는 추가적인 진입 장벽이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폴란드의 잠수함 3척 도입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에서도 한화오션은 스웨덴의 사브에 밀려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럽권으로 묶이는 정치, 안보 블록이 강화되는 상황이라 경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현지화를 통해 장기적인 경제 안보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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