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AI 시대, '4가지 근육'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인재"
"AGI 도달 시 능력 격차 9%로 감소…멀티잡 일상화"
"생각·적응·공감·바디스킬 필수…국가 차원 'AI 시티' 제안"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미래 인공지능(AI) 시대의 인재는 산업 시대의 인재하고는 사뭇 다른 종류의 사람으로 탄생할 것입니다. 인간을 잘 이해하고, AI를 어떻게 같이 접목할 것인지, 새로운 각도에서 쳐다보는 사람이 인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8일 KBS가 방송한 '인재전쟁2 3부 최태원의 대답'을 통해 이처럼 말하면서 AI 시대 새로운 인재상과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생산 패러다임이 상품에서 지능으로 전환되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특정 분야에 얽매일 수 있는 전문가(스페셜리스트)보다 AI와 공존하는 사회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제너럴리스트'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현 시대가 인간이 묻는 말에 답하는 '리스닝 AI' 시대를 거쳐 지시를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에이전틱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사회에서는 인간이 물리적 상품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공장이 AI를 생산하는 'AI 팩토리'로 변모해 지능 자체를 만들어내는 세상이 됐다는 판단이다.
전환기에는 에이전트를 잘 다루는 개인과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며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지만, 기술이 궁극적인 범용인공지능(AGI) 단계에 도달하면 상황은 역설적으로 상향 평준화된다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역량이 10, 뛰어난 사람을 100이라 할 때 기존 격차는 10배지만 1000의 능력을 지닌 AI가 도입되면 1010 대 1100이 돼 실제 차이는 9% 수준으로 줄어든다"면서 "격차가 무의미해지는 미래에는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일자리가 늘어나며 여러 분야를 아울러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더 뛰어난 인재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향 평준화는 직업의 형태와 자격증의 가치도 바꿔놓을 것으로 봤다. AI가 업무를 처리해 투입 시간과 노력을 10분의 1로 줄여주면, 한 사람이 10개의 직업을 갖거나 한 회사에서 여러 직무를 수행하는 멀티잡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9 to 6 출퇴근 공식도 깨질 수 있다.
최 회장은 자격증 하나로 평생을 보장받는 시대가 저물 수 있다면서 필수 역량으로 네 가지 근육을 제시했다.
첫째는 생각하는 근육이다. 정해진 지식을 암기해 문제를 빨리 푸는 기계적 능력을 넘어, 현상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고 깊이 고민하는 훈련이 요구된다. 둘째는 적응의 근육이다. 빠른 변화 속에서 창업이나 진로 선택이 완벽한 실패로 끝나더라도 주눅 들지 않고, 긍정적으로 다음을 대비하는 회복 탄력성이다.
셋째는 공감의 근육이다. 효율적인 문제 해결은 AI가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지만, 타인과 교감하고 마음을 나누는 능력은 대체 불가능한 무기일 수 있다. 마지막은 보디 스킬이다. 신체를 직접 움직여 가치를 창출하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예술과 체육 영역은 로봇이 흉내 내더라도 인간 고유의 감동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태원 회장은 "AI 시대에는 수학자가 의사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버는 환경이 올 수도 있다. 특정 직업이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네 가지 근육을 잘 갖추면 AI 시대가 아무리 요동치더라도 스스로를 충분히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 국가 도약 요건으로는 스피드, 스케일, 세이프티를 꼽았다. 기술 발전 속도를 극대화하고 거대한 투자를 집행하며, 국민이 다치지 않고 AI를 활용할 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제안이다.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국민 모두가 생활 밀착형 에이전트를 보유하는 'AI를 모두에게'(AI for All)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선제적인 실험이 가능한 'AI 시티'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완벽한 제도를 기다리다 글로벌 속도전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기업과 전문가 등에 자율성을 주고 미래 규칙을 샌드박스 형태로 미리 테스트하자는 제언이다. 그는 학교 역량을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AI와 공존하는 방법을 훈련하는 실험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인재들이 공대보다 의대에 집중되는 현상은 단기적 과제일 뿐 치명적 국가 위기로 보지 않았다.
10~15년의 과도기에 엔지니어를 집중 육성하고 해외 인재를 수용하며 버텨낸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의료 기술 역시 폭넓은 기술인 만큼 의학 기술과 AI를 결합해 특화 경쟁력을 갖추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 회장은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라면 특정 직업을 갖도록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멀티잡이 가능한 전인간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하는 방식을 권장한다"면서 "하나의 전공을 넘어 인간과 기계의 접목을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을 잘 이해하고 AI를 어떻게 접목할지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진짜 미래 핵심 인재"면서 "기성세대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사회 시스템이 AI 시대에 맞춰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미래 대한민국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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