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수조원 퍼붓는데…K-배터리 '직접환급·3자양도' 절실

中 CATL·BYD 막대한 지원금 공세…韓 흑자기업 중심 세액공제 한계
업계 "적자기업도 혜택 받아야"…국내생산촉진세제 실효성 확보 요구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찾은 사람들이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은 오는 13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2026.3.11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생산과 연계한 세제 지원과 함께 '직접환급'·'제3자 양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자 상태인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현행 세액공제 체계만으로는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자국 정부로부터 수조 원대의 보조금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도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와 정부는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와 일본의 전략 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생산 인센티브 제도다.

배경에는 중국의 전방위적인 산업 지원이 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은 2024년 상반기에만 약 7000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YD는 같은 해 연간 약 2조 원 수준의 정부 지원을 확보하며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15년간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약 2300억 달러(약 320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규모 지원 속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 국내는 배터리 업계를 위한 실질적인 생산 보조금 체계가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으로 상당수 기업이 적자 상태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행 투자세액공제는 법인세를 납부하는 흑자 기업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생산 확대와 공급망 유지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도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과 함께 직접환급제와 세액공제 권리의 제3자 양도를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세액공제를 단순 공제에 그치지 않고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전략산업 투자 유인이 살아난다는 논리다.

김기영 한국회계학회장(명지대 교수)은 '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국회 토론회'에서 "국내생산촉진세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접환급제가 결합돼야 한다"며 △100% 환급 △20년 이월공제 △투자세액공제와 중복 지원 허용 △최저한세 적용 배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우섭 LG에너지솔루션(373220) 전무는 이 자리에서 "흑자 기업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는 적자 상태인 배터리 기업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다"며 "직접 환급제 또는 제3자 양도 허용을 통해 흑자기업뿐 아니라 적자기업도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환급제는 기업이 당해 연도에 활용하지 못한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제3자 양도는 세액공제 권리를 금융기관이나 다른 기업에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은 IRA를 통해 첨단 제조업 생산세액공제에 직접환급과 세액공제 양도를 허용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캐나다 역시 친환경·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환급형 세액공제를 운영 중이다.

일각에서 직접환급제가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적용 대상을 일정 기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전략산업 기업으로 제한할 경우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질적인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가 단순 제조업을 넘어 공급망·경제 안보와 직결된 국가 전략산업으로 부상한 만큼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기반으로 공급망과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사실상 시장 경쟁에만 내몰린 상황"이라며 "생산과 연계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내 제조 생태계와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