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협상 '9부 능선' 넘었지만…적자 사업부 보상에 좌초

삼성전자 "'성과 있는 곳 보상' 원칙 위배 안돼"
반도체 부문 내 적자 사업부 조합원 '노조' 강력 지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시점을 하루 앞둔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뒤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히며 인사하고 있다. 2026.5.20 ⓒ 뉴스1 김기남 기자

(서울·세종=뉴스1) 박기호 황진중 기자 =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이 막판에 결렬된 것은 '적자 사업부에 대한 보상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때문이다. 이번 성과급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제도화 등은 노사가 이견을 많이 좁힌 터라 협상 결렬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

사측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라는 회사의 경영 기본 원칙을 위배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역시 반도체(DS) 부문의 폭넓은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물러설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 요구 수용 시 회사 경영 원칙 흔들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3차 사후 조정을 진행했지만 1시간 30여분쯤 후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 간 협상을 중재한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쟁점에 대해 "큰 것은 하나, 작은 것 한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노사는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에서 "사후 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사후 조정이 시작된 후 영업이익의 15%를 '부문 70%, 사업부 30%'의 비율로 분배하자고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DS)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반도체 3개 사업부(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에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30%는 반도체 3개 사업부의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것이다.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는 적자이기에 현재의 실적 상황이라면 30%는 모두 메모리 사업부에 지급된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부문 공통 재원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적자 사업부 직원들도 흑자 사업부와 거의 동일한 성과급을 받게 돼 성과주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일각에선 노사가 배분 비율에는 합의했지만 노조가 적자 사업부 보상을 위한 요구를 추가로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측은 내부 검토 끝에 적자 사업부에 대한 막대한 보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저희 회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DS부문 내 적자 사업부에 대해 막대한 보상을 할 경우 마찬가지로 적자 상태인 디바이스경험(모바일·가전, DX)부문 내 사업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다.

DS부문 강력 지지 노조…'적자 사업부' 외면 어려워

반대로 노조 입장에선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했다. 사측과의 협상에 나선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성과급 갈등 국면에서 DS부문 직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과반 노조까지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최근 DX부문의 이탈이 심화하면서 DS부문 내 흑자 사업부인 메모리 사업부뿐 아니라 시스템LSI·파운드리(Foundry) 사업부의 강력한 지지를 계속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한때 7만 6000명에 달했는데 DX부문 직원들이 5000명 이상 이탈하면서 과반 노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올해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270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6억 2000만 원, 공통 조직은 5억 4000만 원, 시스템LSI·파운드리(Foundry) 사업부는 3억 6000만 원가량을 받게 된다.

현재 추가 대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노사 모두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지만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가 합의해 사후 조정을 요청하면 노사 교섭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