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협상 '배분 비율' 쟁점 급부상…"성과주의 원칙 훼손"

노조, DS부문 70%·사업부 30% 입장 고수…적자 사업부 퍼주기 논란
노조안 성과급, 메모리 6.2억 공통 5.4억 시스템LSI 3.6억 수준 추정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 시한을 이틀 앞둔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최종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5.19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성과급 재원의 배분 비율이 삼성전자(005930) 노사 협상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사후 조정 첫날 협상에서 영업이익의 15%를 부문 70%, 사업부 30%의 비율로 분배하자고 주장했고 사측은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흑자 사업부 직원들에게 지급할 성과급이 적자 사업부 직원들에게 대거 배분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적자 사업부 성과급 인상 요구…사측, '성과주의 원칙 훼손' 난색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재개한 사후 조정에선 성과급 배분 비율에 대해 이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부문 70%, 사업부 30%'의 비율로 분배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도체(DS)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모든 사업부에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30%만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뜻이다.

노조 측의 주장에 사측은 부문 공통 재원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적자 사업부 직원들도 흑자 사업부와 거의 동일한 성과급을 받게 돼 성과주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노조의 요구인 '부문 70%, 사업부 30%' 비율대로라면 사업부 간 격차를 줄여 DS부문 내에서도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 파운드리(Foundry)의 성과급은 대폭 늘어나지만 흑자 사업부인 메모리사업부와 공통조직은 배분이 줄 수밖에 없다.

올해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270조 원인 것을 감안, 15%인 40조 5000억 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가정하면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6억 2000만 원, 공통 조직은 5억 4000만 원, 시스템LSI·파운드리(Foundry) 사업부는 3억 6000만 원가량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반도체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도 노조의 요구에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삼성전자의 오랜 성과주의 기조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내서도 노조 요구 '반발' 확산…"납득할 수 없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사내 게시판에선 노조 지도부의 '부문 70%, 사업부 30%' 요구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분출하고 있다.

자신을 반도체연구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선단 공정 개발은 우리가 메모리보다 더 치열하게 매달려왔지만 실제 돈을 버는 곳이 메모리인 만큼 메모리가 더 많이 받는 것은 납득한다"면서도 "만년 적자를 내는 시스템LSI·파운드리가 부문 재원으로 메모리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아 가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직원은 "정작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제대로 챙겨주려면 최소 부문 30%, 사업부 70%는 돼야 한다"며 "노조 지도부가 부문 70%를 계속 고집한다면 메모리와 공통조직 직원들은 서서히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공통조직 직원들은 메모리 팹 운영을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데, 사무실에서 성과도 못 내는 적자 사업부 직원들과 비슷한 성과급을 받는 것이 과연 합당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직원은 "공통조직 업무가 대부분 메모리 관련 업무인 만큼 공통도 메모리와 보조를 맞춰 최대한 메모리 직원들이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부문 30%, 사업부 70% 비율로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메모리가 돈을 벌었으면 메모리 사업부와 메모리 연관성이 높은 공통조직에 충분히 보상한 뒤 남는 재원으로 적자 사업부를 챙겨주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지적도 나왔다.

40조 5000억 원의 성과급 재원을 사내에서 분출하는 '부문 30%, 사업부 70%의 비율'로 계산하면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7억 5000만 원, 공통 조직은 6억 원, 시스템LSI·파운드리(Foundry) 사업부는 1억 5000만 원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적자 사업부에 과도한 보상을 지급하면 프리라이더(Free-rider)를 양산하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등 재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의 성과급 배분 비율 요구가 사내 여론과 엇갈리면서 노조가 정작 성과를 낸 직원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직원은 "정부와 여론이 모두 등을 돌린 마당에 노조 지도부가 끝까지 부문 7, 사업부 3을 고집하면서 결국 메모리 직원들의 몫까지 적자 사업부에 나눠주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내에선 현실적 타결안으로 '부문 40%, 사업부 60%' 혹은 '부문 30%, 사업부 70%' 등으로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한편,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전날 협상을 마친 후 DX부문 직원들을 배제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위원장은 전날 오후 6시 58분쯤 텔레그램 '초기업 소통방'에서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 고민을 해봅시다"라며 "DX(모바일·가전) 솔직히 못 해 먹겠네요"라는 글을 쓴 사실이 알려졌다. 노사 간 성과급 협상이 반도체 부문 직원의 성과급 위주로만 진행되면서 DX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쌓였는데 최 위원장이 논란을 키운 셈이다.

최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삭제했지만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다. 삼성전자 내 사업 부문의 경계를 뛰어넘겠다는 뜻에서 '초기업' 노조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반도체 성과급 협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의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직원은 "DX부문 직원들로부터도 조합비를 받아 가면서 DX부문을 대표하는 노조가 아니라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이런 노조라면 가처분이 인용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