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이어 법원까지 삼성 총파업 제동…총파업 명분 '흔들'(종합)

법원 "평상시 수준 유지" 가처분 일부 인용…정부·경제계도 압박
노조 파업 동력 약화 전망…삼성 "정상 출근 필요 부서 별도 안내"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회의 중 점심 식사를 위해 회의장을 나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6.5.18 ⓒ 뉴스1 김기남 기자

(서울·세종=뉴스1) 양새롬 박기호 황진중 기자 =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법원까지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의 총파업에 제동을 걸면서 사실상 노조의 파업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법원까지 생산·안전 관련 업무의 정상 운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최대 100조원의 피해가 예상됐던 노조의 총파업 파급력도 줄어들게 됐다. 파업에 따른 예상 손실이 줄어들면 노조의 협상력 또한 낮아진다.

"핵심 시설 평시 수준 유지"…법원, 총파업 일부 제동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는 18일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 업무와 웨이퍼 변질 방지 등 보안 작업에 대해 쟁의행위 기간에도 평상시 수준으로 업무가 수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생산 및 연구라인, IOC, 구매 창고, 전기·전산 시설, 폭발 위험물질·유해화학물질 보관시설 등에 대한 점거도 금지했다.

법원은 "각 시설의 특성과 구조, 목적 등에 비춰 모두 생산 및 기타 주요 업무 관련 시설 내지 이에 준하는 시설로 대통령령이 정한 점거 금지 시설에 해당한다"며 "부분적·병존적 점거를 포함한 일체의 점거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를 위반할 경우 각 노조에 하루 1억 원, 주요 노조 간부에게는 하루 1000만 원씩을 삼성전자 측에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사실상 법원이 총파업 과정에서 생산 차질이나 시설 점거 가능성에 제동을 걸면서 노조의 압박 카드가 상당 부분 제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법원은 '평상시'란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을 의미한다고 결정문에 명확히 적시했다"며 "쟁의 기간에도 정상 출근이 필요한 부서에 해당하는 임직원들에게 별도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직원 안전 확보와 생산 현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며 "가처분 결정과 무관하게 2026년 임금협상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법무법인 마중 의견서를 통해 '주말 또는 연휴' 인력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필수 인력의 숫자를 줄여 더 많은 인원이 파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삼성전자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도 별도 설명자료를 통해 노조 측의 해석을 정면 반박했다. 지평은 "법원은 결정문에서 '평상시'란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을 의미한다고 명확히 적시했다"며 "(채무자들의) 해석은 가처분 결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그동안 성과급 50% 상한제 폐지 및 연간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제도화 등을 요구하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하지만 정부와 법원, 경제계까지 일제히 총파업 자제를 압박하면서 노조 내부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李 대통령 "노동권만큼 경영권도 존중돼야"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삼성전자 노사 협상을 앞두고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라고도 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긴급 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양지만큼 음지가 있고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라며 "과유불급(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물극필반(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로 돌아간다)"이라며 파업을 빌미로 한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전날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극단적 선택보다 대화와 타협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긴급조정권 발동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그간 긴급조정권에 선을 그었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 대통령이 올린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1980년 5월 광주가 보여준 주먹밥 연대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오늘"이라며 "노사 교섭이 정당한 보상과 함께 양극화 해소 등 국민경제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글을 달았다. '연대'를 강조하며 노조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6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국가 핵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총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요 경제단체가 특정 기업의 총파업 예고에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여명구(반도체 부문 피플팀장, 왼쪽부터) 사측 대표교섭위원·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5.18 ⓒ 뉴스1 김기남 기자
중노위 총력 중재…노조 선택 주목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 조정을 재개했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중재에 나섰다.

노사는 성과급 재원 규모와 상한 폐지, 제도화 여부 등을 놓고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정리된 의견을 제시한 데 이어 오후부터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회의실에 들어가면서 '대화가 되는 상황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대화는 되고 있다"고 답했다.

노사는 이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9일에도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정부와 법원까지 연이어 총파업 자제를 압박하면서 노조가 기존 강경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