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전운'…"정부, 긴급조정권으로 경제 충격 막아야"
"삼성전자 총파업, 직접 손실만 30조…긴급조정권 발동 요건 부합"
김민석 총리·구윤철 부총리 "파업 절대 안돼"…韓 경제 전반 흔들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 총파업이 가시화하면서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 파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간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의 직접 손실만 30조 원에 달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충격,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로 국가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재계에선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 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감안, 정부가 노사 자율 해결 원칙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따른 예외적 조정 절차에 나서야 할 단계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13일 새벽까지 정부 세종청사에 있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 조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사후 조정 최종 결렬을 선언했고 삼성전자는 유감을 표하면서 끝까지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협상장에서 중재안으로는 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DS)부문 특별 성과급으로 초과이익성과급(OPI) 초과분은 영업이익의 12% 등이 제시됐다. 삼성전자가 기존에 제시한 영업이익 10%보다 진일보한 셈이다. 하지만 노조는 '영업이익에서 15%가량을 고정해서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노조의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아직 협상을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노사 간에 입장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즉시 30일간 파업 등 일체의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 조정 절차에 착수한다. 30일간의 냉각기간 동안 노사는 협상을 재개하게 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직권으로 중재 회부가 결정된다.
최후의 수단인 만큼 발동 요건이 만만치 않다.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일 때, 그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한 것이어서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저할 때로 제한돼 있다. 국민경제와 공익에 미치는 파장이 일반적인 노사 갈등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될 때 적용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과거 대한조선공사 파업(1969년), 현대자동차 파업(1993년), 대한항공·아시아나 조종사 파업(2005년) 등 4차례 밖에 없다.
재계와 학계에선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노조법이 정한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충분히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 중단 시 분당 수십억 원, 일일 1조 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 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노조 측이 자체 추산한 생산 차질 규모만 해도 최대 30조 원에 달한다.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라는 요건에 부합하는 셈이다.
또한 거시 경제 파급효과도 크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약 35%를 차지하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7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25.7%를 차지하고 있어 파업이 현실화하면 자본시장 전체에 충격이 확산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된다. 총파업 규모 역시 대규모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여한 인원만 6만 6000명에 달한다.
'특별한 성질'이라는 요건도 충족한다. 반도체는 한 번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까지 수주가 소요되는 산업적 특수성을 갖고 있다. 2007년 기흥캠퍼스 4시간 정전으로 약 400억 원, 2018년 평택캠퍼스 30분 미만 정전으로 5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적도 있다. 18일 이상 예상되는 파업의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 AMD·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핵심 평가 항목으로 삼고 있어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곧바로 글로벌 시장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사 양측은 곧바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 사태가 마무리됐다. 긴급조정권이 핵심 산업 보호 장치로 기능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다.
현재 삼성전자 파업이 가져올 30조 원 규모의 직접 피해는 2005년 대한항공 파업 당시 피해액인 2063억 원의 100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도체가 가지는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위상 역시 다른 산업군과 비교할 수 없기에 긴급조정 명분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노조 측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자율 해결만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긴급조정권이라는 법적 장치를 적극 활용해 국가 경제를 지키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김 총리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나갈 것을 지시했다. 또 어떤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며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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