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사례 드문 질환"…전신 곰팡이 감염 진돗개의 기적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전신 진균 감염증 증례

급성신손상으로 투석 받는 탱이의 모습(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손쓸 틈도 없이 단기간에 사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질환입니다."

전신 진균 감염증을 진단받은 4살 진돗개 '탱이'는 급성신손상까지 겹치며 혈액투석과 인공 요관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전 세계적으로 치료 사례가 많지 않고 치료 반응도 불량한 질환으로 알려져 의료진 역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보호자와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약 두 달이 지난 현재 하루하루 버티는 데 집중했던 초기와 달리 상태가 눈에 띄게 안정화되고 있다.

12일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대표원장 이태호)에 따르면 탱이는 지난 3월 중순 다른 동물병원에서 급성신손상(AKI) 진단 후 응급으로 내원했다. 이전 병원에서 수액 처치를 받았지만, 신장 수치는 계속 상승했고 혈액투석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은 보호자가 직접 병원을 수소문해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에 연락했다.

당시 검사에서는 신장 수치 상승뿐 아니라 심장을 둘러싼 전종격동 부위와 전신 림프절(림프샘) 비대가 함께 확인됐다. 림프절 검사에서는 곰팡이 균사체가 발견됐다. 이후 흉수와 소변줄 도말 검사에서도 균사체가 확인되며 전신 진균 감염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됐다.

소변줄에서도 발견된 균사체(병원 제공) ⓒ 뉴스1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에 따르면 전신 진균(곰팡이) 감염증은 흔히 알려진 피부 곰팡이 질환과는 전혀 다르다. 곰팡이가 몸속 깊숙이 침투해 림프절과 흉강, 장기 곳곳으로 퍼지며 심한 염증과 장기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탱이 역시 신장 기능 악화까지 초래한 상태였다.

치료를 담당한 박수민 내과 과장은 "국내에서는 단 1건 보고돼 있는 매우 드문 사례"라며 "치료 반응 자체가 좋지 않고 단기간 내 합병증으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매우 높은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투석하지 않으면 위험"…응급으로 시작된 치료
투석받는 탱이의 모습.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는 응급 내원 시 바로 투석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병원 제공). ⓒ 뉴스1

탱이는 내원 당일 곧바로 혈액투석을 진행했다. 의료진은 당시 가장 시급한 문제를 신장 기능 회복으로 판단했다.

박 과장은 "급성신손상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며 "시간이 지체될수록 회복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투석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2차 투석 이후부터는 소변량이 증가하고 신장 수치도 점차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치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3월 말경 진균 덩어리가 요관을 막으면서 소변 배출이 어려워졌고 신장 수치가 다시 악화했다. 추가 투석과 내과적 처치를 시도했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보호자와 상의해 SUB(Subcutaneous Ureteral Bypass) 장착 수술을 결정했다.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에 따르면 SUB는 인공적인 우회 통로를 만들어 소변이 배출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일시적으로 요관을 뚫는 방식으로는 곰팡이로 인한 반복적인 폐색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과장은 "진균 감염 치료는 장기전인 만큼 다시 막힐 가능성이 높았다"며 "적극적인 외과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루라도 더 버텨주길"…파주서 서울까지 이어진 치료

수술 이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SUB 포트도 진균으로 막히는 문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심할 때는 하루에도 두 차례 이상 막히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했다.

탱이는 이후 입원 치료에서 주간 입원 형태의 통원 치료로 전환했다. 지난 4월 7일부터는 보호자가 매일 경기 파주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치료를 이어왔다.

낮에는 병원에서 항진균제와 항혈전 치료, 각종 주사 처치를 받고 밤에는 보호자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다. 매일 왕복 이동 자체도 쉽지 않은 거리지만 보호자는 단 하루도 치료를 거르지 않았다.

입원 중인 탱이가 활짝 웃고 있다(병원 제공). ⓒ 뉴스1

보호자 장민지 씨는 "여러 번 투석까지 했는데 요관이 막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막막했다"며 "SUB 수술 자체도 위험 부담이 있었고 또 막힐 수도 있다고 해 망설여졌지만 탱이가 버텨내고 있는 게 눈에 보여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들이 계속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고 매번 가능한 선택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며 "불안하고 두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함께 방향을 고민해 줘서 믿고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호자의 빠른 결정, 예후 바꿨다
전신 진균 감염증을 이기고 있는 탱이와 박수민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내과 부장 ⓒ 뉴스1 한송아 기자

전신 진균 감염증은 일반적으로 항진균제 반응이 낮고 치료 기간도 길다. 문제는 장기 치료 효과를 보기 전에 환자가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는 현재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구비해놓지 않는 항진균제까지 적용하며 장기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진은 탱이가 현재까지 상태를 유지하며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박 과장은 "현재 적용 중인 항진균제 포사코나졸(posaconazole)이 다행히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탱이는 최근 주 1회 주간입원 치료만으로도 상태가 안정되고 있다"며 "처음에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 자체가 목표였는데 지금은 조금씩 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신 진균 감염증은 단기 예후가 매우 불량한 질환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치료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탱이의 경우 흉관포트 장착과 혈액투석, SUB 수술 같은 고위험·고비용의 침습적 치료까지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보호자가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고 빠르게 결정을 내려준 덕분이다. 그 과정에서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를 통해 보호자와 의료진이 충분히 소통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치료를 이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꼈다"며 "그런 신뢰와 협력이 때로는 기존에 알려진 예후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피펫]

전신 진균 감염증을 이겨내고 있는 탱이(오른쪽)와 동거견(보호자 제공) ⓒ 뉴스1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