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중동發, 향료 시장도 덮쳤다[르포]
원료 수입 단가 15% 올라…고환율에 중국산 용깃값도 껑충
고정비 오르고 매출은 떨어지고…소상공인 폐점도 속출
- 신민경 기자
(서울=뉴스1) 신민경 기자
코로나19 때도 어떻게든 버텨냈는데.방산시장에서 장사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올해처럼 막막한 건 처음입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방산시장 내 향료 매장들. 평소라면 나만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고르는 개인 고객과 공방 운영자들로 북적여야 할 곳이지만, 이날 상점 간 복도에는 적막함만 감돌았다. 상점 곳곳에는 천막이 덮인 채 영업을 멈춘 점포들이 눈에 띄었고, 문을 연 가게들조차 손님 한 명 없이 점주들만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중동 상황 장기화로 향료 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향료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구조상,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곧장 향료 단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방산시장에서 14년째 향료 상점을 운영 중인 A 씨는 "아직 공급이 완전히 끊긴 건 아니지만, 수입상들로부터 '중동사태가 더 장기화하면 물량을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듣고 있다"며 "유류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향료 단가가 체감상 15%가량 치솟았다"고 토로했다.
향수 용기 등 부자재 가격 급등도 문제다. 주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용기는 대금을 미국 달러로 결제하는데, 최근 고환율 여파로 수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산시장의 큰 손이었던 1인 창업자와 공방 운영자들 발길도 뚝 끊겼다. 원·부자재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직접 만들어 팔아도 수익을 맞출 수 없는 구조가 되면서다.
설상가상으로 기름값까지 오르며 유지비는 늘었지만, 소비 위축으로 매출은 바닥이다. 경기 불황에 향수는 필수재가 아닌 '기호품' 성격이 강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지갑을 닫은 탓이다.
견디다 못한 향료 상점들은 직원 감소나 매장 규모를 줄이며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찮아 폐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6년째 자리를 지켜온 B 씨는 "코로나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답이 안 보인다"며 "원재룟값은 뛰고 손님은 안 오는데, 여기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원재료 수급 불안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동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현장 어려움을 점검하기 위해 업계 간담회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다. 지난 9일 제과점업을 시작으로 외식업, 카페업 관계자들을 만나 소모품 납품 가격을 포함한 경영 환경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 중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물류비 지원이나 경영 안정 자금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mk503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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