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꺼지고 조류 충돌에도 이상無"…대한항공, '극한 훈련' 현장
FFS 12대 24시간 풀가동…엔진 화재·난기류 등 비정상 상황 대비
아시아나 통합 매뉴얼 일원화…1.2조 투입 '글로벌 안전 허브' 구축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엔진 넘버 투 페일"(2번 엔진 꺼짐)
조종사의 외침과 동시에 좌석이 급격히 기울어지며 몸이 한쪽으로 쏠렸다. 조종석 전면 창에는 난기류에 휩싸인 구름 떼가 어지럽게 지나갔다. 하지만 조종사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각종 기기를 조작해 항공기의 수평을 맞췄다.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15일 방문한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훈련의 한 장면이다. 훈련센터는 24시간 가동되며 대한항공 모든 조종사들은 이곳에서 연 2회 정기 훈련을 받는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항공과 통합을 앞두고 양사의 안전훈련 메뉴얼을 통일하고 안전에만 1조 2000억 원을의 투자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는 2016년 개관했다. 지상 3층의 연면적 8023㎡로, 국내 최대 규모의 운항 훈련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신입 및 재직 중인 운항승무원을 대상으로 실제 비행 상황에 대비한 안전 훈련을 실시한다.
대한항공 운항승무원들은 항공법규에 따라 연간 2회 정기비행훈련과 1회 정기 SPOT훈련을 받는다. 운항훈련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가동되며, 지난해 이곳을 거친 조종사 수만 5000여 명이 넘는다.
대한항공은 안전을 위해 조종사의 실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조종사 평가 기준은 5점 만점을 기준으로 4점 이상이 돼야 훈련을 수료한 것으로 인정한다. 만약 점수가 미달한다면 4점을 넘을 때까지 교육을 지속한다.
운항훈련센터의 핵심은 항공기 조종실을 완벽하게 재현한 '조종사 모의비행장치(FFS)'다. 센터 내부에는 거대한 로봇 팔 위에 얹힌 캡슐 모양의 장비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대한항공은 현재 운북지구 센터에 B747, B777, A380 등 기종별로 총 12대의 FFS를 운영하고 있다.
훈련은 일상적 환경뿐만 아니라 가혹한 환경도 가정해 진행된다. 엔진 화재, 조류 충돌, 급격한 기압 상실 등 실제 상황에서 겪기 힘든 극한의 비정상 상황을 설정해 대응 능력을 키운다. 기자가 체험한 시뮬레이터 안에서는 조종사의 손길에 따라 유압 장치가 정교하게 반응하며 실제 이착륙 시의 미세한 진동까지 그대로 전달됐다.
이곳은 아시아나 항공과의 통합으로 출범하는 '메가 캐리어'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대한항공은 이미 아시아나항공의 장점을 결합한 9가지 핵심 역량 지표를 도출했다.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해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안전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 경기도 부천시에 약 1조 2000억 원을 투입해 건립하는 '항공 안전 R&D 센터'가 그 정점이다. 2027년 착공해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센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운항훈련센터를 포함한다.
새 센터에는 현재 12대인 FFS 규모가 최대 30대까지 늘어난다. 연간 2만 명 이상의 조종사를 교육할 수 있는 규모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항공사들의 조종사 위탁 교육까지 가능한 '글로벌 안전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김강현 운항훈련원장은 "항공 승무원은 양성을 멈추면 나중에 정상화됐을 때 운항을 못할 수 있다. 조종사는 단기간에 수급되지 않는다"며 지속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으로 항공기 대수가 230여 대, 조종사 인력이 4000여 명으로 늘어나는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훈련 인프라는 필수"라며 "외국인 조종사 훈련생까지 유치해 한국 항공 산업의 안전 경쟁력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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