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진료에 의료진도 '깜짝'…최영민 원장 합류로 달라진 병원
[인터뷰]최영민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원장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손바닥 위에 올려진 아프리카 달팽이 '용주'. 서울 목동 24시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진료실에서 최영민 원장은 미세한 손놀림으로 깨진 폐각 부위를 다듬고 있었다. 껍데기의 단차를 줄이고 연고를 바른 뒤 작은 밴드를 덧대는 작업이 이어졌다. 사람으로 치면 깁스하는 과정과 비슷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의료진들도 눈길을 떼지 못했다. 달팽이 진료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어 그는 달팽이의 특성을 설명하며 전해질 용액 목욕을 처방했다. 사람의 수액 치료처럼 피부를 통해 수분과 전해질을 흡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 달 뒤 재진 계획도 세웠다.
경남 창원에서 올라온 보호자는 "달팽이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어려워 수소문 끝에 방문했다"며 "최근 최 원장이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로 합류했다는 소식을 온라인에서 접한 뒤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진료는 '특수동물 수의사'로 불리는 최 원장의 진료 영역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개와 고양이를 넘어 달팽이, 파충류, 조류, 어류까지 폭넓은 종을 다뤄온 그의 이력은 어린 시절 경험에서 출발했다.
13일 최영민 원장에 따르면 그는 서울에서 자랐지만 자연과 가까운 환경 속에서 박쥐와 개구리, 닭을 접하며 자랐다. 초등학생 시절 겪은 한 사건이 진로를 결정지었다. 동생이 데려온 병든 강아지로 인해 집에 있던 개들이 전염병으로 모두 폐사한 경험이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모르면 선의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제대로 알고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수의학을 선택한 그는 해외 연수를 통해 야생동물 진료를 접하며 영역을 넓혔다. 미국 플로리다 수의과대학에서의 경험은 특히 인상 깊었다고 한다. 다리를 다친 거위 한 마리를 위해 하루 6시간씩 재활 치료하는 모습, 코끼리를 마취할 때 안전하게 눕히기 위해 여러 인력이 동시에 개입하는 장면 등을 직접 목격했다.
최 원장은 "일반 임상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세계였다"며 "이처럼 예측하기 어렵고 다양한 상황이 이어지는 야생동물 진료의 세계는 수의사로서 더 다이내믹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SBS TV동물농장 자문 수의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단순 자문이 아니라 구조 현장에서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러한 경험은 현재 진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며 접근하는 방식이다.
특수동물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그는 '생태 환경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동물마다 체온과 대사 속도, 서식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파루파(아홀로틀)는 저온 환경이 필요해 진료 과정에서 냉장고를 활용하기도 한다. 거북이는 대사 속도가 느려 질병 신호를 늦게 드러내는 특징이 있어 사람 기준으로 5일 정도의 증상도 실제로는 한 달 전부터 진행된 문제일 수 있다.
진료 과정에서의 위험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타란툴라는 자극을 받으면 몸의 털을 발사하는데 이 털이 피부에 박히면 염증과 부종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각 동물이 살아온 환경과 생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접근하는 것이 특수동물 진료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특수동물은 아픈 티를 숨기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의 세밀한 관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중 변화, 식욕, 활동량, 행동 패턴 등 작은 변화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 환경의 한계도 여전하다. 다양한 특수동물에 맞는 의료기기가 부족해 상황에 따라 직접 도구를 제작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배 수술을 받은 거북이를 위해 이동 바퀴를 제작한 적도 있다. 깨진 달팽이 껍데기를 일일이 붙여 복원하는 작업도 진행해 왔다. 그는 "수고로움이 많은 분야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오랜 기간 병원 운영을 병행해 왔지만 최근에는 다시 '진료 중심'으로 방향을 잡았다.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합류 역시 이러한 고민 끝에 이뤄졌다. 그는 "오랫동안 병원 경영을 하다 보니 다시 진료 자체에만 집중하고 싶었다"며 "기존 의료진과의 협진을 통해 다양한 케이스를 함께 분석하고 보다 입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특수동물 진료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고 말한다. 진료 병원이 많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특수동물은 아파도 병원을 찾기 어려워 상태가 악화한 뒤 오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동물들이 필요할 때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 공부하고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며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만큼 더 많은 케이스를 경험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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